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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竹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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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는 입승이나 의식을 담당하는 지전 스님들이 사용한다. 경책사는 긴 장군죽비를 주로 활용한다. 사진은 지난 8일 직지사에서 열린 사미(니)계 수계교육 현장. 불교신문자료사진
대중 수행 지도…경책용 법구
입선 방선 의식때 행동 통일 신호로 쓰기도
죽비는 선가(禪家)에서 수행자를 지도할 때 사용하는 법구다. 죽자(竹子)라고도 부른다. 약 40~50cm 길이의 대나무를 길이 3분의2쯤은 가운데를 타서 두 쪽으로 갈라지게 하고, 3분의1은 그대로 두어 자루로 만든 형태가 보통이다. 죽비를 사용할 때는 자루를 오른손에 쥐고 갈라진 부분을 왼손바닥에 쳐서 소리를 내어 대중의 수행을 지도한다. 좌선할 때 입선(入禪)과 방선(放禪)의 신호로도 쓰인다. 공양할 때도 죽비 소리에 따라 모든 대중들이 행동을 통일하게 되어 있다. 선가에서는 또 수행자의 졸음이나 자세 등을 지도하는 약 2m 정도의 큰 죽비도 있는데, 이를 ‘장군죽비’라고 한다. 경책사(警策師)가 이것을 가지고서 어깨부분을 쳐서 소리를 내어 경책하는데 사용한다.
입승은 ‘훈계의 봉’이라 쓰여진 장군죽비를 어깨에 둘러메고 걷다가 졸고 있거나 자세가 흐트러져 있는 수행자가 있으면 오른쪽이나 왼쪽 어깨에 내리쳐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그 소리로 말미암아 다른 수행자들도 잠을 쫓고 산란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된다. 죽비의 사용은 입승이나 의식을 담당하는 지전(知殿) 스님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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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기원
자세하지 않으나 중국의 선림(禪林)에서 유래되어 널리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선가에서는 죽비가 화두의 역할도 했다. <무문관> 제43칙에 나오는 “수산죽(首山竹)”은 대표적인 죽비화두다. 수산 성념선사는 임제 의현선사의 4대 법손으로 풍혈 선사에게 법을 받은 선지식이었다. 어느 날 수산선사는 죽비를 들어 대중에게 보였다.
“그대들이 만약 이를 죽비라고 불러도 어긋나고 죽비라고 부르지 않아도 어긋날 것이니라. 그대들은 얼른 말해보라 무어라고 부르겠는가.”
이에 대해 무문 혜개선사는 <무문관>에서 “죽비를 죽비라 불러도 안되고 죽비라 부르지 않아도 안되는 이치를 알면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죽비는 참선 이외에도 예불과 입정, 참회, 공양, 청법에 이르기까지 불교의식. 의례 대중의 행동을 통일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최근에는 사찰이나 선원 강원 등에서 꼭 필요한 불구다. 일반 가정에서도 훈계하고 자신을 경책하는 의미에서 죽비를 걸어두는 경우가 많다. 자녀교육용으로도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