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1 현대자동차그룹
[HMG 전기차 배터리 개발 시리즈 3편] 더 멀리 달리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비결
같은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더 멀리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비결은 매우 복잡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높은 에너지 효율을 위해 에너지 소비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살펴 개선하는 것입니다.
전기차를 고를 때 소비자가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1회 충전 주행거리일 것입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수록 충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테니까요. 한번 충전으로 오래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시스템·부품의 에너지 효율을 확인하면서 개선점을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도 더 오래, 더 멀리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방법은 한 가지 기술에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기술이 합쳐져야 가능한 거죠. 오늘은 [HMG 전기차 배터리 기술 소개 - 마지막 편]으로 더 멀리 달리는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다양한 기술개발 현황을 소개합니다.
에너지 효율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열관리 시스템’입니다. 내연기관차에서 엔진과 같은 구동계가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또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작동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 최적의 작동온도는 20~35℃입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냉각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여름철에 배터리 온도가 과다하게 상승하면 열관리 시스템은 냉방 사이클을 작동해 배터리와 실내 냉각을 진행합니다.
전기차의 열관리 시스템은 이처럼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탑승객의 편안한 이동을 돕기도 합니다. 겨울철 실내 난방이 좋은 예입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연료를 구동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손실이 크지만, 전기차는 모터로 구동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아 열손실이 적습니다. 따라서, 실내 난방에 활용할 수 있는 열의 총량도 그만큼 적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에 PTC 히터*를 적용해 실내 난방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 PTC 히터 (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heater) :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제한하는 방식의 히터. 기온이 낮을 때는 전류가 흐르도록 해 온도를 높이고, 기온이 높을 때는 전류를 제한함으로써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스스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대부분의 가정용 온풍기도 이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겨울철 실내 난방을 PTC 히터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PTC 히터는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지 않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현대차그룹은 버려지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히트펌프’ 기술로 전기차의 기존 실내 난방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히트펌프는 전기차의 내부에 장착된 전장 부품이 발산하는 열을 회수해 실내 난방에 사용합니다. 폐열을 활용해 실내 난방으로 소모되는 전력을 줄이는 원리인 거죠. 현대차그룹은 히트펌프 기술의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2014년 기아 쏘울에 처음 적용됐던 1세대 히트펌프가 지금은 3세대로 진화해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죠.
히트펌프는 겨울철 실내 난방 효율을 높여 전비 증가를 도모하는 기술입니다. 일반적인 저온에서 10% 이상의 전비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는데요. 현재는 미래 히트펌프 기술을 선도할 가스 인젝션(Gas Injection)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스 인젝션은 기존 시스템 대비 극저온에서 냉매 유량을 증대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열을 회수할 수 있어 큰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 멀리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열관리 시스템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배터리 셀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설계 부분에서는 ①에너지 고용량화를 위한 ‘배터리셀 대형화’ ②고전류밀도 확보를 위한 ‘전극 후막화’ ③셀 두께 감소를 위한 ‘음극 2단 프레스’ ④셀 높이를 낮추는 ‘외장재(bat ear) 부피 축소’ 등의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① 에너지 고용량화를 위한 ‘배터리셀 대형화’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 셀 내에 담은 에너지의 양을 늘려야 합니다. 즉,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죠. 배터리 셀 대형화는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작은 셀과 큰 셀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는 같지만, 셀이 커질수록 들어가는 부품의 부피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죠. 그만큼 배터리 셀 내부에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공간도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② 고전류밀도 확보를 위한 ‘전극 후막화’
또한, 배터리 내부 설계 방식을 바꾸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극 후막화입니다. 기존의 배터리 셀은 내부에 양/음극재와 알루미늄(Al), 구리(Cu) 집전체를 얇게 여러 장 쌓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극 후막화 기술은 양극과 음극이 차지하는 부분의 두께를 키워 적층 개수를 줄이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분리막과 같은 부자재의 비율을 줄여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알루미늄이나 구리 등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도 아낄 수 있습니다.
