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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베스트 시티버스(대구지역) 원문보기 글쓴이: 최년식
[시내버스 대해부] ②불합리한 노선체계 | ||||||||
◇편중된 노선=16일 오전 7시 30분 대구 중구 수성간호학원 버스 정류장. 경산 영남대에서부터 경대병원 인근까지 같은 노선인 시내버스(309, 609, 939, 509, 649, 840번)가 앞다퉈 들어섰다. 1시간 30분 동안 44차례나 버스가 정차했지만 서있는 승객을 찾기 힘들 만큼 한산했다. 영남대 앞에서 버스를 탔다는 이철호(49) 씨는 "영남대 앞에서 이곳까지 오는 버스가 워낙 많아 승객이 없는 버스를 골라 탄다."고 했다. 노선 편중이 워낙 심해 러시아워인 출·퇴근 시간대에도 텅 빈 버스가 종종 눈에 띈다. 실제 이곳은 10분 간격인 버스들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5, 6대가 한꺼번에 정차, 뒷차는 대부분 '공차'나 다름없었다.<표 참조> 영남대에서 삼덕네거리까지 무려 7㎞가 넘는 구간이 중복됐다. 이에 대해 50대 운전기사는 "겹치기 노선이 되는 것은 경산에서 대구로 들어오려면 달구벌대로를 통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특히 낮시간대에는 승객이 3, 4명뿐일 때가 많다."고 했다.
지하철 1호선과 가까운 반야월로도 비슷한 상황. 안심우체국~입석네거리(7㎞) 구간을 6대(719, 805, 836, 980, 808, 동구2)의 차량이 동시운행되고 있다. 안심우체국~용계삼거리(2.5㎞) 구간만 따지면 총 10대(508, 708, 814, 849)의 버스가 왕복 4차로인 반야월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반면 지하철 1호선 노선과 중복되는 안심로로는 518, 618 단 2대의 버스만 있었다. 왕복 4차로 도로인 반야월로와 왕복 8차로 도로인 안심로 사이의 거리는 600m 남짓하지만 반야월 쪽으로 가는 버스 12대 중 10대는 좁은 반야월로를 따라 가고 있는 셈이다.
반면 같은 날 오전 8시쯤 대구 서구청에서 경대병원으로 향하는 425번 시내버스는 승객들이 콩나물처럼 들어 차 일부 승객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시민은 “이렇게 승객이 많은 버스는 출·퇴근시간대만이라도 배차간격을 좀 더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성 없는 노선 및 배차=승객이 적어도 버스는 운행돼야 한다. 그러나 노선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승객이 5명밖에 되지 않는다면 사정은 좀 다르다. 특히 대구시와 버스조합이 운영 적자를 이유로 지원금 공방을 벌이는 현재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또 현실적이지 못한 배차간격이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같은 날 오후 대구 달서구 대건중·고 앞에서 '달서1' 시내버스를 탔다. 이 버스의 정상 운행간격은 15분이지만 버스의 BMS에는 앞차와의 거리가 '17분'이고, 대체로 17~19분까지 왔다갔다 했다. 승객은 영남고 건너편 2명, 상인청구타운 2명, 대곡사계절타운 앞 1명 등 5명이었다. 이 버스는 종점인 대건중·고까지 32분 만에 돌아왔다. 규정대로라면 1시간 동안 노선을 돌고 10분 쉬어야 하지만 30분 만에 후딱 돌고 3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이곳에서 만난 버스기사는 "시내로 나가는 버스와 연결시켜 주는 환승버스이기 때문에 승객이 거의 없다."며 "이곳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차를 대놓고 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대구 달서구 용산동 용산지하도에서 30분을 기다려서야 도착한 성서3번 버스는 오지노선이었지만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를 지나면서부터 달리기만 할 뿐이었다. 승객은 단 한 명. 배차시간은 감안하지 않은 듯 달천리~세천리를 지나쳐 다사읍사무소 뒤편 종점까지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노선 개편 안 되나=버스노선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승객뿐 아니라 버스기사들 사이에서도 '노선의 과밀·과소 해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간선(幹線) 노선의 경우 승객 수송률이 높은 데 반해 지선(支線)은 운행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많고 운행시간을 맞추기 위해 도심에서 지연 운행을 하는 경우가 적잖아 오히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구시도 불합리한 노선의 개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승객 수에 따라 버스노선을 개선하게 되면 배차간격이 늘어나는 등 역불편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시는 준공영제 시행 전보다 158대나 줄어 버스 수가 부족하긴 하지만 노선 개편에 대해 서서히 바꿔 나간다는 계획. 대구시 관계자는 "지하철 구간과 중복되는 노선에 대해서는 경산시와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쯤 노선체계를 개편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과소노선은 좌석버스를 투입해 대체하고 중복노선도 실태조사를 거쳐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김태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