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번개산행기
2006-09-12 08:56:12
[번개] 청계산 (국사봉-매봉)
2006. 9. 12. / 박광용
2006. 9. 10. (일), 너무나 맑고 쾌청한 하늘에 약간 쌀쌀한 기운.
금토동-국사봉-이수봉-석기봉-망경대-매봉-헬기장-청계골능선-옛골
인섭, 인식, 덕영, 광용. (총 4명)
너무나 맑은 하늘,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려고 김총이 보내준 문자에 답하고, 덕영이 차를 타고 금토동으로 간다. 지난 마나님 초청 산행에서 한 번 갔다고 덕영이가 길을 잘 알고 있다.
조금 일찍 도착했나? 오늘 같은 날 집에 앉아 있을 산꾼은 없겠지? 정리되지 않은 주차장이지만 나름대로 규칙이 있어 주차는 큰 어려움 없이 완료하고 나니, 10분 후에 김총이 펭귄을 모시고(?) 나타난다. 신발끈 다시 묶고, 국사봉능선으로 출발이다. 북쪽 사면길을 오르는데 숨이 차고, 가끔씩 일렁이는 바람이 벌써 가을을 알린다.
김총과 내가 앞을 치고 오른다. 20~30미터 뒤에 펭귄과 덕상이 오르고... 앞서가던 김총 왈,
"한 50분 걸릴 낀데, 그냥 안 쉬고 국사봉까지 쭉~ 올라보지 뭐??"
"나야 좋지, 뭐!!"
나는 지난 마나님 초청 산행에서 곁님과 함께 오르면서 45분 걸려서 먼저 간 일행들과 만난 적이 있고, 또 곁님과 둘이서만 산행했을 때 55분만에 국사봉에 오른 적이 있다.
처음에 까쁘던 숨소리가 어느듯 잦아지고 숨쉬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편안한 능선길, 언제 와도 마음이 평온하다. 가끔씩 뒤돌아 보지만 적당한 간격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펭귄이 먼저 오고 10미터 뒤에 덕상이 따라온다. 이 정도면 오늘 산행 충분하겠다 여긴다.
예상대로 55분 걸려서 국사봉에 오른다. 사과 하나 꺼내 먹으려다, 한 개가 그만 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버렸다. 김총이 따라 갔지만, 그 사과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구르는 듯, 또다시 구르는 소리를 낸다. 김총의 수고는 아랑곳 없이 허사로 돌아가고!!!! 그 한 조각의 사과와 물 한 모금이 이렇게 큰 몸의 조화를 도운다.
"이수봉에서 내려 가까, 지난번처럼?"
하고 김총이 묻는데,
"이왕 하는 거 오늘 매봉 거쳐서 함 내려 가지, 뭐?"
"그러면 거의 종주하는 거네?"
"그래, 옥녀봉만 가면 완전 종주로 쳐도 되겠다."
이렇게 하여 매봉을 넘어 옛골로 하산하기로 하고, 석기봉, 망경대를 넘기에 신경이 쓰인다. 오늘 같은 날,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배낭을 고쳐메고 이수봉으로 출발, 급한 내리막을 덕상도 이제 지체 없이 내려간다. 지난 산행에서 식사했던 너른 장소도 지나고, 이수봉을 행한 오름길에서 펭귄의 숨소리가 급해진다. 모르는 척하고 올른다. 이수봉 정상석 주변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 아래에서 배낭 내리고 쉬고 있는데 펭귄만 없다. 국사봉에서 25분 걸렸다.
5분을 기다렸나? 정상을 우회하는 길로 들어선 펭귄은 다시 길을 찾아오는데 주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바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를 찾지도 못하고 그냥 앞만 보고 올라간다.
"펭!"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걸음을 멈추고, 물 한모금으로 갈증을 달랜다. 조금은 힘들었나 보다. 그러니 비교적 편한 우회길로 가버리지...
"매봉 갈 꺼니까, 망경대 넘어가서 밥 먹자."
