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작위적 언어와 건조한 의식
―박라연,『우주 돌아가셨다』, 랜덤하우스 중앙, 2006.6. 1
이은봉
박라연 시들의 문체는 딱딱하고 건조하다. 리듬이 거칠고 껄끄러워 독자들의 접근을 쉽 허락하지 않는 것이 그의 시들이다. 그의 시들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특징은 이번 시집 『우주 돌아셨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무엇보다 그의 심미적 사유가 서정적 감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지적 작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작위라고 하는 말은 조작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그러니까 그의 시는 마음이라는 순간의 거울에 비추어지는 심미적 영혼을 토대로 씌어지기보다는 작위적 이성을 바탕으로 한 주지적 사유에 의해 기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작위적 기획의 시적 실현은 일단 불안하고 거친 언어의 형식으로 드러난다. 자칫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언어의 형식은 힘 있는 리듬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련되지 못한 언어운용능력, 문장운용능력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징표일 수도 있다.
시인 박라연이 이번 시집에서 자신의 시를 통해 가장 주력한 것은 수사적 표현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수사적 표현의 확대가 곧 시적 언어의 실제라고 생각이라도 하는 듯 그는 이번 시집에서 과도할 정도로 수사적 표현에 집착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가 집착하고 있는 수사적 표현의 경우 과도할 정도로 장식들과 장치들을 덧붙이는 데 그쳐 있기 일쑤이다. 그의 시가 거칠고 껄끄러운 리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다소간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불안정하고 불분명한 문장들은 독자들을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그의 시 특유의 난해성을 산출하는 증거로 존재한다.
따라서 이는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 그가 보여주는 겉꾸밈에 대한 집착은 결국 그의 시들을 충만한 관념과 추상으로 이끌어 간다. 시의 내포가 이렇게 전개될 때 독자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반감할 수밖에 앖다. 그렇다. 그의 이번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들에서 생생한 삶의 세계와 참신한 자연의 세계를 발견하기는 거의 어렵다.
해설을 쓴 유성호 교수의 논리에 따르면 박라연의 이번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들은 신성하고 성스러운 가치를 탐구하는 데 바쳐지고 있다. 내용의 면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번역 투의 시끄럽고 껄끄럽고 어지러운 문체 탓인지 내가 느끼기에는 대다수의 그의 시들은 심미적인 완성도가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파악된다. 억지로 내용을 설명하자면 유성호 교수와 같은 해설도 가능하겠지만 나로서는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결여된 완성도 때문에 예의 논리가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시는 깊이 있는 내용을 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형식적으로 잘 닦여진 심미적 완성도를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대상이 있든 없든 시는 기본적으로 각각의 요소들과 자질들이 온전하게 구비된 형상으로 드러날 때 드높은 감동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의 시가 보여주는 형상은 있는 편편이 다소간 어긋나 있고 일그러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처럼 어긋나고 일그러져 있는 형상을 보여주는 시도 그 나름의 독특한 멋과 맛을 지닐 수는 있다. 어찌 보면 정격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변격의 아름다움을 취하고 있는 것이 그의 시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