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일째) 토크리시(Talklish)

[sober]

2012년 여름, 아들은 초등5학년

토크리시(Talklish)가 한창 열풍이었다. 온라인 교육과정이었는데, 영어를 게임처럼 재밌게 할 수 있도록 구성 되어 있다. 입이 트이고 싶은 사람, 회화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 들었다. 유행에 힘입어 나도 두세달 신청을 했었다. 회사에서는 부끄러워서 할 수가 없다.

집에 가서 이어폰과 마이크 기능이 있는 헤드셋을 쓰고 '뉴욕스토리'를 시작한다.

처음엔 문 닫아놓고 혼자 하다가(집에서도 부끄러워서 ㅎㅎ), 나중엔 아들과 함께 내기처럼 했다. 나보다 발음상태가 훨씬 좋은 아들은 Next 버튼을 누르기전에 클리어 해야하는 미션을 빠른 시간에 해결한다. 나는 목소리도 작고, 발음이 별로여서인지 상대가 한번에 못 알아 들어 계속 반복해서 들려줘야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시간이 당연히 더디었다. 반복해서 들려주니 공부가 조금 더 되긴 했지만 흥미는 조금씩 떨어지고,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역시 칭찬이 중요하다.

아들도 해보라고 권했다. 한번에 넘어가고, 발음이 좋으면 잘했다고 상대캐릭터가 칭찬을 해준다. (excellent, very good ...) 나는 잘해야 very good 이다. 쳇. 사람 차별하고 있어.

나보다 잘하는 누군가를 가까이서 지켜보면 배가 아프고 샘이 나는데, 상대가 아들이면 마음이 달라진다. 흐뭇했다. 오히려 더 해보라고 부추긴다.

"제가 내 말은 잘 못 알아들어. 이것 좀 해죠"

"이 화면이 잘 안 넘어가네, 미션 클리어 해주라"

"쟤가 나보고 I can kill you 래, 나 죽는거야?"

(I can kill you 가 아니라 나중에 생각해보니  I can't hear you 인것 같다. OTL)

아들은 재밌어 했다. 한번 잡으면 진도가 팍팍~ 나간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가 전부인 윤선생 영어공부를 하다 게임처럼 말하면서 퀴즈도 풀고, 미션을 완수하면 stage 가 하나씩 올라간다. 성장이 눈에 보이니 당연히 신날 수 밖에 없다. 딱딱하고 지루한 공부도 이렇게 게임과 접목시키면 성공할 것 같다. 왜 이렇게 안 만들까 모르겠다.

처음에 책상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열심히 미션을 클리어 중이다.

조금 지나면 자세가 불량해진다. 책상위에 두 다리가 올려지고, 발은 까딱까딱.

처음 초보단계는 참 쉬웠는데, 두어달을 넘어가니 지문이 길어지고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와 난이도가 높아진다. 아들도 조금씩 흥미를 잃어가고, 나는 진작에 두 손 들었어서 토크리시(Talklish)와는 이별을 했다.

[NGBR]

이게 2012년부터 있던거군요? 어플있어서 저도 아들과 몇번 해봤었는데..

[알렉산더]

나중엔 내 발음을 못알아듣고 화를 내더라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