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야누스'
신촌과 대학로에서 20년 가까이 둥지를 틀었던 재즈클럽 ‘야누스’가 1997년 서울 청담동으로 옮겼을 때, 몇몇 단골들은 청담동의 하이엔드(High―end) 이미지와 야누스의 조합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이른바 ‘한국의 베벌리힐스’란 청담동에서도 재즈 클럽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결국 “야누스가 문 닫을 판”이란 소식이 알려진 게
지난 봄이다.
이후 야누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학시절 신촌 야누스부터 출입했던 한 40대 사업가가 오디오 골동품인 ‘웨스턴 일렉트릭’의
1930년대 산 오디오 시스템을 무료 임대해줬고 드럼과 피아노도 새
것으로 바꿔줬다.
전인권·봄여름가을겨울·이은미 등 가수 10팀이 만든 ‘텐 플러스’는 이곳서 ‘후원 공연’을 열었다. 모두 “야누스를 문 닫게 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이곳 주인이자 재즈 가수인 박성연(57)씨는 “그동안 흑자 본 적이 거의 없다”면서도 “그러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잘 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누스는 박씨가 78년 신촌역 앞 시장골목에 문을 연 재즈클럽이다.
그녀는 “내가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며 “몇
백 장의 재즈 음반을 혼자 갖고 있는 것도 너무 아까웠다”고 했다.
올해 11월 23일 야누스는 25주년을 맞는다.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을
비롯해 국내 재즈 아티스트들 대부분이 야누스를 거쳐갔고, 국내 최초의 재즈 음반 ‘재즈 앳 더 야누스(Jazz At The Janus·1986)’ 역시 이 클럽에서 모인 동호회의 작품이다.
신촌과 대학로의 야누스가 푸근하고 낡은 LP의 이미지였다면, 청담동 야누스는 깔끔하고 세련된 CD의 이미지다. 100여평 크기에 좌석은 총 100석 가량이다. 다만 지금도 매일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의 어쿠스틱 사운드만큼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두 달 전쯤 설치된 고급 오디오가 묵직하게 자리잡았고, 테이블마다
밝힌 촛불이 콘트라베이스 저음에 흔들린다.
“내가 죽는 날까지 이 클럽을 해야죠. 이걸 하지 않으면 난 산 목숨이
아니에요.” 빌리 홀리데이는 평생 “소원이 있다면 내 클럽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무대에서 ‘서머타임(Summer Time)’을 부르는
박씨가 홀리데이보다 행복해 보였다. (02)546-9774 (한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