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체 행군 코스, 시작점인 종천면행정복지센타, 도착점인 보령 웅천초등학교
오전 9시 10분,
서천군에 있는 종천면행정복지센터에서 오늘의 행군을 시작한다.
도착지인 보령에 있는 웅천초등학교까지는 약 21km.
예상보다 조금 늦은 출발에 마음이 바빠지려 한다.
단톡방에 시작을 고하고, 영(靈)스승님들께 삼배 후 발걸음을 옮긴다.
왕복 6차선쯤 되려나?
시작부터 오랜만에 넓은 도로 위를 걸으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는다.
온 몸을 감싸는 후덥한 날씨에 시작부터 기세가 꺽이려는 찰나 어제부터 1박 2일로 걷고 있는 도반에게 들은 오늘 날씨는 어제보다 낫다(?)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되새기며 이 정도는 괜찮다.. 괜찮다.. 최면을 걸어본다.
도로를 지나 농가로 접어들며 지난주 행군시 우렁찬 개소리에 얼마나 놀랐던지 모퉁이를 돌며 몸이 먼저 조심스레 반응함을 보며 웃음이 난다.
체력 고갈로 시작부터 행군의 목적에 집중이 어려워 이 상태로는 통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것 같아 갑갑한 태양신경총이 뚫어져라 크게 만트라를 한다.
그냥 걸어도 힘이 빠지는데 만트라를 하니 더 대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들면 비전을 택하며 전승자는 용기 층차 이하로는 떨어지면 안 된다는 도정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나 소는 누가 키우나,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만트라를 한다.
뙤약볕 아래 정갈한 논밭에서 농부의 손길을 느끼며 감사함과 쌀 한 톨도 소중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그늘 한 점 없는 도로를 걷고걷다 지도를 확인하니 경로를 지나쳤다.
어? 버스정류장이 없었는데?? 어떻게 된거지??
다시 돌아가려니 다리가 돌덩이가 된 것 같다. 햇빛에 경사도 있었는데..
하지만 어쩌랴.. 길이 없는 것을.. 생각을 비우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도로변에서 양봉하던 아저씨가 아마도 저 사람 왜 저러나 했을것 같다^^
경로를 지나친 지점에 도착하여 버스정류장 표시가 없는 것을 확인한다.
산(?)을 가로지다보니 장소에 따라 GPS가 조금 늦게 잡힘을 보며 무조건 믿지 말라는 스승님의 말씀과 서두름에 마음이 뺏겨 있었음을 인지한다.
문 잠긴 농가 입구 그늘진 곳에 앉아 점심을 해결한다. 오늘따라 반숙 계란에 비위가 약해진다. 자반김과 탄산으로 서둘러 속을 달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혼자 걸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혼자 걸을때 쉬는게 의외로 쉽지가 않음을 깨닫는다.
쌩~쌩~ 차가 지나가는 서해안고속도로 옆을 나란히 걸으며 괜히 신기한 기분이다.
이어지는 넓은 도로 위 뙤약볕..
간간히 지나가는 차량에 흩어지는 마음을 해 보자는 용기로 계속 마음을 모으며 그냥 걷는다.
혼이 나간 것이 이때부터였을까?
마치고 돌아보니 내가 어떻게 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출발해서 바로 도착한 기분이랄까??
오후 3시 10분,
끝날 것 같지 않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도착지인 보령 웅천초등학교에 도착한다.
도착지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생수로 뒷목을 적시며 정신을 차려본다.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번 행군을 통해 용기와 애쓰지 않는 그냥의 의미를 깨우친 듯 하다.
이번 행군은 여러모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비전.참회.감사..
시작부터 6차선 대로에서 가볍게 몸을 푼다, 땡볕의 논밭에 없던 귀농생각도 사라진다^^ 서해안고속도로 옆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며 애쓰지 않는 그냥을 경험한 시간들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리 양호장님 무사히 살아 돌아오셔서(?) 천만 다행입니다~^^
그냥의 힘을 또 새겨봅니당~♡
내 보전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