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담의 압구정이라 불리는 와우리 아파트촌에 사는 젊은 부부 가족들과 화성의 효 유적지 탐사와 발안만세장터 그리고 예절 체험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발안시장 문화사업단에서 관광버스 한 대를 후원하여 아이들 25명 어른 18명 대표 민지영 공주님이야기 대표님과 총무 서윤희님, 한국학예사협동조합 최미연 대표님, 그리고 효행유적지 해설사로 필자 모두 45명이 참가했다.
와우리 휴먼빌 아파트 앞에서 9시 30분에 출발했다. 아빠들도 5명 참가해 주어 반가웠다. 많이 칭찬해 드렸다.
첫번 째 행선지로 융릉과 건릉을 양 옆으로 둔 사이길을 따라 30 여분 올라갔다. 아이들 연령이 서너 살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계층이라 딱히 무엇을 알려주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과 대화하기로 촛점을 맞추어 걷기만 했다. 주변에 있는 풀과 나무와 벌레와 이슬과 이야기하면 무언가 느낄 수 있는 체험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날씨가 그리 뜨겁지 않아 다행이었다. 조용한 숲길에서 각자 소근소근 도란도란 예쁜 화음을 이루었다는 걸 여행자들은 느꼈을까?
능선에 오르면 소나무 숲이 있고 의자가 두 개 있다. 그 지역은 하늘에서 기가 많이 내려오는 자리라고 장안대 정조효 전문 박천우교수님이 알려 주신 적이 있다. 우리나라 몇 안 되는 굉장한 기 장소라고 강조하여 말했지만 별로 실감이 나질 않는지 이게 뭔 여행이야 하며 지루해 하는 눈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뭔가 하는 것보다 좋다는 걸 어떻게 알려주지? 유치원생 아이들은 조금 벅찬 걷기였던 거 같다. 내려오는 길에 지관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조금 즐거워한다.
이야기인 즉, 정조대왕께서 지관을 데리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원 자리를 물색하러 다니던 중이었다. 물론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미행이었다. 어느 떠꺼머리 총각이 구덩이를 파고 있는 것을 보시고 물었다.
"구덩이는 왜 파는고? "
"지관한테 물었더니 여기가 명당자리라네요."
아무리 봐도 거기는 물찬 자리라 자손들이 망할 자리였다. 그걸 알고 내버려 둘 수가 없어
" 얘. 내가 100냥을 줄터이니 다른 곳에다 묻어라."
임금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자리를 알려 준 지관이 괘씸했다. 혼내 줄 양으로 지관을 찾아갔다.
" 이놈. 어찌 그 자리가 명당이더냐?"
" 모르시는 소리. 그 자리는 돈 100냥이 생기는 자리요."
임금님이 깜짝 놀라 자빠질 뻔했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 그렇게 용한 놈이 지 앞날은 못 보고 어찌 이런 거적데기에서 사는고?'
" 하하 . 이래뵈도 이곳은 임금님이 오실 자리요."
용한 지관에 감복하여 예를 갖추어 아버지 사도세자의 원 자리를 봐달라고 정중히 물었다. 하여 얻은 자리가 바로 현륭원, 지금의 융릉 자리라 한다. 융릉 북쪽 능선은 하늘의 기가 세게 내려오는 자리이고, 건릉 북쪽 능선은 땅의 기가 큰 곳이라 한다. 몸에 고질병이 낫기도 하는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으니 이 어찌 화성인들에게 큰 축복이 아니겠는가. 가족들과 나들이 자주 다니시길 바란다.
두번 째 행선지는 홍법산 기슭에 있는 효암이다. 융릉이 있는 화산을 다녀와서 또 산으로 모시기 갈등이 생기나 이왕 효행탐험대인지라 강행했다. 그리 높은 산도 아니고 또 백문불여일견 아니더냐. 다행이 중간에 탈락자는 없었다. 다만 어제 밤 과음한 아빠가 얼굴 색이 좀 울그락불그락 하여 약간 죄송했다. 하지만 효암을 안 둘러보고 화성의 효를 말하지 마라!