그렇게 하기로 하고 절고개 삼거리를 지나 석기봉아래 헬기장에 도착, 이제야 전망이 좀 보인다. 펭귄의 고향산(?)인 관악산이 바로 눈앞에 확 펼쳐져 있고, 북한산을 보려 하지만 앞의 석기봉에 가려서.... 서쪽으로는 인천 앞바다가 바로 눈앞이다.
이수봉에서부터 많은 사람의 틈에 끼게 됐다. 석기봉으로 오르는 좁은 산 길에도 왕래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힌다. 조금 오르면서 왼쪽으로 바위길을 조금 오르면 정상이다. 좁은 정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이지 싶다. 사진을 찍어도 엑스트라들이 함께 등장한다.
10분 동안 감상하고 간간히 불어대는 가을을 만끽한다. 이러다가 가을 산행 두어번 하고 나면 금방 겨울이 다가올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는 속도는 나이의 제곱에 비례한다 했던가? 내가 고삐리 때가 엊그젠데, 이제 애들 대학 보낼 걱정으로 날밤을 샌다. 우리 친구들, 겨울 산행 준비 철저히 해야 할 낀데, 특히나 새로온 덕상, 인디언, 또???
다시 망경대로 이동, 급한 내리막을 갔다가 다시 오르고... 정상에 주둔한 군부대 때문에 경사 급한 길을 삥~ 돌아 가야 한다. 10분 정도를 오르락 내리락... 망경대다. 정상은 석기봉보다 더 좁아 보인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사진 하나 찍기도 힘들다.
이제야 북한산이 보인다. 이토록 선명한 북한산을 본 적이 얼마만인가? <불수사도북>이 선명한 하늘금을 긋고 있다. 동으로는 아차산도 있고, 저~기 예봉산 검단산도 있네... 여~기에는 관악산에 이어진 우면산도 있고, 저~ 남으로는 수리산인가? 저~ 님동쪽으로는 남한산성이 그 성곽까지 구분할 수 있겠다.
이제 내림길이다. 조금은 신경 써서 내려가야 하는 구간. 겨울에는 상당히 힘들고 미끄러운 구간이다. 10분쯤 내려갔나? 혈읍재?? 누군가는 나라 망하는 걸 보고 피를 토하도록 울었다는데...
길옆으로 난 비교적 평탄한 곳에 점심 상을 편다. 인섭이의 현미밥 도시락에 콩닢 장아찌와 상추쌈, 간단히 산행할 거라며 김밥도 사오질 못했는데... 갖고온 모과주가 그나마 위안이다. 이제야 그 맛이 잘 우러난 것 같다. 이제 펭귄도 정상주를 하네...
계속되는 펭귄의 입담은 '북창동 사건'에서 '펭귄에 대한 소고'로 이어지고, 모모씨와 술을 했는데 그 오해를 풀려고 또 술을 했다는 둥... 내게는 그런 글을 써 준 것에 대해 고맙단다. 나는 그런 니가 함께 해서 더 고맙다.
이제 가는 길은 편안한 길, 사람이 많은 것을 빼면 모든 게 오케이다. 북적대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냄새가 있으니 느낌이 좋다. 50분 정도 걸었나 보다. 매봉을 거쳐 헬기장에서 능선을 따라 정토사 위로 해서 옛골로 떨어지니 14:00 이다. 산행 시작한 지 꼭 4시간30분, 실제 산행 시간만으론 3시간반 정도 되나 보다.
늘 가던 '이수봉 산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다른 집을 찾아보자... <큰옛골>? 맞나 모르겠다. 닭백숙에 두부김치, 동동주... 너무 좋은 날씨에, 너무나 가뿐한 산행을 맛본다. 아직도 어지러운 일들이 미결인 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산행만큼은 마음에 계속 간직하고 싶다.
너무 맑은 하늘, 그런 하늘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운전하느라 수고해준 덕상, 고맙습니다...
김총, 펭귄도 잘 들어갔다고 전화해 주더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