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또
서 용 선
꿈속에서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이 미소를 띄우며 꽃다발과 번쩍거리는 금팔찌까지 선물로 주었으니 이것은 분명히 대박 꿈이 틀림없다.
오늘은 꼭 로또복권을 사리라.
1등 아니 2등만 되어도 난 적절한곳에 돈을 쓰려고 행복하게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먼저 예쁜 주택을 내 마음대로 설계하여 한 채 지을 것이다.
햇볓이 다사로운 언덕에 커다란 창문을 내고 , 뒤뜰엔 갈잎의 노래 소리 , 앞뜰엔 언제나 잔잔하고 맑은빛이 반짝이는 호수가 사계절을 맞이 할 것이다.
하얀 테라스 둘레엔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을 가득가득 심을 예정이다.
보랏빛은 보랏빛대로, 하얀 꽃은 하얀꽃대로, 졸졸이 꽃씨를 뿌리는 시간이면 푸르게 물오른 금잔디가 허리를 누이고, 한곁에선 수줍어하는 흑장미며 안개꽃, 돌아드는 기슭에도 해바라기를 무더기로 많이 심을 예정이다.
꽃 잔디가 수놓은 언덕위로는 돌 틈마다 피어나는 왕관 쓴 튜울립들이 네덜란드의 여왕처럼 환한 얼굴로 품격있는 미소를 머금고 있을 게다.
난 아침마다 하얀 레이스 에프런에 챙이 넓은 망사 모자를 쓰고, 연초록빛 물통에 끝없이 맑은물을 퍼올릴것이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나른 한 오후의 한낮을 넓은 잔디가 있는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아 까딱까딱 -
곤한 햇빛을 만날 것이다.
알맞은 온도로 커피가 따끈해지면 과즙 많은 열대과일을 아주 천천히 오물거리며 ,난 지상에서 가장 완벽한 행복에 겨워, 지는 석양을 말없이 바라 볼 것이다.
주말마다 초대된 친구들과 뒤뜰에 열린 갖가지 열매 따기를 하며 보물찾기 놀이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들의 웃음소리는 꽃 담장을 넘고 , 넓은 팔차선 신작로까지 넘어 호수가 있는 곳까지 울려 퍼질 것이다.
그런 로 또 -
하느님 , 부처님 그리고 마호메트 알라신 이시어- 이번 회차 로또를 반드시 대박나게 해주소서-
창피할까봐 큰소리로는 못하고 입술만 달싹달싹, 대박 기도를 해본 후 추첨일을 기다렸다.
결과는 역시 꽈과과 꽝-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오천원짜리 로또복권위로 장송곡처럼 울려퍼졌다.
로또를 사놓고 나처럼 호화 주택을 여러채 지어보는 사람이 어디 나하나 뿐이겠는가 .
일 하지 않고 공짜로 부자가 되려는 얌체같은 요행녀 . 요행남 들이여, 우리 다같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로또는 로또다.
로또는 도로 그 자리라는 의미이니 요행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