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안철수처럼>. 책 읽는 목사들의 모임에서 지난 시월에 같이 읽고 토론한 책이다. 책을 선택한 임원진의 말로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요즘 장안에 화제라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니란다. 자기계발서를 고르다가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를 생각했는데 두 사람에 대한 책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이왕이면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책을 보자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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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안철수처럼> 김태광,북씽크, 2011. |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서는 사실 조금 실망했다. 나는 누구에 대한 책보다는 누군가가 직접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고 싶었다. 그 주인공이 ‘안철수’라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그런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는데 기대가 빗나가고 말았다. 성공서나 자기 계발서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서적들이 다 그렇지 하며 책을 열었는데, 이 책은 내용이 좀 달랐다. 단순한 성공을 향한 달음박질이 아니라 한마디로 말하자면 삶의 태도를 중시하는 책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어릴 때 어머니에게 배우고는 누구에게나 늘 존대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돈보다는 공익을 우선했으며,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기 위해 독서광이 되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현재의 모습보다는 미래의 꿈을 이룬 모습을 떠올리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걸어온 그의 인생은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그를 멘토로 여기며 따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돌아보며 반성도 했고, 많은 격려를 받았으며 용기를 얻게 되었다.
발제자의 책 내용 소개를 듣고 서로 독후감을 나누었는데, 그 시간에 몇 사람이 진지한 자세로 하는 말이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 정치를 안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말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게 자기 분야에서 훌륭하게 길을 걸어가던 사람이 정치에 발을 디딘 뒤로 흙탕물을 뒤집어쓰고는 변심하거나, 병을 얻어 죽거나, 흐지부지 걸어가는 길이 무엇인지 모를 형국에 빠지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지식인의 책무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지식인은 세상이 어떤 구조로 변해가든 연구실에서 공부만 열심히 해서 지식을 쌓아 가면 되는 것일까. 정치는 끝 모를 뒷걸음질을 하는 것이 뚜렷이 보이고 시민들은 그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만 앞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러 분야가 그물망처럼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 썩으면 교육도 온전할 수 없고, 종교도 고난의 길을 가거나 아니면 타락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지식인으로 자기 있는 자리에서 길을 잘 가고 있으니까 그는 그냥 거기에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은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으나 전체를 볼 때는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특별히 정치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므로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해서도 안 된다. 피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부정적으로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뜻을 가지고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며 지식을 쌓아 온 사람이라면 더욱 어떤 역할이든지 맡아야 한다. 누구 말대로 공부했으면 남 주어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지식인이다. 그리고 그런 자세가 성숙한 나라에서는 상식이다.
<서른, 안철수처럼>이란 책에 나타난 것처럼 안철수는 정치를 한다 해도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서 가장 재밌게 하면서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또 일어나 공익을 추구하는 꿈을 잃지 않고 걸어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느낀 안철수의 품성이다. 그러니 걱정할 것 없다. 깊이 몰입하되 자기 철학을 잃지 않으며, 끝까지 하되 자기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과거를 잊고 연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도 휘둘리지 않는 이가 안철수다. 그러니 정치에 성공하거나 혹 실패한들 그가 걸어가는 길에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니 진심이든 꿍꿍이를 뒤에 숨기고든 안철수가 정치에 나서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여,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특히 그를 걱정하는 정치인들과 목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는 지식인의 책무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잘 알고 있으니, 알아서 자기 길을 잘 갈 것이라고.
홍승표 /목사, 길벗교회, 청주에서 아내와 함께 천연비누 만드는 공방을 하면서 작은도서관 '지혜의 등대' 지킴이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