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살 때 끓는 물에 화상을 입어, 머리카락이 절반 부분 없다. 다행히 모자를 쓰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신체 조건에서 내 인생은 출발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불안정 회피 애착으로 나를 키워 자존감 또한 낮은 채 지금까지 살아 왔다. 즉 지나친 과잉보호가 어렸을 적의 내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난 어려서부터 인생과 맞부딪힐 기회가 거의 없었다. 어머니께서 모두 해 주셔서 스스로 뭔가를 시도해 볼 경험도 적었다. 어머니는 불안도 있어서 모든 것을 통제 하에 자녀를 키우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아직까지도 뿌리 깊은 불안이 있다.
난 20대 후반에 사회에 나갈 때 어머니와 크게 부딪혔다. 이것은 15년 동안 나의 한탄의 원인이 된 사건인데, 난 얼마 전까지도 외부를 탓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틀 전 여동생과 대화하다가 나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즉 어떻게 내가 길러졌는지 간에 문제는 나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나는 인생에 맞설 맷집이 전혀 키워지지 못한 모습이었다.
세상에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말이 통용된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갖은 경험을 통해 사회를 익힌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인생의 맷집을 키우는 시간으로 이해해도 좋다.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 많은 간섭과 불필요한 요구 속에 놓인다. 즉 자존감이 낮은 채 성장한다는 것이다. 소통전문가 김창옥 씨의 강연이 청중을 치유하는 것은 그들이 어려서부터 반복해서 들어온 걱정과 잔소리에서 해방시켜주기 때문이다.
맷집이라 해서 얻어터지면서 젊은 시절을 살아가라는 말은 아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은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적절한 도전 과제를 주기도 하고, 존재 자체를 인정해 준다. 이 속에서 자라면 마음이 안정이 되고, 인생을 남들보다 덜 두려워한다. 그런데 한국에 이런 사람들은 거의 없다.
우리는 태어난 존재 자체로 인정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극히 짧기는 하지만 아기 때 우리 모두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가며 부모와 사회는 우리에게 갖은 요구와 조건을 내민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찾을 수 없게 된다. 더욱이 한국은 첨예한 경쟁 사회라서 어려서부터 갖은 스트레스 속에 놓이게 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젊어서 인생의 맷집을 키워놓아야 하는 이유도 스트레스에 관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자아 회복력이 떨어진다. 즉 마음의 재생 능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는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여기 저기 아픈 사람이 많은 이유이다.
한국 사회는 화병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예전부터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였다. 이것은 지금 젊은이들에게 더욱 안 좋은 상태이다. 심리적 상처는 대를 이어 내려오는데, 일제 치하와 남북 전쟁 시대를 우리의 조부모는 살아왔다. 그 밑에서 독재와 군사 정권 시절을 우리의 부모 세대가 힘겹게 살아왔다. 바로 우리 청춘들이 지금 그 밑에서 태어나 갖은 상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고, 자살율은 세계에서 최고이다. 아이들의 행복 지수는 전 세계에서 꼴찌이기도 하다. 즉 사회적으로 건강함을 나타내는 수치가 모두 안 좋은 상태이다. 인생의 맷집이 약해도 너무 약한 모습인 것이다. 이 속에서 자라면 스트레스에 관한 저항력 또한 떨어지기에,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살아가기도 벅찬 상황이다.
다행히 요즘에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의 문턱이 예전보다 낮아졌다. 심리적 문제는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일찍 발견하여 치료할수록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현명한 사람은 스스로 치유하려고 하겠지만, 더욱 자신을 아끼는 사람은 심리치료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트레스를 해결한다.
김신웅 행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