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시| 제이크 레빈(JACOB LEVINE)
보이지 않는 신천 수달 외
(김미연, 제이크 레빈 옮김)
신천 노숙자의 수염이 양은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것
무수한 두루미가 개구리를 잡아먹는 것
오리들이 잉어를 쫓고 수많은 봄과 여름의 벌레를 잡는 것을 보았지만
신천에 사는 수달은 절대 본 적이 없다
야생 호랑이가 없는 범의 나라 한국
그리고 신천, 은유적 개울에 떠다니는 상징적인 수달들
보이지 않는 수달들은 잉어의 비닐을 갉아내고 수염을 축축이 적시고 공원 시설 관리들의 귀에 고요하게 비밀을 속삭인다
오염 막으로 누렇게 돼버린 달 아래에서 콘크리트 둑을 긁어내고 어두컴컴한 너의 집에 경계 표시를 하며 어떠한 야만의 소리를 외치고 있니?
수달아 물의 딸아 물 족제비야 너의 흔적을 낸 것을 받기 위해 우리가 너에게 너를 알려줄 안내판이 새겨진 조각상과 벽화를 바칠 게 그리고 텅 빈 놀이터 옆에 "수달의 꿈"이라는 시도 거대한 돌에 새겨 줄게
컬러풀 대구였던 파워풀 대구 나의 신비로운 수달 종교집단 수달들은 묻고 싶은 질문이 너무 많다
보이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
보이지 않더라도 이해해 준다는 거 그게 바로 수달의 힘이다 비밀의 힘이다
믿기 위해선 보아야만 하는 거야?
우리는 기억들과 나무들처럼 침묵 속에서 목격하지 않음으로써 목격한다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찾지 않으면서 찾는다
생각에 아니고 공간에 존재한다
보든지 안 보든지 수달들은 기다리고 지켜본다
그러니 너의 털북숭이 집게발로 굴, 집, 상처도 파보렴
너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마음을 열어보는 게 어떨까?
수천 년 동안 카발리스들은 신의 진짜 이름을 몰라 유대인들이 신의 이름을 대신하여 쓸 수 있는 이름에 대해 논의한다
수성구와 중구 사이에서 어둠의 물결이 거친 빛에 비치는 것을 다리에서 내려다보며
공중에 걸려있는 나는 수달이 또 다른 신의 이름일 것이라고 믿는다
혹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일 수도 소리는 같지만 뜻이 다른 무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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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닫는 앞산 꿩
극심한 추위, 쓸쓸한 낮
노란 거실 창문의
우는 광대와 같은 얼굴에서
뻘뻘 흘리는 물방울들
좋은 아침
부풀린 근본적인 본능
산바람을 맞으며 디스코하는 가슴의 털
실현되지 않은 욕망의 고기 꼭두각시
안녕
주위의 세상을 사랑하고 몸을 사랑할 때는 좋은 아침이고
나는 좋은 아침을 좋아해서
늘 아가페적 사랑을 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오늘 좋은 아침이고 좋은 아침이면
야만적 풍습으로 숲속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해
젊은 수많은 믿음 없는 밤 후
술취한 나는
집 밖의 낯선 꽃무늬 소파에서 일어났어
가슴에 수탉을 달고
내 가슴에 있는 수탉이
그의 부리를 내 입술에 눌렀어
그때
나의 모든 친한 친구들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의 유령이었어
벽을 통과하려고 할 때
중간을 통과한 후 꼼짝 못해
이것이 세상의 모든 흥미로운 사람들이 사라진 이유야
그래서
나는 잘 사라지는 습관이 있었지만
내가 수탉에게 키스했을 때
눈에 보이는 세상에 존재하기로
나의 데스티니의 소스를
나의 인생의 닭똥집에 뿌렸어
마음을 먹었어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
무대가 되고 싶어
재미있는 사람들의 발에
내 얼굴을 걸을 수 있도록 초대하고 싶어
피와 땀과 꽃잎으로 뒤덮이고 싶어
그런데
무대가 되기 전에 먼저
가장 큰 무대로 가야 했어
그래서
등산화
등산복
그리고
산악 염소의 용기를
다 챙기고
절벽에 매달리고 싶은 마음으로
하이 오 하이 오
앞산에 가야해
안일사를 지나갈 때마다
나의 소중한 심리 상담자의 말을 기억해
아무도 기원을 모른 야생 동물을 쓰다듬으면
우울증에 좋아
잘 알고 있지만
아무도 기원을 모른 야생 동물을 쓰다듬은 것보다
나의 보송보송한 야생 동물 몸으로
다른 사람의 야생의 마음을 만지고 싶어
등산할 때
눈 속의 붉은 발자국처럼
빵 부스러기처럼
길옆에 실연의 상처를 남기는 동안
동물을 볼 때마다 미치광이 같게 팔을 내던지고
꿩 새 목소리로
이 낯선 친구에게
사랑해
라고 하지
멧돼지, 뱀, 강아지
그리고 꿩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만약 왕굴에서 수염 난 유대인을 만난다면
그가 겨울나무처럼 벌거벗은 채로
바람 안에 춤추고 있다면
틀림없이
내가 그 유대인야
지나가면
어떤 동물이든 간에
인사해 줘
사랑해 줘
동기를 의심할 필요 없이
빗줄기와 세찬 바람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어
동굴에서 춤을 추는 것은 일종의 종교이고
고대 기도의 언어는
몸에 흐르는 땀
뚝뚝
트롤로디테같은 삶을 살기로 해
내 얼굴의 반을 덮고 있는 거대한
바퀴벌레 두 마리 같은 눈썹을 원해
막대기만 사용해서 몇 시간 동안 불을 피우고
나무 몽둥이로 친구들을 때려죽이고 싶지만
난 아무도 다치게 한 적이 없어
식물, 동물, 인간을 사랑하는 나는
약간 거세한 놈
이제 네안데르탈인이 될 수 없는 놈
불을 피울 수 없는 놈
무대가 될 수 없는 놈
나의 모든 아름다운 귀신들
춥고, 외롭고, 이 지루한 세계가
쓸쓸한 한 아침에
아파트 밖 나가기 힘들지만
창문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결로에서 나온 것이 아니야
그것은
볼 수 없는 모든 것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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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레빈(JACOB LEVINE)
제이크 레빈은 대한민국 대구광역시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조교수이다. 그는 12권 이상의 책을 저술, 공저, 번역, 공동번역했으며 블랙오션의 달나라 한국시 시리즈의 시리즈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풀브라이트(Fulbright Fellow), 한국 정부 장학금 수혜자였으며,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Hattie Lockett Prize과 Johnnie Raye Harper Teaching Award을 모두 수상했으며, National Translation Award와 Lucien Stryk Prize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애리조나 주 투손 출신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지난 12년 동안 리투아니아와 한국 등 미국 밖에서 살았고, 지금은 그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로 시를 쓰고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