글로벌적으로 알려진 효자 최루백이 15세 때 도끼 한 자루를 들고 호랑이를 때려잡은 장소가 아니던가. 바로 루백의 아버지를 호랑이가 한 입에 잡아먹고 여기서 만고강산 부러울 것 없이 쉬고 있다가 참변을 당한 곳이다. 정조대왕께서 이를 가상히 여겨 원래는 금동바위인 것을 '효암'이라 명명하고, 수기리 일대를 효행마을로 선정했다. 대한 민국 최고의 효행마을이 된 것이다. 여러분은 이 부분에 자부심을 갖고 화성 봉담에 사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고 자녀에게 자긍심을 키워주시길 당부한다.
홍법산을 내려와 차로 5분정도 가면 최루백 효자각을 만난다. 화성시 향토유적 2호인 만큼 그 의미는 크다하겠다. 여기에는 아버지 최상저의 유허비가 함께 있다. 유허비란 공적을 인정하여 돌아가신 후에 내리는 정려다. 고려시대 명장이기도 한 최루백의 효행은 중국에도 잘 알려졌다. 세종대왕은 삼강행실도에 정조대왕은 오륜행실도에 실어 백성들에게 널리 가르쳤다. 루백은 효행 뿐만 아니라 염경애의 묘비석을 쓸 정도로 부인을 사랑했다. 묘비석이란 망자의 이력을 돌에 새겨 무덤에 함께 묻은 것을 말한다. 이것은 과거 역사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시대에 살아있는 교육이다. 구태하다고 지나쳐 보지 말고 효행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 깨달아 실천해야 한다.
효는 덕의 근본이라 했고 인륜의 최소한의 예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고부관계, 마마보이, 장모님의 지나친 치마바람 등등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은 효에 대한 왜곡에서 출발한다. 효는 자기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자기존재를 인식하고 자기 존엄을 바로 세우기 위해 최초의 상대인 부모의 존재를 우러러 존중하고 더 나아가 존경하는 것이다. 이러한 최초의 관계를 통하여 자존이 생기고 사회성이 발달하여 여기서부터 삶의 윤리와 도덕과 행복과 사랑이 차차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효란 자식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한 존재로서 자기 부모에게 먼저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부모는, 또는 부모가 되려는 사람은 이미 선각자가 되야한다는 게 핵심이다. 어른이 어른 노릇을 못 하면 효를 어찌 달게 받겠는가. 받을 수 있겠는가.
최루백 효자각을 나와 다음으로 이곤 효자각을 방문했다. 추운 겨울에 잉어와 오이가 먹고 싶다는 아버지의 청을 들어드리고 싶어 산 중을 헤매던 중 기적적으로 잉어와 오이를 구해 아버지께 드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최루백이 한림원 학사이고 이 곤이 홍문관 학사이신 걸로 보면 효란 덕 뿐만아니라 학문과 지혜의 밑바탕이 된다는 게 증명이 된다. 자녀가 공부 잘 하길 바란다면 지금 내가 내 부모에게 효도를 하고 있는가 먼저 살펴야 하고, 그 부모들 역시 이미 돌아가셔서 안 계신다 할지라도 효를 행해야 하는 데 끝없이 조상들에게 예를 올리는 것이 바로 효라 할 수 있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이제 진이 빠졌다. 별로 볼 것도 없고 들은 것도 없고 재밌는 것도 없는, 보이지 않는 "효"라는 것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이걸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좀 더 고민해 봐야하는 것이 내 숙제로 남는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 우선 발안 만세 시장으로 가서 맛있는 밥부터 먹고 보자. 출발!!!!!!
