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킬라 ‘한 잔’과 함께 생활이 된 ‘라틴의 낭만’
‘베사메무초’ ‘라쿠카라차’ ‘쿠쿠루쿠 팔로마’…. 멕시코 전통음악 마리아치(Mariachi)를 만나러 찾아간 가리발디광장은 마리아치의 매혹적인 라틴 기타와 선인장술 데킬라의 짜릿한 흥취가 도도한 낭만의 해방구였다.
멕시코시티 동쪽 가리발디광장에 해가 지면 화려한 전통의상 ‘차로’와 챙 넓은 모자 ‘솜브레로’를 차려입은 악사들이 몰려나온다.
기타 3인조 ‘트리오’부터 12인조까지 다양한 악사들은 눈어림으로도 30여팀, 200여명. 광장에 들어서자 다가와 “마리아치?” 한다. 한 곡에 100페소, 우리 돈 1만3000원쯤이니 만만치 않다.
광장 양편엔 ‘쿠쿠루쿠 팔로마’의 전설적 여가수 롤라 벨트라와 작곡가 토마스 멘데스 소사, ‘볼레로의 왕’ 야비에르 솔리스, 국민가수 후안 가브리엘 등 20여명의 마리아치 음악인 동상이 늘어섰다.
세상을 떠난 대가 뿐 아니라 생존한 가수와 작곡가들의 동상도 여럿이다. 문득 한 시대를 풍미하고서도 쓸쓸할 죽음뒤 가뭇없이 잊혀져가는 우리 가수들을 떠올리며, 마리아치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부러웠다.
3대째 마리아치 악사를 가업으로 잇고 있다는 루시오 올리바씨는 “마리아치는 음악 장르가 아니라 멕시코 민속음악 전반을 일컫는 것”이라고 했다. 전통의상 차로를 입은 악사들이 기타 바이올린 같은 악기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낭만적인 음악을 통털어 일컫는다는 설명이다.
흔히 알려져 있는 이름의 기원은 1864년 멕시코를 침공한 프랑스인들이 결혼식 때 현지 악사들에게 연주를 시킨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리아주’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그러나 올리바씨는 “‘음악하는 사람’을 뜻하는 코카족 인디언 말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이설을 폈다.
마리아치는 인디오와 백인 음악의 혼혈이다.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이 접목된 쿠바나 브라질의 리듬 음악과 뿌리가 전혀 다르다. 할리스코에서 지역 음악으로 시작된 마리아치는 1810년 스페인과 독립전쟁을 벌이면서 국민적 동질성을 담보하는 상징으로 각광받았다고 한다.
광장 한켠에선 10명이 넘는 대가족이 마리아치 밴드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분수대 턱에 놓인 데킬라 병은 벌써 반쯤 비었다. 멕시코시티에선 실외에서 술을 마시는 게 불법. 단 한 곳, 가리발디광장만 예외다.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 허용된 도심 속 해방구인 셈이다. 40대 엔지니어인 카를로스 부르고스씨는 “아내 생일이라 처가 식구들과 축하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에겐 특별한 날 가족, 연인과 가리발디광장에서 마리아치를 들으며 노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검정 넥타이가 맵시있는 ‘노천 웨이터’에게 술을 주문하자 데킬라를 병째 갖다주고 마신 만큼 계산하란다. 안주는 소금을 뿌린 라임 조각 몇개. 테킬라를 한모금 마시고 시디 신 라임을 한입 깨물면 눈물이 찔끔 날만큼 짜릿하다. 밤이 깊을수록 광장은 흥이 더욱 도도해졌다. 꽃다발을 들고 서로 어깨를 감싸안은 채 세레나데를 듣는 젊은 연인, 춤스텝을 밟는 초로의 부부,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들에게 마리아치 음악은 ‘전통’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멕시코시티(멕시코)=권혁종기자 hjkwon@chosun.com)
------------ 멕시코 음악은… 흑인음악 영향 덜 받아 ‘라 밤바’도 빅히트 ------------
멕시코는 다른 중남미 국가에 비해 흑인음악 영향을 덜 받았다. 그만큼 ‘스패니시 기타’의 로맨틱한 선율을 지켰다. 볼레로든 트리오나 마리아치 음악이든, 멕시코 음악은 낭만적 기타 멜로디가 생명이다. ‘라틴의 정열’이 브라질과 쿠바라면, ‘라틴의 낭만’은 멕시코다.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은 노래 ‘베사메 무초’가 그런 특징을 말해준다. 코스터스를 비롯해 무수한 미국 팝그룹이 불렀고, 심지어 영국 비틀스도 기타 선율에 압도돼 공연 중 라틴 레퍼토리로 이 곡을 택했다. 국내에서도 원로가수 현인 노래로 유명하다.
‘라 밤바’도 멕시코 음악을 대표하는 곡. 원래 베라쿠르즈 지방에서 결혼축가와 춤곡으로 불리다가 17세기 이래 ‘비공식 멕시코 국가’가 됐다. 1958년 미국 리치 발렌스가 로큰롤로 바꿔 세계에 퍼졌고, 1987년 로스 로보스가 리메이크해 인기차트 1위에 올렸다.
‘텍스멕스(Tex-Mex)’는 인접한 미국 텍사스주와의 ‘퓨전’ 음악. 멕시코시티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중 절반 이상이 텍스멕스였다. 리치 발렌스와 버디 할리가 로큰롤 리듬으로 공식화했다. 1990년대 중반 라틴팝 스타 셀레나가 열성팬 총에 숨진 것을 계기로 그녀의 출신지방 음악인 테하노(Tejano) 붐이 일기도 했다.
첫댓글 하하하하... 저번에 엘리 보면서... 그거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아앗! 엘리 맥빌...^^ 저두 그 장면 기억해요.
데낄라, 나쵸, 살사소스, 선인장, 챙모자, 태양문신...멕시코하면 생각나는 것들입죠
멕시코의 모든 단어들은 듣기가 왠지 기분이좋군요...
들어보고싶네요^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