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천 진주강좌 제4강은 11월 4일 오후 7시 손병욱교수(경상대)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손교수는 지난해 11월 하동 고성산에서 인내천강좌를 맡아 동학의 3`7주문이 소리를 중시했다는 것과 환웅의 계승으로서 수운선생을 조명한 바 있다. 이번 강의도 이러한 연장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손병욱교수의 강의를 요약정리하면서 소감을 적어보았다. (강의교재, 별첨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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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욱 교수(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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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에서는 소리(聲·音·響)와 시간을 중요시 한다.
3·7자 주문은 단군신화의 3·7개념을 계승했고, 주문수련은 소리를 중시하는 신라문화의 계승이다.
신라는 소리의 나라였다. 월명사의 향가 관련 기록에 “신라가 향가를 숭상한 지는 오래되었다. ... 이 향가가 천지귀신을 감동시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 했다.
삼국유사에 만파식적은 “성왕이 소리로 천하를 다스릴 조심‘이라 했고, 신라는 음성서라는 부서가 있었는데 이 부서의 수장은 이른 바 ‘소리부 장관’ 인 셈.
수운은 용담가에서는 “ 일천년 신라국은 소리를 지켜내네”라 했다.
불교는 견성(見性), 관자재심(觀自在心)이니 하여 ‘보는’ 것을, 유교는 지천명(知天命)이라하여 ‘아는’ 것을 중시한다면, 동학은 소리를 중시한다. 수운이 깨달음을 얻을 때 한울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는 선어(仙語)이다. 보는 것 아는 것보다 ‘들음’이 먼저이다.
그리고 주문수련은 소리와 함께 공동체성을 중시한다. 이 공동체성은 유목민의 특성. 유목민의 삼대특성은 공동체성, 속도 그리고 용기. 동학의 주문수행을 할 때 여러 사람이 같이 어울려 주문을 외면 그만큼 효과가 배가되고,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도 빠르다. 동학의 수련법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명료하다.
불교는 공간을, 동학은 시간을 중시한다. 불교의 자성미타하처재(自性彌陀何處在-서산대사의 말)와 동학의 천재하방(天在何方-의암 法文, 월산 김승복의 책제목)에서의 하처(何處)와 하방(何方)의 차이.
동학의 방(方)은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 천재하방은 천재하시방소(天在何時方所)의 의미. 시방(時方)은 때를 나타내고 지금이라는 의미, 방소(方所)는 장소. 시간의 중시는 속도 중시로 연결되고, 우리의 ‘빨리 빨리 기질’과도 연관된다.
(* 손교수는 이 강의 부분에서 수강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월산 김승복 선생 등 동학·천도교에 대한 깊은 관심에 대한 감사의 박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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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 열중인 수강생들 |
동학은 선교(仙敎)의 계승이다.
신라시대 김대문의 [화랑세기]에 나오는 16세 풍월주 보종(宝宗)은 선도(仙道)의 대가로, 선도는 “ 본래 우주의 맑고 으뜸가는 기운(宇宙淸元之氣)에서 나왔고, 옳고 그름을 따져서 서로 다투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설명한다. 수운이 체득한 지기(至氣)는 우주의 맑고 으뜸가는 기운(宇宙淸元之氣)이다. 수운은 신라 선도의 맥을 부활하여 당시 현실에 맞게 제시한 것이다.
동학에는 삼무(武·舞·巫)가 강조된다. 무술(武)과 춤(舞)은 수운의 검가와 검무에서, 무(巫)는 강령과 영부와 같은 샤마니즘적인 요소에 잘 나타나 있다.
최치원(崔致遠 :孤雲, 875~?)은 사대주의자
최치원은 선교란 유불도(儒彿道) 삼교(三敎)의 정수를 머금고 있는 오묘한 도라 했는데, 삼교를 유불도로 본 것은 다분히 고의성 있는 것이다. 즉 우리의 고유한 샤머니즘, 즉 무(巫)를 의도적으로 경시하고 빠뜨린 것이다.
최치원은 어린시절 당나라에 조기유학을 갔기에, 지금 학계에서 평가하는 최치원의 동인의식(東人意識)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우리의 고유성을 무시한 것으로, 최치원은 분명한 사대주의자이다. 조선시대 인조반정 이후 최치원이 중시된 것도 이에 대한 반증이다.
(* 샤마니즘적인 우리의 고유성을 무시한 것을 두고 최치원을 사대주의자로 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손교수는 주문수련이 다른 어떤 수행법보다도 효과적으로 깨달음에 도달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면서, 주문 수행에 따른 강령, 강화, 영부 체험은 무(巫)적인 요소로 우리의 고유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무(巫-샤마니즘)를 배제한 최치원을 사대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손교수의 탁견이라 해도 될 듯하다.
이 대목에서 5~6년전 박노자가 쓴 <내가 동학을 사랑하는 법>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박노자는 이글에서 후천개벽과 같은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의 과학적 사회주의와 맞지 않았다고 해서 왜 꼭 폄하되어야 하는가? 라고 반문하며, 동학이 ‘혁명당’이 아닌 ‘종교단체’였고 동학지도부는 봉건적이고 종교적 미신에 빠져있었다고 인식한 정통 사회주의자들의 멸시적 종교관이야 말로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하였다. )
수운 최제우는 환웅(桓雄)의 화신으로 현대판 환웅이다.
