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열대야 한번 겪지 않고,
바로 가을로 들어가네요.
어제 퇴근 후 집에 도착하여서는
여느 때처럼 샤워하고 과일 접시 하나 들고 테라스에 나갔습니다.
저녁 식사는 항상 병원에서 간단하게 우유 한잔에 감자 두알로 해결하니 집에 와서 과일이면 충분하지요.
테라스의 썬탠 침대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휴식을 취하는데.
시원한 바람에 오래 전 기억의 느낌이 싸하게 느껴졌습니다.
옛날 남문리 옴팡집에 살 때
늦은 여름 저녁 먹고 골목길에 모두 나와서
장의자에 앉아, 혹은 멍석 구퉁이에 앉아 느끼던
선선한 바람을 느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꼬질 꼬질한 골목길에서
낮 동안 뛰어 놀다 별로 씻지도 않은 채
저녁 먹고 양치나 했는지 모르지만,
다닥 다닥 모여 앉아
꼬질 꼬질 땀 냄새, 입 냄새,가까운 시궁창 냄새까지 불쾌할 수도 있을 법한데....
하여튼 당시에는
세상 편한 마음 이었습니다.
평화롭고, 배부르고, 몸도 뽀송 뽀송하고(목욕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 말하는 소리들도 정겹게 들리고..
초등학교 들어 가기 전 어린 나이의 느낌이
아직도 몸에 배어 있을 정도면, 매우 강한 느낌 이었던 듯합니다.
하여튼 오랜동안 몸 안에 배어 있던
평화로운 느낌을 느끼며
행복이란 것이
외부 환경보다, 내 마음속에 이미 내재한다는
진부한 진리를 확인하였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고,
행복도 느껴 본 사람이 느끼고
싸움도 싸워 본 사람이 매번 싸우고
사람 마다, 이미 마음 속에, 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느낌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백번 이야기 한들
그 사람이 공감할 수 없는 것이고......
써놓고 보니, 어제 저녁 잠깐 느낀 가을 바람을
장황하게도 적어 놓았네요.
하여튼 금년은 크게 덥지 않고
가을로 들어 가니 좋습니다.
비 피해 받은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첫댓글 지난날에 비하면 월등한 환경인데도 열악했던 그때가 그리워지는건 때묻지않은 감정을 함께 공유하던 이웃이 있다는것이 아닐까...
요즘양평의 밤하늘이 바로 지금얘기하는 그분위기에서 올려다 보던 별무리들이 쏟아져 내릴듯한 찬란함인데 공감하기가 싶지않네 그래서 선자가 신갱이가 그리워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