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성경: 박희천자서전
국제제자훈련원
성경 읽기를 배운 최원초 목사님
세 번째로 잊지 못할 분은 최원초 목사님이다. 내가 어떻게 이런 분을 만났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최원초 목사님은 내가 이북에서 다닌 교회와 같은 시찰의 목사님이었다. 귀한 목사님이라는 말을 듣고 1946년 12월에 이분을 찾아갔다. 당시 나는 인민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최 목사님을 만나 “제가 지금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최 목사님은 맏아들이 나와 동갑이라며 나를 마치 아들처럼 귀하게 봐주셨다.
1947년 5월 말에 뵈었을 때 최 목사님은 “네가 앞으로 신학 공부하고 목사가 되려면 본문부터 많이 읽어라" 하고 당부하셨다. 당시 초신자였던 나는, 본문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도잘모를 때였다. 그때 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최 목사님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본분에 뜻을 두고 읽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2016년 10월 현재까지 69년 동안 성경 본문 읽기에 주력해 왔다. 그날 내게 주신 그 교훈이 아니 었다면 나는 허송세월했을 것이다. 덕분에 본분에 충실할 수 있었고 덕분에 오늘의 나도 있게 되었다.
나는 강해서를 낼 때마다 서문에 최원초 목사님을 꼭 언급한다. 최 목사님은 성경을 깊이 사랑하신 분이다. 최 목사님이 "빌립보서를 3,000번밖에 못 읽었다. 많이 못 읽었다"라고 하며 놀랐던 적이 있다. 최 목사님은 1947년도 연말까지 요한계시록을 1만 번 읽었다. 새벽기도 마치고 교회에서 요한계시록을 한 번 암송한 뒤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했다. 20분 만에 암송하면 옆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고, 18분 만에 끝내면 옆에 있는 사람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말이 빨라진다. 요한계시록을 1만 독 하시다니, 보통 분이 아니다. 성경을 그만큼 열심히 읽는 분은 좀처럼 찾기 드물다.
나는 평생 최원초 목사님을 닮아 성경을 열심히 읽기 위해 애썼다. 주일 강단에서 힘 있는 설교를 하려면 본문을 보는 데만 하루 4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날마다 구약 2시간, 신약 2시간씩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69년간 매일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고려 신학교 다닐 때 학기 중에는 하루 4시간 읽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방학이 되면 꼬박 4시간씩 성경을 읽었다.
1968년 미국에서 돌아와 1991년까지 23년 동안 4시간 성경 읽기를 지켰다. 백내장 수술을 한 뒤에는 눈이 쉽게 피로하여 4시간을 다 채우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요즘은 강해서를 쓰 고 있어 4시간을 다 채우지 못한다.(124-125쪽)
내가 하루 4시간 성경 읽기를 삶의 신조로 삼은 것은 최원초 목사님을 통해 강한 도전을 받은 덕분이다. 그 바람에 이만큼이라도 하게 되었다. 목회자라면 죽을힘을 다해 성경을 읽어야 한다. 하루에 겨우 몇 장 읽고, 설교 준비할 때만 성경 읽고, 그래서는 절대 안 된다. 목사가 죽을힘을 다해 성경을 읽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 나에게 성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최원초 목사님에게 늘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127)
목숨 걸고 성경 읽는 삶
하나님의 은혜와 여러 은인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나는 목숨 걸고 성경 읽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50년 1월 1일부터 성경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매일 시편 다섯 편과 잠언 한 장씩을 따로 읽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 한 달이면 1독 할 수 있는 속도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시편과 잠언을 732번 읽었다. 시편과 잠언은 내가 특별히 사랑하는 말씀이다. 시편은 고통당하고 눈물 흘리고 낙심하고 실망할 때 위로와 소망과 용기와 힘을 준 말씀이고, 잠언에 담긴 지혜로는 처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최원초 목사님이 요한계시록 1만 독, 빌립보서 3,000독 하는 걸 본받고 싶어 나도 성경 읽기를 따라 했지만 내가 성경을 얼마나 아는지 자문하면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 성경 전체를 태산에 비유한다면. 69년간 성경 읽기에 죽을 힘을 다 했다고 해도 그저 태산 한 모퉁이를 손가락으로 긁다 만 정도라고 느껴진다 성경은 간단하게 점령되는 책이 아니다. 그러므로 온힘을 다해 성경을 읽어야 한다.
나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설교학과 헬라어를 강의했는데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신학을 공부하는 3년 동안 최소한 하루에 구약 3장, 신약 1장은 읽어야 한다. 신대원 3년을 마치면 자동으로 성경 전문가가 된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렇게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신학교 졸업하고 목사 고시 마친 다음 날 여러분은 ‘성경 유치원’에 재입학해야 한다. 그때부터 목숨 걸고 성경을 연구해야 한다.” 나는 신대원생들에게 최단 기간에 신구약 성경을 100번 읽으라고 주문했다. 그것이 당회장이 되기전에 해야 할 첫 번째 과업임을 강조했다.
은퇴 이후부터 성경 강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목회하는 동안 가졌던 평생소원이다. 지금까지 《사무엘상 사무엘하》,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 《북국 이스라엘》을 썼다. 현재 《남국 유다》를 쓰고 있는데 2017년 6월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리스도인 특히 목사라면 목숨 걸고 성경을 읽어야 마땅하다. 히말라야에 올라가보지 못한 사람이 히말라야를 말할 수 없고, 성경을 읽지 않으면 하나님 말씀을 전할 수 없다. 성경을 적당히 읽어서도 안 된다. 어물어물하다가 하루에 한 장도 채 읽지 못하고 넘어가기 쉽다. 성경에 목숨을 건다는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한다.
성경 공부에는 한 방이 없다. 성경 연구는 뜨개질과 같다.
사업은 잘만 하면 대박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성경 공부는 사업과 다르다. 한 코 한 코 통과하지 않고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일생 한코 한코 뜨개질하듯 성경을 알아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나님을 발견해가다가 이 땅을 떠나는 것이다.
“곱사등이 면할 생각하지 말라. 평생 책상 앞에 앉아 곱사등이가 될 정도로 공부하라”며 내
가 신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곱사등이 안 되겠다고 허리를 폈다가는 뒤로 벌렁 자빠진다. 공부하지 않고는 나올 게 없다. 참기름병을 기울이면 참기름이 나오고, 석유병을 기울이면 석유가 나온다. 성경을 먹어야 성경이 나온다. 누에가 뽕잎을 먹지 않고 명주실을 낼 수 없고, 은행에 예금하지 않으면 출금할 돈이 없다. 성경을 예금해놓아야 성경을 출금할 수 있다. 성경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자꾸 다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성경이 줄줄 나올 수 있도록 매일매일 성경을 가득 채우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교인과 후배와 제자들에게 한 말은 “성경을 많이 읽으세요” 밖에 없다.(135-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