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오래된 미래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정풀홀氏
FAO한국협회 월간지「세계 식품과 농업」9월호 (20090830) 현명하고 지혜로운 귀농귀촌의 방법론 구자인(전북 진안군청 마을만들기지원팀장) 도시와 농촌의 불평등 관계, 전세계적인 보편성 지금 전 세계는 도시화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자본과 권력도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이농(離農)현상이 시작되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시기나 정도에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보편적 흐름이다. 산업혁명이 처음 시작된 영국은 이미 1백년 이상도 된 흐름이지만 이웃 중국이나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현재진행형의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런 사회 현상이라기보다 자본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가 정책적으로 유도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농촌은 도시를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당했다. 도시민을 위한 식량공급 기지로서 물가대책의 일환으로 저곡가 정책이 계속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양질의 노동력이 저임금 노동자로서 도시에 공급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도시민을 위한 휴양공간으로서 도농교류 체험시설이 정비되고 어메니티가 강조되고 있다. 이런 희생 위에 쓰레기매립지나 다목적댐 건설, 갯벌 매립 등으로 삶의 공간으로서 농촌은 계속 파괴되어 왔다. 이농은 ‘농촌의 과잉 노동력’에 대한 대책이란 명분으로 국가가 주도한 정책이었고 그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이것은 농촌이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선택한 결과라기보다 어디까지나 도시와 도시민을 위한 국가 정책적 선택의 결과였다. 물론 도시에 일자리가 더 많고, 성공의 기회도 더 많지만, TV나 영화 등을 통해 ‘도시는 문명, 농촌은 미개’라는 등식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주입해왔다. 도시는 근대의 상징으로서 모든 사회가 쫓아가야 할 목표지점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도시로만 가야할 것 같은 그런 시대를 살아왔고, 또 지금도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좋은 것만 모여 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 도시는 도시 나름대로 심각한 환경과 교통문제, 주택 부족, 비인간적 경쟁주의 등을 겪으며 그 자체가 ‘위험사회’로 전환되었다. 1994년의 성수대교와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는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또 갈수록 상승하는 교육열은 수많은 아이들을 자살로 내몰았다. 1996년에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출범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대적 귀결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가치를 지향하는 귀농운동과 생계형 귀농 귀농운동은 ‘생태가치와 자립하는 삶을 위하여’ 시작된 사회운동의 하나였다. 일제하의 브나르도 운동과 7~8년대의 대학생 농활이 농촌계몽운동 성격의 집단적 실천을 중시하였다면 90년대 말의 귀농운동은 개인의 가치관 전환과 자발적 선택을 중시하였다. ‘생태귀농’이란 용어도 그 때 도입되었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발적 가난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도덕적 결단을 촉구하였다. 도시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선택’으로서의 귀농이 필요함이 강조되었다. 1996년 9월에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창립되고 그 해 11월에 귀농학교가 시작되어 2009년 9월 현재 51기 귀농학교 수강생을 모집중이다. 또 전국 대도시마다 귀농학교가 설립되어 귀농학교가 각각 운 영중에 있다. 또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전문귀농학교도 있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전국적으로 생태귀농의 가치를 교육받은 귀농학교 출신자는 1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 실제 농촌으로 귀농하여 지금도 정착해 있는 비율은 4분의 1 정도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정부 지원에 따른 비(혹은 半)자발적 귀농은 귀농운동의 가치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7년 말의 IMF 경제위기로 인해 도산과 실직자가 속출하고 정부 지원을 통해 이루어진 갑작스런 귀농 사례는 지금도 여러 후유증을 낳고 있다. 또 작년 말부터 나타난 경제위기와 실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귀농귀촌 종합대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정책이다. 정부는 농촌을 도시 실업자의 손쉬운 수용공간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시각이 강하다. 이러한 귀농을 흔히 생계형 귀농이라 부르고 있다. 농촌에 속칭 ‘먹고 살기 위해’ 내려오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의 농촌은 농업 생산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기에는 ‘파이’가 너무 작다. 또 농업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너무 빨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실패사례가 너무 많다. 게다가 도시의 경기가 호전되면 바로 돌아가버린다. 그래서 농촌 주민들은 귀농자들에 대해 ‘문제가 많은 사람’, ‘쉽게 떠날 사람’이란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새롭게 귀농할 사람들이 이런 인식을 깨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준비과정의 중요성, 도시에서 꼭 해야 할 몇 가지 올해 들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급증하였다. 경제가 팍팍해진 것도 있고 정부 지원이 늘어난 탓도 있으며 도시 생활에 대한 비관적 인식도 저변에 깔려 있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 이런 도시민을 유치하기 위해 조례를 만들거나 예산을 지원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하지만 지자체 현장에서 이런 분들을 만나 상담하고 안내를 하면서 많은 문제를 느낀다. 가장 큰 문제는 귀농의 동기가 치열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개는 너무 급작스런 선택으로 가족 동의가 부족하고 준비과정이 짧으며 낭만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견 많은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오는 것이 좋은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겪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미 농업의 산업적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고, 사회적 약자를 품어 안을 수 있을 만큼 농촌의 여유는 없다. 