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라나 봉사를 정확히 알게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사전적 의미의 봉사가 아닌, 진정 현대에 맞는 봉사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또 봉사가 왜 필요한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6년 전쯤일까? 자원봉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강동구청을 찾아간 적이 있다. 어디선가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문구를 보고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봉사할 수 있는 분야를 살펴보니 컴퓨터 관련 항목이 있었다.
‘지금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뿐 아닌가?’
내가 잘 알고 있는 법률이나 부동산 관련 상식 등은 아무 쓸모가 없었고, 가장 빨리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컴퓨터 관련 봉사인 것으로 판단하고 컴퓨터 분야의 봉사활동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때 접수해둔 봉사 희망자 서류가 있어서인지 작년에 강동구자원봉사센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은퇴자를 위한 자원봉사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된 게 계기가 되어 봉사와의 인연이 시작됐고 그것이 불과 16개월 전의 일이다.
봉사를 시작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조건 시키는 일을 따라 하기로 마음먹고 한두 번 보사 현장에 나가면서 실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저런 일을 하기 위해 봉사교육을 받고 이곳에 나왔단 말인가?’
우선 하는 일이 단순 노동력 제공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동푸드마켓에서 기탁 받은 고추장과 된장을 옮겨 담는 일, 허브천문공원에서 풀 뽑는 일,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서의 자연을 가꾸는 활동도 역시 풀 뽑는 일이었다.
‘이런 단순 노동력 제공이 봉사란 말인가?’
봉사가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나는 봉사자가 될 자격이 없다. 적어도 봉사란, 더욱이 은퇴자가 제공하는 봉사란 자신들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이 사회를 위하여 환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실망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러던 중 강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노인잔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되면서 나의 봉사 방향이 결정되고 봉사에 대한 의미를 정리하게 되었다.
노인잔치 봉사에 참여하면서 노인들이 기뻐하는 모습과 편안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봉사자로 활동하는 내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바로 이것이 내가 할 일이다’라고 생각하고는 ‘일주일 중 이틀은 불우한 노인을 위하여 내 시간을 제공하리라’ 마음먹고 내 손길이 필요로 한 곳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병원은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서울보훈병원이다.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만으로 참전용사로 대우해주기에 그 병원에서 가끔 치료를 받던 중 힘들고 어려운 본들을 많이 보아온 터라 그곳을 다시 가보니까 봉사자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우선 재활체육관에서 봉사를 시작하면서 차츰 내게 맞는 봉사를 더 찾아보기로 하고 여러 가지 봉사할 분야를 담당자에게 문의하면서 내게 맞는 봉사활동을 발견하게 되었다. 1급 중증환자의 목욕봉사가 그것이다.
목욕봉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봉사 신청서를 제출하고는 “봉사할 사람이 필요하면 은퇴자봉사회에서 찾아달라”고 담당자에게 부탁하고는 며칠 후 은퇴자봉사회 월례회에 참석하니까 벌써 병원으로부터 봉사자 요청이 들어와 있었다. 은퇴자봉사회 총무님을 비롯해 남자분들께서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신청하는 것을 보고는 조금은 걱정되면서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기쁜 감정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목욕봉사가 시작되었다. 봉사 첫날에 병원에서 짧지만 심도 깊은 교육을 받았는데 한마디로 겁 먹기 딱 좋은 내용들이었다. 우리가 대할 사람들의 상태는 목에 구멍을 뚫어서 호흡을 하고 영양분은 고무호스를 코에 연결해 투입하여 혼자서 돌아눕기도 힘든 중증환자라는 것이다. 게다가 목욕 중 잘못해 목에 물이라도 들어가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에 잔뜩 겁을 먹고는 첫 목욕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기로 하고 만난 첫 목욕봉사 대상환자는 목에 구멍을 내서 호흡을 하고 코에도 고무호스를 끼워 유동성 음식물을 흘려 넣어야 하며 휠체어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분이었다.
