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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 윤지환 :
“할아버지, 제가요. 할아버지가 쓰신 책을 요즘 다 읽었거든요. 《달에서 왔니, 별에서 왔니》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본문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중에서)
※ 손자 출생에서부터 유치원 졸업까지 <6년 간의 기록>이다. 할아버지가 3년 전, 그러니까 손자가 유치원 졸업하던 해에 쓴 이 책을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다 읽었다고 한다. 놀랍다. 반갑다. 손자가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쓴 책을 관심있게 읽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오늘 나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된다. 오늘 쓰는 나의 글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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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수필】
손자가 미리 보내준 ‘할아버지 생신 축하 편지’
― 초등학생 손자와 나누는 ‘즐겁고 행복한 삶의 이야기’
윤승원 지환이 할아버지, 수필문학인, 『달에서 왔니 별에서 왔니』 저자
나의 생일은 음력 4월 26일이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 양력으로 6월 14일(수요일)이다. 평일에 맞는 생일이므로,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할 수 없다. 더구나 출근이 바쁜 두 아들과 며느리, 학교에 가야 하는 손자도 함께 자리할 수 없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즐거운 일이 생겼다. 손자가 미리 보내준 ‘축하 편지’ 덕분이다. 편지는 짧지만, 감동은 컸다.
할아버지로서 그 어떤 호화로운 생일상 음식보다 손자의 사랑의 묻어나는 손 편지가 고맙고 행복하다.
손자가 쓴 편지 내용은 이렇다.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지환이예요. 할아버지 생신 소식 듣고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뭘 준비할까 고민했는데 편지로 결정이 났어요. 할아버지 사랑하고 생신 축하합니다.
2023년 6월 10일 윤지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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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생 손자가 쓴 일곱 줄의 짧은 편지이다. 연필로 쓴 손자의 사랑스러운 손 편지. 꼬깃꼬깃 세 번 접어 봉투에 넣은 손자의 귀여운 편지.
편지글의 내용과 구성도 완벽하다.
즉, 서두 인사말, 자신이 누구인지 먼저 밝히고 나서, 편지를 쓰게 된 동기를 적고 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말하자면 ‘자기 고백’의 단면이 들어가 있는 편지글이다. 할아버지가 감동하는 것은 꾸밈없는 손자의 정직한 표현이다. ‘생신 선물’로 <축하 편지 쓰기>가 ‘결정 났다’라는 표현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할아버지는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생일’이라 하지 않고 ‘생신’이라 높임말을 쓴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상하게 가르쳤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끝맺음 인사도 ‘똑’ 소리가 난다.
‘할아버지 사랑하고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 속에는 이 편지글의 주제와 핵심적인 단어가 담겼다. ‘사랑하고 축하한다’라는 말이면 족하지, 더 무슨 거창한 표현이 필요하랴.
할아버지가 보기엔 이는 잘된 한 편의 서간문(書簡文)이라 할만하다. 어떤 글이든 감동을 주는 글은 난해하지 않다. 누구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평이한 언어 속에 긴 여운을 주는 문장이야말로 수필 문학에서도 잘 된 문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지 않는가.
손자의 반가운 손편지를 읽고 또 읽고, 몇 번이고 다시 읽는 할아버지는 기쁘고 행복하다. 「이 편지는 할아버지에겐 그 어떤 선물보다 ‘보배로운 것’이니, 잘 스크랩하여 영원히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 이어진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 손자 윤지환 :
“할아버지, 제가요. 할아버지가 쓰신 책을 요즘 다 읽었거든요. 《달에서 왔니, 별에서 왔니》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 할아버지가 쓴 책 『달에서 왔니 별에서 왔니』 표지
□ 할아버지 :
“아니, 네가 그 책을 어떻게 다 읽었지? 놀랍구나.”
※ 손자 출생에서부터 유치원 졸업까지 <6년 간의 기록>이다. 할아버지가 3년 전, 그러니까 손자가 유치원 졸업하던 해에 쓴 이 책을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다 읽었다고 한다. 놀랍다. 반갑다.
손자가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쓴 책을 관심있게 읽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오늘 나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된다. 오늘 쓰는 나의 글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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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 윤지환 :
“그런데 할아버지, 저와 함께 노루벌 냇가에 가서 어항을 설치해 놓았잖아요. 갑자기 소낙비가 와서 바쁘게 서두르는 바람에 어항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집에 왔잖아요. 그 장면을 책에 쓰셨잖아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 어항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까요? 누가 가져가진 않았을까요. 만약에 지금도 그 어항이 그 자리에 있다면 고기는 얼마나 들어갔을까요?”
▲ 할아버지의 책 『달에서 왔니 별에서 왔니』 해당 장면 일부
□ 할아버지 :
“글쎄다, 벌써 3년이나 지났으니, 그 어항이 그대로 있을지, 할아버지도 궁금하긴 하다. 언제 괴곡리 노루벌 천변에 다시 가보자. 어항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러 말이야.”
□ 손자 윤지환 :
“그런데 할아버지, 궁금한 게 있어요. 할아버지가 쓰신 글에 ‘소나기’라는 낱말이 나오잖아요. ‘소낙비’가 맞는지, ‘소나기’가 맞는지 궁금해요.”
□ 할아버지 :
“아니, 우리 손자가 대단하네. 할아버지 책을 읽다가 그런 궁금증도 품고, 역시 꼼꼼하게도 책을 읽었구나. 하지만 어느 것이 맞는지 할아버지도 확인해 봐야겠구나.