준비되지 않은 도시민들이 농촌에 들어와 마을에 ‘분란’을 만들고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농촌과 행정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들어와 주민들과 공생하면서 농촌발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대개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준비과정을 정말 잘 하시기를 항상 권한다. 적어도 2~3년 이상에 걸쳐 충분하게 준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다음 몇 가지를 꼭 하시라고 권한다. 먼저, 생협에 가입하고 조합원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생협은 가족과 함께 좋은 먹거리를 보는 눈을 키우고 주위에 좋은 이웃(조합원)을 사귀는데 도움이 된다. 또 도농교류 체험행사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면서 농업과 농촌 사회를 이해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일정한 농촌과 직거래하는 작은 생협이 더욱 바람직하다. 조합원 사이에도 그렇지만 농촌 생산자와도 인간적인 만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대도시의 귀농학교를 다녀야 한다. 대개 교양과정 성격의 입문 강좌가 중심이 되지만 귀농을 꿈꾸는 ‘동지’를 만나고 비슷한 취향의 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가장 큰 매력이 있다. 현재의 농업과 농촌을 피상적으로 이해해서는 실패하기가 쉽다. 전체적 맥락 속에서 개인 취향을 반영한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귀농의 동지들과 함께 공동으로 학습하고 현장을 돌아보면서 성공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셋째, 도시농부학교를 다니거나 텃밭농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농촌 출신이라 해도 지금의 농사 작목이나 기술은 아주 많이 변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유기농업도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있다. 가능하면 가족과 함께 하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농사정보도 얻고 주말마다 호미질을 해보면 땀 흘리고 수확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 가족과 더불어 귀농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내가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귀농이란? 나를 찾아가는 길 넷째, 본인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농촌은 겸업이 가능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부 사이의 역할분담이 그래서 중요하다. 본인이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 그것을 살려 농촌에 접목할 수 있는 방향이 지혜롭다. 필요하면 새롭게 배워 각종 자격증도 취득하고 실습도 미리 해봐야 한다. 특히 운전면허는 필수적이다. 가치관에 따라 꼭 운전이 필요하냐고 질문 받으면 “농촌은 자동차를 소유하지는 않더라도 운전은 할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할 정도다”고 답한다. 현재 잘 하는 일이 본인의 선택을 통해 열심히 해왔던 것이라면 더더욱 그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장사를 하시던 분이라면 농산물 유통으로, 요리를 좋아한다면 식당이나 펜션으로, 학원선생님이라면 대안교육 쪽으로, 손재주가 있고 미적 감각이 있다면 공예품 개발로…. 이런 식으로 접목을 하면 농촌 생활 자체도 즐거워진다. 아마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초기 몇 년간은 고생할 수 있지만 그런 고생 없이 농촌에 뿌리내리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권하는 제안은 자신의 걸어온 길을 잘 생각해보시라는 것이다. 필자는 ‘귀농이란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표현한다. 자아를 찾기 위해 귀농하는 것도 있지만, 그 방향에는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에 대한 반성도 포함되어 있다. 사람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면 마을 속으로 들어가고, 또 체험마을의 마을사무장과 같은 역할을 맡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반대로 항상 사람과 관계 맺기가 힘들었다면 무리하게 마을로 들어가지 않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또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몇 년 늦더라도 ‘평화를 동반하는 귀농’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던 사람으로서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귀농을 하기보다 도시에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실천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5도2촌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주말에만 농촌에 갈 수도 있는 셈이다. 도시에서도 농민과 사귀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많다. 생협 실무자나 농산물 유통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린벨트 지역에서 도시속의 농촌 생활을 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본다. 살기 좋은 농촌은 어디에…. 또 어떤 사람은 도시의 화려함과 편리함, 익명성이 더욱 어울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대개의 젊은이는 이런 성향이다. 나이 드신 분 중에도 이런 취향도 많다. 이런 분들이 잠시의 환상 속에 귀농을 꿈꾸고 그것을 실천하게 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나 자신을 잘 들여다보면 도시 속에 사는 것이 훨씬 더 편한 사람이 분명 있다. 농촌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때로는 아주 외로운 곳이다. 종종 농촌 속에 도시를 만들려고, 그것도 ‘서울의 강남’과 같은 여건을 기대하는 사람을 본다.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생계도 해결하고 아이들 교육여건도 좋은, 게다가 편리하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그런 농촌을 희망한다. 하지만 그런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도시와 농촌의 장점을 모두 취하려는 너무 이기적인 자세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지금 농촌은 농사 지어 먹고 살기 힘들다. 농사를 크게 하는 사람일수록 겉으로는 소득이 많아 보여도 속으로는 부채로 신음한다. 소득의 양극화는 도시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도시화와 수출 위주 산업화, 농산물 개방 등 구조적인 요인 탓이 크다. 그만큼 개인 노력으로 풀기 힘든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농촌 주민들도 떠나는 마당에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을 해도 똑같은 문제에 부닥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살기 좋은 농촌이라면 기존 주민들도 떠나지 않고 귀농귀촌인도 넘쳐날 것이다. 