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吼山에서 본 雪嶽山
2913년 3월 21일
쌈장, 상록수, 호산자, 요물
강원도 강릉에 도착하자 春分에 때아닌 폭설로 온 세상은 하얀 나라였다. 매년 3월에 때아닌 눈이 내리긴 하지만
어제는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않고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이렇게 많은 눈을 보는 건 횡재였다.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으로 접어든 이 때에 20cm 넘게 눈이 내린 건 동해안에 찬 공기의 영향으로 4월까지는 꽃샘추위
가 잦겠다라는 거다.
유난히 매서웠던 올 겨울은 각종 기상 관측 기록을 바꿔놨다.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 기온은 우리나라가 공식적
으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았으며 올해 1~2월도 매서운 한파가 수차례 한반도를 강
타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니 올겨울 들어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미만으로 떨어진 일수는 모두 26일로 2000
년 들어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도 이 겨울은 끝나지 않은건가, 春分이 어제였는데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
위가 같다. 이 절기를 전후하여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는다
는 절기라는데 계절이 무색할 정도다.
시내에서 호산자님과 만나 설악산으로 갔다. 호산자님은 두 번째 뵈옵는 분으로 지난 번 토막골 산행하고 강릉
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던 분이셨다.
늘 밤에 오던 길을 아침에 오니 네온싸인 불빛이 하얀눈꽃 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벚나무에 벚꽃대신 하얀꽃이 피어 축
늘어진 터널로 하늘은 구름한 점 없었다.
겨울에 왔어도 눈이 있고 바람이 있는 그런 길였다. 그런데 봄에 부는 바람 모진 추위가 어데가고 이렇게 고운 세상은 분
명 폭설이라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세존봉은 침봉으로 날 불러 세우고 설악동 소나무들은 눈을 가득 쌓아 솔잎에 눈꽃이 피어 푸른게 아니라 하얗다.
천국의 낙원이 지구에 내려와 앉은 것처럼 아름답다. 이 길을 그렇게 가고 또 내려왔건만 설악산에 피어난 차거운
겨울바람속에 피어난 하얀 雪花 천국이다.
오늘 내가 찍어 갈 수 있는 길은 이 눈 길을 헤치고 동화속에 멋진 풍경으로 주인공되어 설화에 다소곳 내민 울산바위이다.
울산바위는 설악산 북쪽에 있는 해발 780m의 암봉(巖峰). 둘레가 4㎞에 이르는 6개의 거대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상부에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 5개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울산(蔚山)이라는 명칭은 기이한 봉우리가 울
타리[蔚]를 설치한 것과 같은 데서 유래하였다. '조선지도' 등의 고지도에는 천후산(天吼山)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바위
가 많은 산에서 바람이 불어나오는 것을 하늘이 울고 있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내원골의 눈덮힌 풍광이 꽃처럼 피어난 듯하다.
고즈넉한 겨울 달마봉이 오랜세월 동안 안양암을 지킨 가지들마다 피어난 눈꽃이 춘삼월의 봄꽃이 되었다.
발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수북히 쌓인 눈이 산사을 지키고 있었다.
노오란꽃을 피운 생강나무는 하얀꽃에 밀리어 있었다. '내가 먼저 피어난게 웬수지!!, '
생강나무가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약삭빠른 너가 그래도 장하도다. 이 험한 세상 지키고 있으니'
흔들바위가 흔들리는지 힘센사람 한 번 흔들어 보시라.
무릎까지 쌓인 하얀 눈길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었다. 내가 가는 이 길에 피어난 雪花가 온 세상에 피었다.
화채봉에서 대.중청이 제일 큰 봉우리로 날 맞았다. 역시 하얀눈을 이고 있는 우리나라 가장 큰 산줄기가 피워낸
그림엽서에 무어라 쓰고 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늘아래 펼쳐진 하늘정원을 그냥 먼 발취에서 바라다 보았
다. 입을 딱 벌리고 서 있으니 찬공기가 목줄을 타고 내려간다.
울산(蔚山), 울타리쳐진 큰 암봉 사면을 따라 눈길을 오른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고 배고프면 배를 채우고
눈이 아프면 햇빛을 보고 비벼라, 정말 눈이 부시게 하얀눈꽃, 기암절벽을 따라 오른다.
거기에 멋진 한가닥 흥이 있다면 큰소리로 불러 보시라, 오르는 길이 좋아서, 너무 황홀해서 들려오는 소리가
귀에 솔깃한 노랫가락이다. 멋진 정선아리랑 소리가 들린다.
'설악산에 사는 딱따구리는 나무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집 멍텅구리는 있는구멍도 못 뚫나'
호산자님의 장단소리가 설악산에 울려 퍼진다. 따라 하라던 목소리에 들어보니 ㅋㅋㅋ. '누구네집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 황철봉이 삐죽 내밀며 미시령-북황철봉-울산바위갈림길로 해서 이길을 내려온 기억도 생각났다]
天吼山으로 오른다. 미시령과 상봉과 신선봉이 내 발길을 잡는다. 내 추억을 묻고 이야기를 마음속
그림을 그려본다. 힘들었던 시간은 잠시였고 곳곳에 잦은 여울이 설화속에 피어나기 때문이다.
天吼山이 가파르게 진행되기 시작한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미끄럽다.
내려준 밧줄에 의지해 올라야 한다. 오를수록 높아지고 높이 보아야 모두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상록수님이 그래도 척척 오른다. 생각했던 것보다 겁 없는 처녀처럼 ..
