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2006. 코믹 드라마
감독:김용화, 주연:주진모(한상준), 김아중(강한나, 제니)
비교적 저예산이면서도 700만 관객 동원을 일으킨 영화라고해서 봤다. 약간 어색한 연기와 상투적 설정과 늘어지는 장면이 있지만 전체를 밀고나가는 힘이 있어 볼만했다.
한번쯤 이런 대변신을 누구나 꿈꾼다는 점에서 관객의 환상에 어필했던 것같다. 더구나 우리 나라는 미국처럼 어쩌면 미국 이상으로 여성의 성적 이미지가 왜곡된 상태라 더울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한계도 여기 존재한다. 작품의 주제가 은연중 성형수술의 필요성을 합리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상업적 성공 안에 모든 것이 끝난다. 뚱뚱해서 절망만하던 강한나의 입장에서는 물론 당연히 성형수술을 존중하고 인정해야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듯 방향이 진행되고 이런 영화에 많은 관객이 열광했다는 것은 역시 씁쓸하다.
작년 봄 발표되었지만 철저히 외면당한, 역시 성형수술을 다룬 김기덕의 <시간>이란 작품을 떠올릴 때 그 대조는 끔찍한 느낌을 준다. 김기덕의 <시간>은 성형수술의 팽배한 문화의 정체성 상실과 분열 등의 심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녀는 괴로워>처럼 재미난 영화는 아니지만 진정한 나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질문하게 한다.
재미나 냉철한 사회분석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통열한 비판을 겸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대중적 상업물의 일반 공식에 타협한 느낌 때문에 이 영화는 내내 아쉽다.
그리고 놀랍다. 그렇게 뚱뚱한 강한나도 김아중의 분장한 모습이라니. 전혀 영화를 보며 눈치채지 못했다. 특수분장 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며 강한나 역을 한 뚱뚱한 여자의 욕기와 대범함에 감탄했다. 그런데 그게 실존하는 사람이 아니라 분장한 가짜라니. 이쯤 이면 정말 실재하는 사람을 생각했던 내 인식 체계가 커다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존재하는 사람으로 학실히 믿고 있었다니. 완전히 영화적 환상에 내가 속을 수 있다니. 그렇게 기술이 발전했다니. AI에 대한 예감을 얻는 듯했다. 나는 오히려 이 점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충격이라고 생각한다. SF도 아닌 영화가 오히려 관객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을 이렇게 흔들고 말았다. 무섭다. 과연 관객들이 이제 벌어질 이런 가짜의 진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렇게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오히려 영화 내부에 있지 않고, 영화의 제작 기술과 전달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