불행히도 이 세상에는 그런 농촌이 없다. 살기 좋은 농촌이란 도시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농촌다움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만들어진다.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잘 보전하고 공동체적 인심이 살아 있는, 현금이 별로 없어도 이웃관계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리고 마을의 자치 시스템이 작동하는 그런 농촌이 필요하다. 그런 ‘유토피아 농촌’은 결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도 스스로 참여하여 농촌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런 관점에서 귀농귀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그런 과정 자체가 농촌에서 재미와 보람을 안겨다 준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많은 도시 분들이 착각을 한다. 마치 그런 농촌이 어딘가에 이미 있을 것처럼…. 시골에서 뭐 먹고 살지? 농촌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어려움 중에서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다. 아이들 교육이나 병원, 이웃 주민 관계 등에 대한 두려움의 밑바탕에도 이 문제가 직결되어 있다. 농촌에서 도대체 무얼 하며 먹고 살 수 있을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고 사람마다 해답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10여 년간 귀농귀촌인을 조사하고 행정에서 지원 업무를 맡은 경험으로 의견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농촌이 실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사실 전업 농사꾼이 아니다. 오히려 농업 자체는 잘 몰라도 농산물의 가공과 직거래 유통, 새로운 특산물 상품 개발 등의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 또 아이들 교육과 복지, 문화 분야를 담당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어느 것이나 농촌 주민들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농촌이 사람 사는 공간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영역들이다. 그래서 농촌 생활을 꿈꾸는 도시민들이 농촌에 들어와 환영받고 존경받기 위해서는 이런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전업적인 농업을 지향하면 농지 임대나 보조금 지원 등을 둘러싸고 지역 농민과 당장 갈등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좁은 국토에서 농지는 한정되어 있고, 게다가 음성적이지만 부재지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넓은 농지를 찾다보면 결국 동네 어르신 땅을 ‘빼앗는’ 결과가 된다. 농촌 주민들과 공생하면서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기 위한 지혜는 이런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농촌 주민들이 잘 못하는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생협 직거래 유통, 문화적 색깔을 입힌 새로운 상품(특히 공예품) 개발, 산촌유학이나 방과후 학교와 같은 대안교육, 노인복지나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영역, 그리고 생태건축과 공공미술 같은 문화예술 등이다. 또 로컬푸드, 지역화폐, 의료생협 등등 새로운 가치 지향의 영역도 많다. 물론 이런 영역은 수요자(시장성)도 적고 성공사례도 아직 많지 않다. 그래서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또 한편으로 새로운 시장 영역(블루오션)인 것도 분명하다. 이런 분야를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영역이라고 부를 수 있고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일자리와 창업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고, 정책적 지원을 위한 제도 개발조차도 본인 노력으로 함께 할 그룹을 만들면서 풀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농촌 주민들과 갈등을 줄이면서 공생하는 방향에서 농촌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사회적 일자리 영역에 주목해야 농촌에서 새로운 시장 영역인 사회적 일자리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도시에서 큰 기업을 운영했던 경영인이라도 농촌의 조그만 가공공장 CEO 역할은 더 어려울 수 있다. 농촌의 역사와 구조를 이해하고 사람 관계를 정(情)으로 풀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힘들다. 기업과 농촌은 서로 다른 논리가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촌에서 사회적 기업(농촌창업)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도시에 있을 때부터 사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주어진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은 ‘죽은 노동’을 하는 것이고 낮은 임금에 재미도 보람도 없다. 새로운 영역은 당연히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누구보다 먼저 생각하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주어진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앞서 귀농 준비과정에서 꼭 해야 할 것으로 권장했던 몇 가지가 모두 관련된다. 무엇보다 나 자신(가족 포함)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농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응용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생협에 가입하거나 가까운 곳의 귀농학교나 도시농부학교를 다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도하고자 하는 분야가 대략 정해지면 예비연습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농산물 품목으로 승부하려 하는데 이 분야는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누구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며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연습기회는 현장 귀농학교와 같이 가벼운 것부터 농촌 체재형 인턴제도나 마을간사 제도까지 다양하다. 자활후견기관도 집수리사업단이나 복지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사회적 일자리가 농촌에도 아주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런 기회는 이 분야에 견문을 넓히고 농촌을 자주 가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이러한 사회적 일자리 영역은 도시민들이 귀농하면서 농촌 주민들과 공존하면서 농촌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 농산물 생산은 일단 농민들에게 맡겨두고 그들이 잘 못하거나 빠져 있는 빈 공백을 메우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2~3년간 농촌에서 이런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창업을 시도해야 성공가능성은 높아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농사 자체가 본인의 적성에 맞고 체력적으로도 감당할 수 있으며 가족이 동의한다면 본격적으로 농업 생산에 뛰어들 수도 있다. 