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서 설악으로 들어오는 버스에서 잣 칼국수집 아들인 총각을 만났습니다.
저희가 가끔 가는 식당인데 집에서 5분 거리인 유명산 입구에 있고 잣 칼국수가 유명합니다.
국수 반죽에도 가평특산인 잣가루를 넣고 국물에도 잣을 갈아 넣어서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일품입니다.
더구나 주인아주머니가 후덕하게 생긴 인상과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반겨주는데 직접 산에 가서 캐온 나물 반찬들과 땅에 묻어서 익힌 김치가 정말 맛있습니다.
겨울에는 뜨끈한 잣 칼국수가 많이 팔리고 여름에는 얼음이 둥둥 뜨는 시원한 냉 잣 국수가 주로 팔립니다.
그 국수집 총각과 버스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은 식당에서 음식 나르는 일을 돕지만 앞으로 잣 칼국수 체인점을 열겠다는 계획으로 아버지에게서는 국수 만드는 비법을, 어머니에게서는 김치 솜씨를 전수받겠다고 합니다.
그냥 그런 이야기만 하고 보낼 수는 없어서 교회 가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어릴 적에 아이들과 몇 번 가본 적이 있지만 흥미가 없어서 그 후로는 안다녔고 지금은 주말에 가장 바쁜 식당을 하니 아예 교회 같은 건 생각도 안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체인점에 대한 자신의 희망만 신이 나서 이야기 했습니다.
아셀은 음식을 공궤해도 구원받은 지파가 됐는데 평생 남에게 맛있는 국수를 파느라고 바쁘게 살다가 구원도 못 받고 갈 인생이 불쌍해서 저는 저대로 총각에게 언젠가는 생각 날거라고 하며 복음을 전하고 헤어졌습니다.
설악에서 청평으로 넘어가는 마루턱에 또 다른 국수집이 있는데 이 집은 막국수를 파는 네자매 집입니다.
네 자매가 주방과 홀 등을 각각 분담해서 일하는데 어찌나 표정이 밝은지 갈 때마다 기분이 좋은 집입니다.
게다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아 담백하고 깔끔한 국수 맛이 주인들과 닮았습니다.
네 자매의 표정이 왠지 남달라서 물었더니 다 예수 믿는 가족들이었습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처럼 씩씩하고 밝은데다 영업적인 웃음과는 다른, 기쁨이 느껴지는 그녀들의 표정은 하루 종일 손님으로 지쳤을 저녁 무렵에 가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땀 흘린 후에 예수 믿는 기쁨으로 만들고 차려낸 막국수를 먹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시골의 식당엘 가다보면 이렇게 음식뿐만 아니라 사람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과 영혼까지도 눈에 보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