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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명정사
 
 
 
카페 게시글
▷ 禪詩 스크랩 나옹선사백납가懶翁禪師百衲歌
원명 원적 추천 0 조회 23 18.10.10 14: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나옹선사백납가懶翁禪師百衲歌



저백납최당연這百衲最當然      가장 합당한 백번 기운 이 누더기여!

동하장피임자편冬夏長披任自便 겨울, 여름 주야장천 걸쳐도 맘껏 편하거늘

단단봉래천만결袒袒縫來千萬結 누덕누덕 꿰매길 천만 매듭

중중보처불후선重重補處不後先 겹겹이 기운 곳이 앞뒤도 없구나.


혹위석혹위의或爲席或爲衣      방석도 되고 옷도 됨이여!

수절수시용불위隨節隨時用不違 시절 따라 사용해도 어긋나지 않거니

종차상행지이족從此上行知已足 이로 좇아 존귀한 행 만족할 줄 알새

음광유적재금시飮光遺跡在今時 가섭존자 끼친 자취 지금까지 존재함이라.


일완다칠근삼一椀茶七斤衫 한 사발의 차, 일곱 근의 장삼이여!

조로도로거재삼趙老徒勞擧再三 조주 노스님 재삼 들어 보임도 헛수고

종유천반현묘설縱有千般玄妙說 비록 천 가지 현묘한 설법 있다 해도

쟁사오가백납삼爭似吾家百衲衫 어찌 우리 집 백납의 장삼만 할까!


차납의심다의此衲衣甚多宜      편리한 점 매우 많은 이 누더기여!

피거피래사사의披去披來事事宜 걸치고 오가더라도 일마다 편리하거니

취안간화수감착醉眼看花誰敢着 취한 눈으로 꽃을 보매 누가 감히 집착하랴

심거도자자능지深居道者自能持 깊은 곳에 사는 수행자 능히 지닐만한 걸.


지차납기춘추知此衲幾春秋      이 누더기 몇 해던고?

일반풍비일반유一半風飛一半留 반쯤은 바람에 흩날리고 반쯤은 그대론데

독좌모암상월야獨坐茅菴霜月夜 서리 내리는 달밤 모옥 암자에 홀로 앉았으니

막분내외혼몽두莫分內外混蒙頭 안팎을 가리지 못할 만큼 어둡구나.


즉신빈도불궁卽身貧道不窮      몸은 가난해도 도는 무궁함이여!

묘용천반야불궁妙用千般也不窮 천 가지 묘한 쓰임새 다함없거니

막소남삼치태한莫笑襤縿癡呆漢 누더기에 어리석고 어리석다 비웃지 마소

증참지식속진풍曾叅知識續眞風 일찍이 선지식 참례하고 참된 가풍 이었다네.


일순의일수공一鶉衣一瘦筇      헤진 옷 한 벌, 마른 지팡이여!

천하횡행무불통天下橫行無不通 천하를 횡행해도 다 통했거니

력편강호하소득歷徧江湖何所得 강호를 편력하며 무엇을 얻었던고

원래지시학빈궁元來只是學貧窮 원래부터 배운 거라곤 가난뿐이로세.


불구리불구명不求利不求名      이익도 명예도 구하지 않음이여!

백납회공기유정百衲懷空豈有情 백납으로 가슴을 텅 비웠으니 무슨 감정 있으랴

일발생애수처족一鉢生涯隨處足 바리때 하나의 삶 곳곳마다 만족하여

지장일미과잔생只將一味過殘生 단지 이 한맛으로 남은 생 보내리니.


생애족갱하구生涯足更何求      흡족한 생애 다시 무얼 구하리까?

가소치인분외구可笑癡人分外求 분수 밖을 구하는 어리석은 자 가히 우습나니

불증복종전세작不曾福從前世作 일찍이 전생에 복은 짓지 않고

원천원지망구구怨天怨地妄區區 하늘과 땅 원망하며 헛되이 좀스럽네.


불기월불기년不記月不記年      몇 달, 몇 해인지 기억하지 않음이여!

불송경문부좌선不誦經文不坐禪 경전도 읽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거니

토면회두치태태土面灰頭癡呆呆 흙빛 얼굴 잿빛 머리에 어리석고 어리석어

유장일납도잔년唯將一衲度殘年 오직 이 누더기 한 벌로 남은 삶 지내리.



상행上行 상좌上座. 윗자리. 윗 열. 본문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뜻.

음광飮光 나한羅漢의 이름. 본문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의 뜻.