그 동안의 축적된 경험이나 인적 네트워크가 이 경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귀농1번지, 진안’의 다섯 가지 원칙 진안군은 2006년부터 귀농귀촌 지원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귀농귀촌인과 농촌 주민이 힘을 합쳐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삶’,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를 지향하고 있다. 귀농1번지란 표현도 쓰면서 앞서 소개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나름대로 다섯 가지 원칙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새로운 도시민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이미 귀농귀촌해 있는 분들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농촌에서 실패하지 않고 뿌리를 잘 내리면 그 주변으로 더 많은 분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인들이 재이농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순위라 생각한다. 둘째, 귀농귀촌하려는 도시민의 전문성을 존중하겠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농업 생산 자체보다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농산물의 가공과 유통, 교육, 문화, 복지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를 기대한다. 농촌의 파이를 함께 키우자는 발상이다. 그리고 본인의 전문성에 기반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려는 마음이 소중하다고 본다. 그 과정은 농촌에 들어와 대개 2년 내지 3년 정도의 시간이 최소한 걸릴 것이다. 그 동안 주택이나 농지 구입은 자제하고 충분한 실전 경험을 거친 후에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셋째, 직접적인 현금 보조는 배제하고 있다. 각종 융자를 포함하여 정착자금이나 이사비용, 빈집수리비와 같은 정책 지원금은 당장에는 ‘약(藥)’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독(毒)’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혜택을 받고 정착하게 되면 주민들과 갈등이 초래되고 그만큼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진다. 주민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공정하게 지원을 받는 제도가 필요하지 특혜성 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현금 지원보다 좋은 정보와 서비스를 잘 제공하려 한다. 또 마을간사와 마을조사단, 평생학습지도자, 방과후 교사, 평생학습 프로그램 강사 등과 같은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소개하고 있다. 넷째, 지역주민과의 화합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귀농귀촌인을 환영하는 지역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집토끼, 산토끼’로 나누지 말고, ‘굴러온 돌, 박힌 돌‘ 운운하지 않으며 귀농귀촌인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화합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공생의 길을 찾는 것이 우선과제라 본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방향 속에서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다섯째, 일시적인 지원이나 이벤트성 행사보다 귀농귀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낮은 재정자립도를 고려할 때 국도비 공모사업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양한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이를 통해 민간전문조직을 육성하고 민관협력의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말까지 조례 제정과 민간 협회 설립은 마무리될 예정에 있다. 읍면별로도 귀농귀촌인 모임이 이루어지고 그들이 잘 뿌리를 내리면서 그 주위로 새로운 도시민들이 모여드는 문화를 시스템으로 만들고 있다.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겠다는 자세가 중요 농촌 생활에는 도시처럼 큰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일푼으로 귀농귀촌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농촌의 사회적 일자리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해도 초기 정착에 필요한 비용은 적지 않을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이주한다면 주택수리비와 초기 생계비 등 최소 오천만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정착 비용은 본인의 조건과 의지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결국 당연한 말이지만 ‘먹고살기’ 문제는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해답이 주어진다. 농촌의 사회적 일자리 영역을 중요한 해답의 하나로 제안할 수 있지만, 이 조차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학습하고 토론하며 공동의 진로를 모색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시골에서 그냥 조용하게 전원생활만을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그림의 떡’에 불과할 뿐이고, 또 그만큼 농촌 주민들에게 존중받을 기회도 없어지는 셈이다. 본인의 노력과 더불어 농촌 주민과 함께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어가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농촌은 그런 사람을 품어 안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주 빨리 변하고 있다. 개방되는 농산물 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먹거리의 안전성도 계속 문제시되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도 곧 본격화될 것 같다. 이런 시대에 농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당연히 힘든 선택이다. 귀농귀촌에 성공하기 위해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이 어떤 것인지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적 거주의 시대’란 말이 있듯이 어디에 살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길은 열려 있다. 함께 하려는 사람이 있고, 도와주는 그룹이 있으면 성공가능성은 훨씬 높다. 그런 점에서 귀농귀촌이란 개인적 선택이면서 동시에 시대적 요청인 셈이고 그런 가치 지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