이 환자를 휠체어에서 목욕대로 옮겨 옷을 벗기고 목욕을 시킨 후 몸을 말리고 옷을 입혀 휠체어까지 안전하게 옮기는 과정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두 번째 환자는 처음보다는 조금 쉽게 목욕을 시켜드릴 수 있었다. 본인의 약간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고 코로 호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다섯 명의 환자를 목욕시키고는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목욕 대상자를 기다리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그 분들은 의사표현을 전혀 할 수 없었지만 목욕을 끝마친 후 그분들의 눈가와 얼굴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행복감과 기쁨, 그리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분들과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 봉사자들은 몸과 마음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워지고 있었고, 그날의 첫 목욕봉사를 잘 끝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목욕봉사를 하면서 우리의 목욕 기술(?)도 발전해갔고 환자분들을 들어 옮기거나 옷을 벗기고 입히는 일 등을 힘들이지 않고 쉽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봉사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봤다. 어느 기관이나 어떤 대상에게 무작정 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봉사일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진정한 봉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봉사란 대상이 누구이건 간에 희망과 기쁨, 행복을 심어야 한다.
지하철역에서 학생들이 찡그린 표정으로 시간 때우는 일들이 봉사일까? 기관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시간 때우고 칭찬받는 일이 봉사라 할 수 있을까? 점수 따기, 시간 채우기,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은 봉사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을 돌보는 일이라면 봉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강동종합사회복지관의 노인잔치에 참여하면서 노인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땅에는 외롭게 생활이 힘겨운 노인들이 너무 많았다. 천호3동의 어느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명절인데 찾아갈 고향도, 찾아올 자식도 없는 분이 꽤 된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소외되고 외로운 노인들이 그분들만은 아니겠지만 내가 아는 어떤 분이 그곳에 계셔서 찾아가보면서 힘든 노인들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분들에게 기쁨을 선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2008년 설날을 앞둔 시점에서 나는 고민하게 되었다. 혼자서 실행하기에는 벅차고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관여하고 있는 회사에 의사 타진을 해보았다. 다행히도 좋은 생각이라는 회신에 설날 전날에 식당 하나를 빌려서 노인 50여분을 초대해 함께 하면서 나는 이런 결심을 했다. ‘내가 할 일은 노인관련 봉사며 그것이 내 일이다’ 라고……
그러면서 나는 ‘봉사란 무엇인가?’ 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사전적 의미의 봉사란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의 봉사를 찾고 실행하고 싶어졌다.
봉사는 기쁨과 행복감, 즐거움을 전하는 행동이다. 과거의 봉사가 먹거리 위주의 봉사였다면 현대의 봉사는 정신적인 봉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 봉사하는 사람도 기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양질의 봉사는 봉사자가 기뻐야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봉사란 봉사자 자신의 기쁨이고 즐거움이며, 역설일지는 몰라도 봉사자가 봉사를 받는 사람으로부터 기쁨과 즐거움을 돌려받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이제 겨우 16개월의 애송이가 봉사에 대해 할 말이 있을까 만은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인가 한걸음 더 나가본다. 좀더 양질의 봉사를 노인을 위하여 제공하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
“노인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노인 건강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노인이 무엇으로 즐거워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편안한 노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노인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지 알아야 한다.”
“노인이 되면서 변화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미리 알아야 한다.”
그래서 노인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어 본다.
노인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여기저기 수소문 중에 강동구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에서 실버 플래너 교육생 모집광고를 발견하고는 그 교육을 받기로 마음먹고 바쁜 일정을 쪼개 공부를 마치고 수료하여 자격증을 획득했고 본격적인 훈련 중에 있으니 내년에는 양질의 봉사를 실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내친 김에 한걸음 더 나아가 실버 레크리에이션 공부까지 해보기로 마음먹고는 멀리 총회신학대학을 등 하교하면서 공부를 마치고 자격증을 획득해 실습 중에 있으니까 2009년 초여름부터는 진정한 기쁨을 선사하는 자원봉사자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봉사란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하기 위해서는 봉사자 자신이 기쁘고 즐거워야 하겠다. 그래야 양질의 봉사를 실천할 수 있으며 받는 사람도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하고 봉사자 자신도 기쁘며 즐거울 수 있는 봉사야말로 진정한 자원봉사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봉사의 정의를 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