天吼山뒤로 상봉과 신선봉이 높이 크게 보인다.
눈쌓인 황철봉과 지능선들이 보여준 그림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늘 너덜로 발길을 잡던 무서운 봉우리는 하얀눈으로
덮어 황홀지경의 풍경들이 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더 , 더 높이 오르라. 멋진 풍광속에
설악산이 커서도 아닐 것이다. 天吼山 오르는 길이 힘들어서도 아닐 것이다. 이 모든 침봉들이 보여주는
일만봉이어서도 아닐 것이리라. 산을 온통 뒤엎은 눈, 장엄한 파노라마의 한 장면이 펼쳐졌다. 화채봉에서 대.중청,
공룡능선의 나한봉과 세존봉, 마등령지나 황철봉과 미시령까지,, 그리고 그 고갯길 너머 상봉과 신선봉과 진부까지 雪嶽
山였다.
눈이 있을때 가장 멋진 산으로 불려진다는 큰 산을 볼 수 있었다.
天吼山에서 본 설화가 이보다 더 멋질 순 없어라
가장 멋진 모습으로 청대산까지 담을 수 있는 여기가 최고의 전망대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좋아 나란히 그 길위에 선다. 그 멋진 전망대에서 빵꾸난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한다.
이 호사를 누릴수 있게 해주신 호산자님에게로..
진부령까지 속초시가
[미시령-상봉-신선봉-진부령까지]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이곳은 구름과 바람이 일궈내는 고산은 하얀산였다.
사진을 뒤바꾸어 보았다. 높은데서 낮은곳으로, 전망대에서 이리저리, 나만 좋은줄 알았는데 저네들도 좋은가보다.
'여보시오, 이 멋진 곳이 좋으면 말로 하시지, 살인미소가 겁나 보인다. 이보다 더 좋은 곳 또 보여달라 하면 어쩌나'
가까이는 콘도와 학사평저수지, 용촌천따라 용지호와 광포호, 영랑호까지 조망할 수 있다.
인공위성에서 보는 사진처럼 보인다.
수많은 산봉우리가 겹겹이 드리워져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는 봄꽃보다 곱고 화사한 눈꽃이 피고진다.
겨울도 아닌것이, 雪嶽山에 봄꽃이 피었다.
雪嶽山에서 늘 바라다 보곤 했는데. 골골 골짜기에서 쳐다보았는데 화채봉에서 보았는데 울산바위를, 대청봉에서
눈길을 보냈는데 天吼山으로..
[손을 흔들어 기쁨을 맘낏하면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설악산을 담는다.
내 마음을 열어 보일 수도 없고 가슴을 내밀어 하늘에 피어난 흰꽃송이같다는 천화대를 닮아 보이고 싶다.
오늘 天吼山에서 본 雪嶽山 정말 고마웠습니다. 호산자님과 쌈장님.
雪嶽山 하얀 곡선들속에 백색 설화가 만개한 정상 풍경은 산행의 극치였습니다.
산봉우리마다 만발하게 피어난 꽃들이 모두 고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풍경과 이 시간 이 天吼山에서 내려가면
언제 또 올랄 있으리오.
[내려 가려니 아직도 더 보아야 할 산이 남은 것 같은데. 해 떨어지기 전 저 산도 내려야 하나 보네요.]
바위가 많은 산에서 바람이 불어나오는 것을 하늘이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진동이 멈추지 않는
그런 天吼山이었노라.
,
낮은 산을 지닌 내원골에 아직도 눈이 가득하더이다.
이 추운겨울 알몸으로 서 있는 눈사람 젖꼭지가 왜 이리 토실토실한지, 쌈장님 해석 부탁해요~~
나도 좀 이렇게 성형수술이라도 할까도 해보고. 안돼겠지 상록수야?
눈사람도 天吼山에 눈꽃였네요.
노적봉과 권금성, 집선봉이 天吼山의 잔상으로 아직도 아른거리네요.
발가락이 아픈줄도 모르고 오르고 보았는데 이제서야 그 통증이 심하네요. 내려와서도 좋은 구경 시켜주시고 싶어
하시는 호산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바닷가에서 홀로 그 바다를 지켜 보았습니다. 天吼山에서 보여준 황홀
했던 풍경을 지울 수 없어서 졸려오는 졸음도 뿌리칠수 있었다오. 강릉에서 오리구이가 맛난 것은 天吼山이 있어서라
고 말하리라.
'離山',홀로 떨어져 있어 외로웠다면 말하리라, 오늘만큼은 행복했노라고.. 울산바위, 蔚山,天吼山과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산, '離山'에서 눈이 있어야 더 아름다운 산 雪嶽山을 보았노라.
오랜동안 산을 오르고 공부하신 덕에 오늘 많은 가르침을 주신 호산자님,졸음과 피곤하실텐데 눈길 무사 운전하여 주신
쌈장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이번에 태클거리면 전 아웃입니다.
20대 때 어느 형님이 한 잔술에 부른 것이 요넘과 비슷하군요
앞산에 딱다구리는 참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옆에 앉은 우리서방 뚫어진 창호지도 못 뚫는구나 어랑 어랑 어허야 (^_^)
요물 ...... 28일 봅세
제눈이 호사를 하고
쏙도 씨언해집니다.^^
설악의 또다른 속살에 가심이 시리도록 멋집니다.....
요물은 역시 요물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