‘소나기’가 표준어 같기도 하고. ‘소낙비’는 예스러운 표현이 아닐까. 아무튼, 할아버지가 어느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볼게.”
※ 확인 결과는 이랬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출처】 : 국립 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 ◇ 소낙비 :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 특히 여름에 많으며 번개나 천둥, 강풍 따위를 동반한다. = 소나기. {예문} : 잠시 멈추었던 소낙비는 또다시 퍼붓기 시작하였다. ≪김동인, 젊은 그들≫
◇ 소나기 :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 특히 여름에 많으며 번개나 천둥, 강풍 따위를 동반한다. {예문} : 후덥지근하던 더위도 소나기가 걷어 가 버려 한결 시원했다. ≪김원일,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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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의 질문은 꼬리를 물고 계속됐다.
이번엔 할아버지 책 속에 등장하는 『짜장면 게임』에 관해 물었다.
▲ 할아버지의 책 『달에서 왔니 별에서 왔니』 해당 장면 일부
□ 손자 윤지환 :
“할아버지, 제가 종이에 그린 짜장면 그릇에 포크로 누가 더 많이 퍼가는지 내기하는 게임이잖아요. 할아버지가 게임에 서툴러서 제가 져주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할아버지에게 <짜장면 곱빼기>를 드시게 했잖아요. 그때 드셨던 짜장면 맛이 어떠하셨는지, 궁금해요. 하하~”
□ 할아버지 :
“아이고, 우리 손자 참으로 기억력도 좋구나. 유치원 시절, 할아버지와 ‘짜장면 게임’ 한 것을 다 기억해 내다니, 할아버지가 책에 기록해 둔 것을 한 장면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 내는구나. 놀랍다. 놀라워~”
손자와의 즐겁고 행복한 대화는 끝이 없었다. 모처럼 웃음을 안겨준 손자에게 할아버지는 보답할 게 마땅치 않았다.
며느리로부터 받은 용돈을 이번엔 내가 손자에게 용돈으로 주면서 “사랑한다”, “고맙다”를 연발했더니, 손자가 오히려 “고맙습니다”라고 꾸뻑 인사했다. ■
2023. 6. 10. 밤
할아버지 윤승원, 미리 맞은 생일 소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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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대전수필문학회 단체카톡방에서
◆ 박영진(교육자, 수필가) 23.6.11. 12:53
손자 지환이의 생신 축하 편지를 받고 기뻐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윤 회장님의 자상하고 온화한 성품이 글 속에 그대로 보입니다.
손자의 편지를 스크랩하여 영구히 보관하겠다는 회장님의 치밀한 생활 태도도 읽을 수 있습니다.
화목한 가정, 복된 가정에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 답글 / 윤승원(필자)
죄송합니다.
늘 손자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가 모처럼 손자 편지에 감동하여 그만
사랑을 넘치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행복이란 단어를 극도로 억제하고 살아왔는데 손자와의 대화에서는
그런 자제력을 잃고 맙니다.
너그럽고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여운 지환이 편지,
문장력도 좋아.
사랑스러운 할아버지와의 대화,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손자가 최고 효도지.
손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할아버지 수필이 되지요.
손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지요.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순수 언어에 담긴 사랑
어느 땐 의젓하여 놀라운 손자의 언어.
늘 안아주고 싶은 할아버지.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올사모] 카페에서
◆ 낙암 정구복(역사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3.6.12. 13:05
윤 선생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지환이가 예쁘게 성장하는 모습을 저는 예견하였는데, 그 성장을 할아버지와의 대화와 글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천 윤승원 선생의 칭찬을 받으면서 지환이가 쑥쑥 자라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합니다. 그런 즐거움을 가진 윤 선생은 전혀 늙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환이의 발전과 장천 윤승원 선생의 즐거움을 위해서 축배를 드리고자 합니다. 나날이 즐거웁고 행복하세요. (정구복)
▲ 답글 / 윤승원(필자)
손자가 한 건물에 살 때는 몰랐는데, 떨어져 살고, 더구나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바쁜 손자의 얼굴 보기가 힘드니, 더욱 그리움이 큽니다. 자나 깨나 자식, 손자 그리워하시던 옛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기특한 것은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가 생일에 가장 기뻐할 ‘편지쓰기’ 이벤트를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발상이 고맙고 사랑스러워 소감을 글로 남기려고 인터넷 카페에도 소개했습니다. 늘 따뜻한 사랑과 격려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는 낙암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윤승원 올림)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올사모] 카페에서
◆ 청계산(본명 지교헌, 철학가, 수필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3.6.18.16:27
즐거움과 사랑과 행복이 넘치고 진정한 인간미가 흐르는 글입니다.
행복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손자의 편지가 소개되는
지금(now), 여기(here)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달에서 왔니, 별에서 왔니》를 읽고 감동한 나머지
<독후감>을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오늘의 기쁨과 감동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며
장천 윤승원 선생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성남 분당에서(청계산 – 高林 지교헌)
▲ 답글 / 윤승원
존경하는 高林 교수님께서 몇 해 전 저의 손자 이야기책을 읽으시고 세밀하고, 자상하고, 따뜻하게 서평을 써 주셔서 온 가족과 함께 기쁘게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교수님께서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시고 집안 어르신처럼 따뜻한 인정을 아낌없이 베푸시기에 그런 격려의 서평을 써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이렇게 저의 생일 축하 말씀을 주시니 그 사랑이 또다시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윤승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