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명단이 왜 다른가요?
신약성서에는 사도 명단이 네 번 나옵니다(마태 10,2-4; 마르 3,16-19; 루가 6,14-16; 사도 1,13). 그런데 열두 사도의 이름과 순서가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맨 먼저 저술된 마르코 복음서에 따르면 사도들의 이름은 이렇습니다: ①시몬 베드로 ②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 ③그의 동생 요한 ④ 안드레아 ⑤필립보 ⑥바르톨로메오 ⑦마태오 ⑧토마 ⑨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⑩타대오 ⑪ 열혈당원 시몬 ⑫유다 이스가리옷.
사도들의 서열을 반영하는 네 명단을 비교해보면, 한 사도의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곧 마태오 복음서와 마르코 복음서에는 타대오가 나오는데, 루가 복음서와 사도행전에는 그 대신에 야고보의 아들 유다가 나옵니다. 사도 명단에만 언급되는 타대오와 사도행전 1장 13절과 요한 복음서 14장 22절에도 등장하는 야고보의 아들 유다가 같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무튼 열두 사도는 네 명씩 세 무리(①-④와 ⑤-⑧과 ⑨-⑫)를 이룹니다. 각 무리의 첫 사도, 곧 첫째 베드로, 다섯째 필립보, 아홉째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그리고 열두째 유다 이스가리옷은 네 명단에서 늘 똑같습니다. 나머지 여덟 사도의 순서가 명단마다 다르지만, 각각의 무리 안에서만 달라집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자주 예수님의 최측근 ‘삼인방’으로 등장하는데(마태 17,1; 마르 5,37 등), 마르코 복음서에서는 이 셋이 맨 앞에 나옵니다. 마태오 복음서와 루가 복음서에서는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이렇게 형제들끼리 열거됩니다.
사도행전에는 야고보의 동생 요한이 베드로 다음 둘째 자리를 차지하는데, 요한이 초대교회에서 수행한 주요 역할 때문인 것 같습니다(사도 3,1; 4,1; 8,14 등). 나머지 ⑤-⑧과 ⑨-⑫에서 순서가 바뀌는 까닭은 분명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뒤 수십 년 동안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말로 전해 내려오던 자료들이 수집되어 저술된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사도들의 수가 열둘이라는 사실과 그 열둘의 기본 골격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름과 순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또 장소에 따라서 약간씩 변동됩니다.
사도들의 이름과 순서가 처음부터 글로 기록되지 않았고 또 그들 가운데 일부는 활동이 미미하였거나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채 활동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약성서는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임승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