③ 셀 두께 감소를 위한 ‘음극 2단 프레스’
음극 2단 프레스는 음극의 두께를 줄이는 기술입니다. 앞서 소개한 전극 후막화 기술이 전체 배터리 용량에서 양극과 음극이 차지하는 부분을 늘려 배터리 용량을 증가시키는 방식이라면, 음극 2단 프레스는 음극을 프레스로 압착해 배터리 팩 크기를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쉬운 기술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음극활물질 종류가 바뀌면서 프레스 공정 이후 두께가 늘어나는 ‘스프링 백(Spring Back)’ 현상 때문인데요.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문제를 2단 프레스 공법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원하는 두께의 배터리 셀을 정확히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④ 셀 높이를 낮추는 ‘외장재(bat ear) 부피 축소’
외장재(bat ear) 부피 축소는 파우치 타입의 배터리 셀을 위한 기술입니다. 파우치 타입 배터리 셀의 내부에는 접착을 할 수 있는 기능성 층이 있고, 내부의 양쪽 면에 열을 가해 서로 붙여 파우치 모양을 완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접착 후 끝부분이 일부 튀어나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접어 적층 시 부피를 줄이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공간이라도 조금 더 확보해 많은 에너지를 담기 위한 간절함이 담겼다고 할 수 있죠.
배터리 소재 연구 또한 놓칠 수 없습니다. 배터리 셀은 다양한 화학 소재로 구성된 에너지 저장 매체입니다.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의 용량을 확보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소재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양극재 부문에서는 니켈의 함량을 높이고 수명과 안정성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초기에는 니켈 함량이 30% 이하로 적었지만, 현재는 80~90%로 상당히 높습니다. 단, 니켈 함량이 높은 제품은 수명과 열안정성에 다소 불리한 면이 있기에 신기술로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원소 결합과 표면 처리를 통해 화학적으로 유도하지 않은 반응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음극재의 경우,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흑연의 입자 고밀도화를 기본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고용량 실리콘 기술 개발을 통한 에너지 밀도 향상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단위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 높다는 장점이 있어 흑연을 대체하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으나, 충방전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부피 팽창이 이루어지는 단점이 있어 이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실리콘과 흑연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음극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해액은 셀 용량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전해액의 용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셀 에너지 밀도를 조금 더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전해액의 사용량을 최적화하거나, 고기능성 첨가제를 더해 배터리 셀의 수명, 출력 등을 개선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분리막은 양극 및 음극이 내부 단락이 일어나지 않게 분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두께를 줄여 배터리 셀 내부에서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는 기술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특히,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편, 전기차 고객의 대기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초급속 충전 관련 기술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초급속 충전 시 발생하는 열을 최소화하고 저항을 낮추기 위한 최적의 배터리 소재 개발과 구조 설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가 뜨거워지는 현상을 최소화하면서도 고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충전 로직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지속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충전 시작 전 배터리의 상태를 최적화하는 배터리 프리컨디셔닝(Battery Preconditioning) 기능도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은 충전소에 도달하기 이전에 배터리 온도를 최적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충전 시간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배터리는 기온이 낮을 경우, 충전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 따라서 충전 전부터 미리 배터리 온도를 조절해 초기 저항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때, 배터리 프리컨디셔닝 기술은 전기차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외부 열관리 스테이션’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외부 열관리 스테이션은 배터리를 급속 충전할 때 전기차 내부 에너지로 열을 관리하지 않고 충전 스테이션의 에너지로 열을 관리하는 개념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냉각수와 차가운 냉각수가 모두 필요합니다. 따뜻한 냉각수는 충전 효율이 가장 높은 상태로 배터리 온도를 올릴 때 활용되고, 차가운 냉각수는 뜨거워진 배터리의 냉각을 위해 쓰입니다.
이렇게 외부 열관리 스테이션은 두 가지 냉각수를 모두 보유한 상태로 전기차를 충전할 때마다 배터리 상태를 파악해 필요한 온도의 냉각수를 차량 내부에 주입합니다. 냉각수를 데우거나 식히는 데 필요한 시간을 절감하는 동시에, 냉각수 온도 조절에 전기차 내부 전력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니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 외부 열관리 스테이션을 이용할 경우 기존 열관리 방식 대비 충전 속도를 최대 40% 이상 단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각각의 기술이 전기차 전비에 미치는 영향은 일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기술 하나하나가 모여 전기차의 효율적인 전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 간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바로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더 멀리, 더 편안하게, 더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비법에는 이처럼 많은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본은 같습니다. 효율 향상을 위해 모든 부분을 꼼꼼히 다듬는 것이죠. 우리 모두를 위한 내일의 모빌리티를 만들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멀리 달리는 안전한 전기차를 만들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