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안전비상에도 ‘전력난’ 핑계로 원전 고수
위조부품 들어간 원전도 그대로 가동
잦은 고장과 고장은폐, 위조 부품 공급 사태까지 원전 안전에 비상이 걸렸지만 정작 한수원과 정부 당국은 “위험이 없다”고 잡아떼거나 ‘전력난’을 핑계로 원전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 지식경제부는 지난 10년간 고리, 영광, 울진, 월성 원전에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대량으로 공급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위조 부품이 주로 사용된 영광 5호기는 잦은 고장사고가 발생해 문제가 되던 곳이다.
그러나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번에 적발된 부품은 방사능 누출과 관련된 원전의 핵심안전설비에는 사용할 수 없는 부품”이라며 원전 안전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검증품은 모두 원자로 격납건물 외부에 있는 보조설비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도 “검증서가 위조되었을 뿐 제품의 성능에는 문제가 없고 이 제품들이 밖에서 쓰이는 소모품들이라서 원전사고의 위험은 없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일부 언론들은 위조 부품 사태가 발생하자 올겨울 닥쳐올 전력난이 역대 최악이라는 보도를 내보내며 원전안전에 대한 점검에 앞서 원전 가동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 “전기가 모자라니 수천 개의 위조된 부품을 끼우고서라도 원전 가동을 강행해야 한다는 말이냐”며 “불안한 원전 문제를 전력난으로 덮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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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난 보도 화면 [출처: KBS 뉴스 캡쳐] |
올 들어 잦은 고장사고와 사고 은폐, 납품비리 사건이 줄지어 드러나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한수원과 지식경제부는 원전 가동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품질보증서 위조사건에도 한수원은 “영광 3,4호기와 울진 3호기는 실제로 사용된 미검증 부품 수가 많지 않아 운전 중에도 교체 작업이 가능”하다며 운행을 계속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도 영광 5,6호기의 가동중단으로 연말 200만 KW의 예비전력이 줄어들었다며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자회사 등 전력 유관 기관장들을 긴급 소집해 비상전력수급대책회의를 열고 동계 전력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환경련과 에너지정의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전력난’을 핑계로 원전의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환경련은 오히려 “전력난은 핵발전소 확대가 불러온 전력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핵폐기물과 핵발전소 폐로비용, 사고 대비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가운데 낮게 산정된 원전단가는 값싼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환경련은 또 “멈추지 않고 가동되는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소비하기 위해 값싼 심야전력요금과 경부하 요금제가 만들어졌고 왜곡된 전기요금 산정 체계로 인해 1차 에너지보다 싼 요금이 유지되면서 산업계의 전기열 수요는 급증하고 공장에서는 아까운 폐열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련은 “핵발전소는 최저전력소비를 담당하는 기저발전용”이라며 “핵발전소가 없으면 마치 전기를 쓰지 못할 것 같은 위협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도 7일 아침 SBS 라디오 ‘김소원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 현재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발전소들을 사실 전부 멈추고 전체적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데, 겨울철 전력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되었던 발전소들, 또 그 외의 발전소들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안전점검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후쿠시마 이후에 전 세계가 탈핵으로 나가고 있는 만큼, 핵 발전소의 개수를 줄이는 문제로까지도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극적인 정치권 차원에서의 논의와 해결책 마련이 촉구되어야 한다”며 대선정국에서 주요 후보들이 에너지 정책에 탈핵 의제를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참세상 / 성지훈 기자 2012.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