생각보다 발안만세시장은 시골장터도 아니고 도시장터도 아니었다. 세계장터랄 것은 더 더욱 없어 실망스러웠다. 봉담 압구정에서 온 사람들을 끌어당길 매력을 만들어 내야한다. 그저 안일하게 관광버스만을 제공하여 사람을 끌 일은 아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그래도 이 집은 음식맛이 좋았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총무님 남편은 막내둥이 무등태워 다니시느라 넘 고생하셨다. 그러면서도 내내 행복한 표정에 감동한다. 속으로는 어쩐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부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귀감이 된다.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시는 당신은 진정한 애국자 입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아이들끼리 서로서로 챙기고 보듬어주고 배려하는 분위기는 오늘의 최고의 즐거움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정말 훌륭하다. 믿음직하고 대견하다. 그런데 왜 이 나라 청소년, 노인, 젊은이 할 것 없이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최고 꼴찌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행복지수를 올리려면 봉담으로 오시라 . 여기 효행의 본 고장 봉담으로!!!
체험행사 도중 고기 먹어 본 것 처음이라고 최미연 대표님이 흐믓해 한다. 도시락을 싸 들고 다녔으니까 그럴만 하다. 발안시장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이번엔 각자 음식점을 선택하여 점심을 먹는 이벤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지영대표님이 한 턱을 걸쭉하게 쐈다. 덕분에 행복했다. 살은 좀 늘었지만.... 휘원 아버님, 속은 좀 풀리셨나요? 내내 걱정되었습니다. 지난 밤 과음하신 분이 이분이었어요.
밥 먹고 나서 발안 시장을 돌며 사진을 찍어 까페에 올리면 상을 주기로 공고했다. 포토제닉상을 주기로 한 것이다. 벽화에서 사진도 찍고
발안시장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좋았는지, 무엇이 특이했는지, 무엇이 불편 했는지, 무엇이 없었는지 등등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곳을 여행하는 목적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힘들고 지치고 들뜨고 실망한 오르락 내리락 했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라앉혀 평상심으로 돌아오는 체험을 하러 화성문화원 다례원으로 간다. 차를 마시는 예절도 배우고 가족과 함께 차를 마시며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교육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가만히 앉아 강의 를 듣고, 차례를 기다리고
답답한 듯도 하고 느리기도 하도 지루하기도 할 것 같은 시간들.
하지만 잘 견뎌주고 나서 차를 우리고 차를 따르고 차를 권하며 몸가짐을 바르게, 마음을 바르게 하는 예를 체험한다.
차맛에 대해 물으니 구수하다 맛있다 복숭아 냄새가 난다 밋밋하다 쓰다 심지어 똥냄새가 난다고 해서 박장대소를 한다.
가지런히 손바닥 위에 조그마한 찻잔을 올려놓고 다소곳 차를 마시는 모습이 정숙해 보이죠?
봉담서 발안까지 자가용으로 기껏해야 십 오분 거리인 것을 오늘은 장장 7시간에 걸쳐 달려 왔다. 가까운 거리지만 먼 시간 속에서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우리동네 구석구석에 유서 깊고 역사깊은 효행지와 가슴을 짠 하게 하는 삶의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놀랍기도 하고 가슴 부듯하기도 했다고. 눈에 보이지 않아 아무 것도 없는 시골같지만 삶의 흔적들은 여기저기서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체험했다고 탐험대원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
오늘 하루 즐거운 여행 이셨나요?
후기를 보니 최고였다는 분도 있고, 고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는 분도 있고, 좋았다는 분도 있고, 지루하단 분도 있고, 심지어 별 볼일 없이 최악이었다는 분도 있었다. 고맙다. 그리고 죄송하다. 전문가들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는 여행이었기에 부족했을 거다. 그래도 의미있는 시작이었다는 걸 기억해 주시길. 좀 더 즐겁고 유익한 우리동네 여행을 만들어 가는데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자랑스런 우리동네 이야기를 발굴하고, 나누고, 아이들과 함께 만들가는 것 그것이 진짜 아름다운 삶 아닐까? 오늘의 삶은 지금 여기 봉담에 사는 여러분이 주인공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