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강네가 다니는 한무리교회는 무척 부산합니다.
뜻하지 않은 목사님의 병환, 10월말에 있는 바자회, 엄집사님네 모친상 등으로
누구하나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덩달아 운강엄마도 바빠졌습니다.
오전에는 선생님 공석으로 유치원 아이들 보는 일을 잠시 하고 있고
오후에는 5학년 아이들 공부를 돌봐줍니다.
하루는 2학년 아이들이 야외수업을 나가서 좀더 조용한 곳으로 옮겨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곳 책꽂이에 꽂힌 초등학교 교과서가 운강엄마 눈에 들어 옵니다.
운강이 떠나고 운강이 유품들을 서둘러 이곳 한무리로 보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학년 교과서를 꺼내 맨뒤쪽을 봅니다.
"범계초등학교 2학년3반 조운강 부반장거얌"이라고 적힌 교과서가 나옵니다.
반가움반 서러움반으로 책을 봅니다.
여러가지 일들이 지나갑니다.
2학년1학기 운강이가 부반장이 되어서 집에 왔을때
운강엄마가 전학 보내야 겠다고 펄쩍 뛴 일...
2학기 반장 선거에는 여러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 아래
아예 반장 선거에 못나가게 한일...
하지만 운강이는 반장 부반장이 좋았나 봅니다.
아이들 조용히 시켜야 한다고 일찍 일어나 누나들보다 일찍 등교하곤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이름을 부르지 않고 부반장! 부반장 ! 부르곤 하는게
싫지 않은듯 했습니다.
운강엄마만 운강이가 늦둥이다 보니 10살씩 차이 나는 학부모들과 어울리는게 힘들것 같아
그냥 한발 물러나서 바라보고 싶었던 것 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운강이를 2학년 올라와서 정말 전학을 시켰으면 어땠을까?
지금도 엄마아빠 곁에서 삶의 활력소가 되어 귀염받고 있을 텐데...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님 운강이가 정말 세상을 일찍 떠날 운명이었다면
하고 싶어 하던 반장도 하게 해줄걸 하는 후회도 합니다.
어제는 바자회때 팔 재활용 의류를 정리 했습니다.
겨울에 운강이가 떠나고 보냈던 운강이 겨울 태권도 방한복,양말들,스키복 등도 나왔습니다.
운강엄마는 운강이 스키복을 집어 들었습니다.
운강엄마가 조스키!조스키! 하고 불렀던 운강엄마의 목소리와
운강이의 체취가 소중히 묻어 있습니다.
운강이 떠나고 집안 어른들이 엄마아빠 생각해서 서둘러 보냈던 운강이의 유품이
이곳 한무리에 묻어 있었습니다.
이제 운강이 엄마아빠에게 운강이의 유품은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대신하는 것은 운강이의 손때가 묻은 유품 뿐입니다.
운강이와 같이 살아 갈 수 없으면 운강이 유품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습니다.
잊고 살 수는 없는 일이기에
엄마아빠가 생을 다하는 날까지 간직 하고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