동학 경전의 ‘산위에 물이 있다(山上有水)’는 것에서 물은 환웅이 처음으로 내려온 태백산정의 천지를 지칭하는 것이고, 이것은 용담(龍潭)과 연관된다. 천황씨(天皇氏-환웅)의 하강은 ‘강하면서도 선한 나라의 구현’을 위한 첫 개벽이고, 수운은 ‘다시 개벽’을 통해 첫 개벽의 지상선경을 건설하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강하면서도 선한 나라’는 물질과 정신이 풍요로운 선진사회로, 앞으로 남북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통일이후에도 여전히 충족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런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기(義氣)를 지닌 청렴하고 유능한 인간상인 국선(國仙)이 무수히 배출되어야 한다.
(* 마지막 결론 부분은 강의교재에는 나와 있고 중국 관련하여서는 질의도 있었지만, 손병욱교수는 시간상의 제약으로 강의를 마쳤다. 이날 강의와 손교수 글들을 참고하여, 손교수께서 주장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유추하여 본다.
손교수는 명상에 관심이 많다. 경상대 내에 명상실 공간을 만들어 명상모임을 이끌기도 하고, 주문수행을 체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명상이나 주문수행과는 영 별개의 문제라 할 현실문제에 대한 관심도 많다. 남북통일을 둘러싼 중국과의 정세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2년 전 손병욱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청렴함의 가장 큰 특징은 유혹(誘惑)에 강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자기 본분사(本分事) 외의 다른 일에 무관심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 본분사란 자기가 이루려고 하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인 지향처(志向處)와 관련이 있는 일이다. 따라서 청렴한 이란 삶의 목표인 지향처가 분명하고 제대로 정립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 지향처에 도달하려고 하는 강렬한 의지와 집념을 지닌 사람이다.
의지와 집념은 두 가지 힘에서 나온다. 그것은 소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 원력(願力)과 정력이다. 일반적으로 원력이 강하면 정력도 강해지고, 정력이 강하면 원력도 강해진다. 어느 한쪽이 약해지면 다른 쪽도 따라서 약해진다. 지향처가 정립된 사람이 명상을 통해서 정력을 기르면 원력도 강해져서 지향처에 도달하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와 집념을 갖게 되므로 유혹에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명상이 인간의 의식을 청렴하게 만드는 중요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그 의식이 청렴하지 않고서는 절대 유능해질 수 없고, 유능하지 않고서는 자기의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인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다. 따라서 청렴함이야말로 성공적인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토대이다. 그리고 이 토대를 제대로 다지는데 있어서 명상은 매우 효과적이다”(⌜선비문화 제14호⌟,남명학연구원:2008)
올해 9월 손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이 앞으로 세계 최강의 국력이 형성되고 나면 이제 북한을 접수하고 나아가 한국까지도 접수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비추어 볼때, 앞으로 중국은 반드시 한반도 사태에 개입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카드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하나는 유목민 카드로 중국 내의 소수민족인 유목민과 유대강화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며, 다른 하나는 탈북자 2만명을 잘 활용하는 일이다.”(⌜선비문화 제18호⌟,남명학연구원:2010.9)
남북통일과 관련하여 중국은 결코 ‘강하면서도 선한 나라’일 수 없다는 것이다. ‘강하면서도 선하다’는 표현은 의암성사의 강이불탈(剛而不奪_강하면서 빼앗지 않다!)와 유사하다.
이날 손병욱교수는 강의 앞부분에서 주문수행이 매우 공동체적이고 깨달음이 빠르다고 하였다. 왜 ‘공동체성-속도’를 유목민들과 연결시켰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잘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선비문화에 실린 글을 보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최근 공자를 높이고 인의(仁義)를 들고 나오는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대국주의적이고 패권주의적’이라고 손교수는 말한다.
손교수의 주장을 요약해보자.
- 남북통일과 연관하여 중국내 소수민족인 유목민들의 공동체성 그리고 속도, 탈북자!를 활용하자!
- 어떻게? 의기(義氣)를 지닌 청렴하고 유능한 국선(國仙)의 무리를 많이 배출하여야 한다!
- 명상은 의기있는 청렴하고 유능한 국선을 배출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명상은 인간의 의식을 청렴하게 해준다. 그것은 명상이 정력(定力) 즉 집중력을 배양해 주기 때문이다.
남북통일과 중국과의 관계 등 대단히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문제를, 엉뚱하게도(?) 명상이나 수행, ‘의기를 지닌 청렴하고 유능한 인간상’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나?
수행을 통해 집중력을 배양한 의기있는 인물들이 나서 남북통일을 앞당기자는 것일까?
의기있는 국선(國仙)들과 중국내 유목민 소수민족, 탈북자와 연대하여 남북통일을 넘어 고구려의 옛 땅을 회복하자는 것일까?
11월 4일 손교수는 밤늦게 강의를 마치고 다음날 학술대회를 위해 러시아로 출국하였다. 위의 의문에 대한 답은 손교수가 귀국하는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