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88쪽부터 104페이지를 요약해봤습니다 ^^
데카르트는 육체와 정신이 이론적인 차원에서 서로 다른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차원에서 육체와 정신을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둘 중 하나만 존재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왼손은 있는데 오른손이 사라진 상황. 우리는 이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왜냐 두 손이 서로 '다른' 물체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론적 차원에서 A는 존재하고 B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이 둘이 동일한 물체가 아니어야 합니다.
육체 없이 정신만 존재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면 육체와 정신은 다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는 이원론이 옳고 물리주의는 틀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개밥바라기와 샛별로 넘어가봅시다.
데카르트 식으로 표현한다면 "샛별 없이 개밥바라기별이 존재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면, 샛별과 개밥바라기별은 서로 다른 별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B 없이 A가 존재할 수 있다면, A와 B는 서로 다른 존재다)
그러나 실제로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개밥바라기별과 샛별은 같은 별입니다. '금성'이지요 다만 서로 다른 두 시간대에 우리 눈에 나타나는 별입니다.
데카르트의 주장과 유사한 이 형태의 주장이 오류에 빠져있기 때문에 우리는 데카르트의 원래 주장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금성에 관한 논의를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개밥바라기별은 존재하지만 샛별은 존재하지 않는 하늘을 상상해볼 수 있다.
2. 상상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3. 하나가 다른 하나 없이 존재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면, 그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존재다
4. 그러므로 개밥바라기별과 샛별은 서로 다른 존재다.
우리는 4. 즉 결론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1~3의 전제들 중 하나 이상이 거짓임을 알 수 있습니다.
1. 첫 번째 전제 : 샛별은 금성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은 '금성이라는 행성이 새벽녘에 보이지 않는 하늘'일 것입니다. 따라서 샛별 없이 개밥바라기별만 존재하는 하늘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데카르트로 돌아와서, 과연 우리가 정신만 존재하고 육체가 사라진 세상을 '제대로' 상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2. 두 번째 전제 : 상상이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둥근 사각형'을 우리는 얼핏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상상은 우리가 이론적 가능성으로 넘어가는 길을 제대로 가리키지 못하는 허술한 안내자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번쨰 전제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샛별 없이 개밥바라기별만 존재하는 하늘을 상상할 수 있다고 해도, 이론적 차원에서 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데카르트의 원래 주장이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 주장 역시 상상 가능성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카르트의 주장은 두 번쨰 전제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렇다면 두 번째 전제가 오류에 빠질 경우 결론도 거짓이 되고 맙니다.
3 세 번째 전제 : 이론적 시나리오에서 A와 B가 서로 분리돼 있고 하나가 아닌 다른 존재라고 해도, '현실속'에서는 이 두가지가 동일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샛별과 개밥바라기별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세상에서 서로 다른 존재라고 하는 사실로부터 지금 이 세상 즉 "현실에서도 다른 존재"라고 하는 잘못된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오류입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세상에서 정신과 육체는 다른 존재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현실에 바로 대입해 실제로 육체와 정신이 서로 다른 존재라는 주장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그런데 내 생각에
마음과 몸의 문제를 개밥바라기와 금성의 문제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것아 전적으로 타당해보이지는 않습니다.
내가 알기로 금성과 개밥바라기의 문제는 지시체와 의미에 대한 언어철학에서 다뤄졌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물론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ㅎㅎ)
여하튼 금성이나 개밥바라기나 둘다 같은 행성을 지칭한다는 점이 명확한 반면
마음과 몸이 그 둘처럼 하나의 실재하는 실체를 나타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공유된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마음과 몸의 문제와 금성과 개밥바라기의 문제를 같이 취급한다는 건 별로 설득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첫번째 전제에 대한 비판이 맘에 걸립니다.
두번째 전제에 대한 비판은 공감이 됩니다. 상상가능하다고 이론적으로 ...... 모르겠네..... ㅎㅎ
저 논증의 절차를 마음과 몸으로 바꾸어 검사해보고 싶어집니다.
1. 몸은 존재하지만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상상해볼 수 있다.
2. 상상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3. 하나가 다른 하나 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면 그 두가지는 다른 존재이다.
4. 그러므로 몸과 마음은 다른 존재이다.....
이렇게 해놓고 보니 좀비논변의 논증인 듯...
물리론자인 동생에게 의식이나 마음이 없는 좀비라는 존재를 가정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뇌의 일부가 오작동하여 좀비가 된 것으로도 설명 가능하지 않느냐더군요 ㅋㅋ 좀비는 뭘까요😅😅
@혜민 물리주의자가 아닌 저도 좀비논변은 좀 덜 설득적입니다. 전 우리와 행동은 똑같으면서 의식은 없는 존재가 상상이 잘 안되거든요. 동생처럼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