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집 라일락 향기
백화 문상희/시인 수필가
내 고향 두메산골 백화산 용호마을
예닐곱 가구 화전민 마을이다
담도 울타리도 없는 조그만 시골
집집마다 대추나무 호두나무 한 두 그루씩
담장을 대신한 꽃나무엔 봄이면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 꽃 향기가 온 동네로 넘실댄다
나 태어난 시골, 아담한 두 칸짜리 초가집
누가 심었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우물가에 앵두나무 뒷뜰에 홍매화 한그루 씩
앞뜰 양쪽에 홍 라일락, 백 라일락 두 그루가 있었다
거다란 나무에 피는 꽃을 좋아하셨던 우리 어머니
가지치기에 고운 손길 닿아서 언제나 깔끔했으며
봄이면 꽃 향기로 동네를 뒤덮다시피 했으니..
천혜적인 환경에 자연과 더불어 살았으며
산과 들에 널브러진 산야초랑 머루 다래 도라지
더덕에다 아이 키만한 칡뿌리까지..
가난한 시골마을 먹거리 조달을 도맡아 했으니..
산속 풍성한 먹거리에 개울에 가재잡이 족대질에
풍성한 물고기로 주린 배를 채웠으니 말이다
그 시절 시골살이 감성이 작금에 시가되고
글이 되었으며
시인이 되고 수필가로 성장한 원동력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그 당시 우리 집엔 70년대 기막힌 냉장고가 있었다
어머니의 지혜로 만들어진 자연친화적인 냉장고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집안으로 틀어서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놓고 양은으로 만든
큼지막한 대야를 뛰워놓고 냉기가 유지되도록
빛이 들지 않게끔 나무 뚜껑을 만들어 덮어두었다
참으로 기막힌 혜안이셨다
통 안에 음식이나 과일 막걸리까지
한여름에도 상하지 않고 시원한 음식과 반찬에다
시원한 냉 콩국수까지 먹을 수 있었으니..
심지어 인심좋은 우리 어머니
상하기쉬운 이웃집 음식도 보관해 주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자연에서 얻은 기발한 아이디어 였으며
생활의 지혜도 어머니에게 알게모르게
전수를 받았나보다
되돌릴 수 없는 세월, 어찌어찌 살다보니
일갑자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은 삶의 가치,
노년길 황혼에 기대어 서서 업보를 짊어진 채
自我(자아)를 찾는답시고 전전긍긍 해본들..
별보고 일어나 자정이 되어서야 잠들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세상사 스트레스 까지..
자식들이, 형제들이 묻는다
왜, 사서 고생을 하시냐고
왜, 그렇게 힘들게 사시냐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절하다고 했던가~?"
더 늦기 전에 예전의 나로 되돌려 놓았으면..
찌든 도심에서 피폐해지고 망가진 몸뚱이
이제는 노후에 쉴 곳이 진정 필요하다
날마다 마음은 고향 동산에 머물고 있으니
어떻게 하던 다시 예전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은 폐가가 되어버린 나의 시골집
조그만 초가삼간이라도 만들어
우물가에 앵두나무도 심고
담벼락을 대신해서 대추나무 살구나무도 심고
향기 가득한 라일락 나무로 울타리 삼아
동심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는 노후의 그런 삶을..
여건이 닿는다면 시원스레 모두를 내던지고
라일락 향기 따라 동심으로 돌아가서
어머니의 향기가 묻어나는 그곳
낙향의 환희로 초야에 묻혀 살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위로의 보상심리라 할까~,,
지친 영혼을 쉬게할수만 있다면
예전 그대로..
그 모두를 누려가며 노년을 보내고싶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하루 행복넘치시기 빕니다
안녕하십니까 두분 시인님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오랫만에 단비가 오네요
빗속에 감성 가득한 날 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