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오후다/불타는 오후다/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2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향년 66세로 별세한 시인 오규원 씨의 장례식이 그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시의 끝 구절처럼 5일 오후 강화도 전등사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20여년 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고인은 중환자실로 옮겨지기 전인 1월21일께 제자 시인인 이 원 씨의 손바닥에 손톱으로 “한적한 오후다”로 시작되는 4행의 짧은 글을 남겼다고 그의 제자 문인들이 5일 전했다.
한 제자 문인은 “선생님은 생전에 자신이 저세상으로 가면 화장해서 뿌려달라고 했다”며 “유족들이 고인의 뜻 등을 기려 수목장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제자인 시인 이창기씨의 사회로 진행될 장례식에서는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제자인 소설가 신경숙, 시인 양선희 함민복 장석남 씨 등의 추모사가 있을 예정이다.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됨으로써 등단한 고인은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2005) 등 시집 10여 권을 출간했으며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러 문인들을 길러낸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