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門傳>>과 <<醒世恒言·李道人獨步雲門>>에 수록된 종족 이야기와 종족 인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醒世恒言·李道人獨步雲門>>의 저본은 명말 산동 청주 일대의 지방 문인들이 쓴 <<雲門傳>>의 산문 부분이며 두 책의 종족 관련 내용과 인식은 큰 차이가 없다. 두 책의 저자는 이청의 신선되기를 중심으로 한 이청이야기에서 종족사회를 신선세계와 대립적으로 구성하여 종족의 중요성을 부각하였다. 이는 명말에 종족이 엘리트뿐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실체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 주인공 이청의 종족은 도시 서민을 주축으로 한 종족이자 족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종족이었다. 비록 중국 종족의 지표인 사당, 족전, 족보가 보이지 않지만, 족장이 ‘종족 관리를 위한 특정 조직과 시스템’ 역할을 하였다. 유동성이 강하고 다양한 성씨들이 혼재하는 도시에서 효율적으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 결정과 탄력적인 협력 체제의 유지가 매우 중요하였고, 그 최적의 기구가 족장이었다.
셋째, 도시 종족의 족장은 향촌의 종족과 마찬가지로 여러 支派[房支]로 종족을 조직하고 운영하였으나 종족 결집 정도나 족장의 권력 행사는 향촌의 그것만큼 강하지 않았고 리더십도 달랐다. 족장 이청은 공정한 자세로 족인을 대하여 족내를 화합시키고 안정시키는 무위지치의 태도로 종족을 이끌어 족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것도 그 예다. 그리고 도시 서민 종족은 족장의 역량이 종족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였다. 이청이 족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족인들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었고 종족의 안정적 유지도 가능하였지만, 그의 부재시 종족이 위기에 빠지고 멸족에 이르렀다는 소설의 설정은 당시 족장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종족묘지는 이청 종족의 대표적인 물질적 기초로, 후손이 사후에 묻힐 공간이자 조상과 후손들이 함께 할 공간이었다. 이청이 선계에서 청주성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찾아간 집이나 자손이 종족사회의 출발점이라면, 가장 마지막으로 찾아간 선영은 종족사회의 마지막 보루이며 ‘조상–자신–후손’으로 이어지는 종족사회의 ‘과거-현재-미래’가 응축된 공간이었음을 보여주었다.
넷째 두 책에는 ‘宗’, ‘族’, ‘親’, ‘門’ 등의 글자가 들어있는 종족 용어들이 많이 보이는데, 특히 宗族, 祖宗墳墓, 宗親, 宗支, 華宗, 宗派 등은 운문전이 명말 종족사회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종족 용어와 더불어 다양한 분묘 명칭이 구분 없이 섞어 쓰이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산문과 운문이란 문체의 차이 이외에도, 종족사회의 민중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언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이씨 종족의 시조로 노자 이이를 명시하는 것도 당시 산동의 망족들이 종족 형성 과정에 시조나 시천조를 확정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어 : 명후기, 소설, 종족이야기, 종족인식, 운문전, 성세항언, 이도인독보운문
關鍵詞 : 明後期, 小說, 宗族故事, 雲門傳, 醒世恒言, 李道人獨步雲門
Key words : Late Ming Dynasty, Novel, Clan stories, Clan Idea, Yunmen Zhuan, Xingshihengyan, Li daoren dubu yun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