조로趙老 조주趙州. 나라 고승 종심從諗. 종심이 하북성河北省 조주趙州의 관음원觀音院에 주석駐錫하였으므로 붙여진 이름. 본 구절은 조주가 항상 차나 마시게[喫茶去]’하며 화두話頭를 던진 고사를 말함.

현묘玄妙 도리나 기예가 깊어서 매우 오묘함. 본문에서는 조로의 스님이 즐겨 썼던 차나 마시게[喫茶去]’의 화두의 의미를 말함.


초암草庵 갈대나 짚·풀 따위로 지붕을 인 암자.

몽두蒙頭 어리석고 몽매함.


진풍眞風 순박한 풍모. 본문에서는 참다운 도.

우치愚癡 어리석고 못남.

분외分外 분수에 넘치는 일.

좌선坐禪 고요히 앉아서 참선함.



전문은 한문 원문은 740구이며, 번역문으로는 2구가 하나의 문장을 이루어 2020개 문장으로 된 불교 가요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이다. 그리고 생활의 기본 요소에서 한 걸음 나아가 행복의 조건으로 좋은 옷·맛있는 음식·좋은 집을 꼽는다. 생활의 기본 요소로서의 의식주는 수행자인 승려나 속인들에게나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생활의 조건을 넘어서서 행복의 조건으로 삼느냐 삼지 않느냐는 점에서는 수행자인 승려와 속인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시 이 세 가지 중에 으뜸으로 들고 있는 것이 옷[]이다

백납가에서는 승려의 입장에서 의복()‘(누더기)[百衲]’을 노래하면서 속인들과는 다른 승려들만의 또 다른 행복을 노래하고 나아가서 누더기 옷 예찬을 통해 참다운 불도수행의 자세를 되돌아보고 정진精進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전문은 내용상 4행씩 다섯 개의 단락으로 나뉜다.

첫째 단락(1~4)에서는 백납의 편리함을 말하고 있다. 누덕누덕 꿰매고 겹겹이 기웠어도 사시사철 아무 때 아무 장소에서나 깔고 앉으면 자리(깔개)가 되고 입으면 옷이 된다고 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옷이라고 하며 이 백납은 위로는 석가모니로부터 아래로는 수많은 제자들도 만족하고 있다 한다.

 

둘째 단락(5~8)에서는 당나라 고승 조로趙老끽다거喫茶去화두를 들면서 아무리 오묘한 말로도 백납의 편리함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아울러 세속의 한 눈은 비단으로 만든 좋은 옷에 집착하나, ‘깊이 도에 사는 이의 눈은 백납을 능히 지킨다고 하면서 대비시키고 있다. 곧 사람들은 상대방을 평가할 때 먼저 얼마나 좋은 옷을 입었는가를 통해서 평가하니 자연히 사람들은 좋은 옷 입기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승려들을 평가할 때 얼마나 좋은 장삼을 입었는가로 평가하지 않으니 얼마나 편리하냐는 것이다.

 

셋째 단락(9~12)에서는 반은 바람에 날아가고 반만 남았다고 하면서 백납을 오래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헤지고 낡아서 누더기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속인들은 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버리지 않고 누더기를 고집하는 스님들을 멍충이 같다고 비웃을 수 있으나 도를 닦는 스님들의 눈에는 오히려 속인들이 몽두蒙頭(어리서고 몽매함)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님들은 일찍이 선지식善知識을 찾아 참다운 지식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누더기 옷의 상징적인 의미는 곧 가난이자 무소유無所有이고 ‘물욕物慾으로 부터의 해탈解脫을 의미한다. 곧 속인들의 눈에 비친 가난과 승려들의 마음속의 도의 충만을 대비시킨다.

 

넷째 단락(13~16)에서는 승려들의 부족함 없는 생활을 쓰고 있다

누더기 옷 한 벌, 지팡이 한 자루만 있으면 천하에 못 갈 데가 없으며 바리때(승려가 쓰는 나무로 만든 대접) 한 그릇의 음식이면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은 빈궁(하게 살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에 만족하는 맛으로 남은 생을 보내겠다고 한다.

 

다섯째 단락(17~20)에서는 안빈낙도安貧樂道(가난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김)와 안분지족安分知足(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함을 앎)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러면서 속인들은 전생에 복을 짓지도 못했으면서 제 분수分數를 모르고 분에 넘치는 것을 구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남을 원망하고 허덕인다고 한다. 또한 경전도 외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오직 백납 한 벌로 여생을 보내리라 한다.

 

백납가는 스님들이 입는 누더기 옷예찬을 통해서 불도 수행자들의 참다운 모습

곧 무소유와 수행정진에 대한 다짐이며 속인들에 불도에 대한 깨달음을 쓰고 있는 불교 가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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