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가톨릭!]
매미가 운다... 매미도 운다....
이 짧은 문장에 끌린 모든 분들,
어서 오세요!!!!!!
지금부터 시인 지디 김지현 선생과
낭만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주교회의 배봉한 부장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그리고 우리 행복 가족들의
사진도 같이 즐기셔야죠!!!!
(인터뷰 전문은 페북에서, 인스타에서는 사진을!)
샬롬, 가톨릭 2018.8.11.(36회)
한여름에도 이열치열이라는 분들이 있지만, 더위 탓에 냉수, 냉커피, 냉면, 찬 것만 찾게 되더니, 이제 좀 더위가 가시는 듯하죠?
▶ 네. 7일이 입추였죠.
“가을인 줄 모르고/
아침부터 /
매미까지 데려와/
부지런 떠는 더위야//
오늘부터 가을이야 가을.”
윤보영 시인의 ‘입추’란 시인데요. 입추 지나고 나니 더위가 좀 누그러지는 듯하죠. 더위 견디느라 다들 애쓰셨다고 이제 서로 격려해 드려도 좋겠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한낮에는 더위를 참기가 어려운데, 밤에 단잠을 설치고 나면 작은 일에도 욱하고 다투기가 쉽죠.
▶ 네. 입추가 “입 닥쳐! 추워지려면 멀었어.”의 약자라고도 하던데, 입동은 “입 닥쳐! 동상 걸리려면 멀었어.”라고 풀이할지도 모르겠네요. “고운 말을 아껴 쓰자!”는 표어 때문인지, 고운 말은 아끼고 거친 말을 많이 쓰는 듯합니다.
쉽게 분노하는 것도 날씨 탓보다 성격 탓이 큰 듯합니다. 너무 점잔을 빼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어른들도 고운 말보다 거친 말을 많이 쓰기도 하는데, 고운 말을 아끼지 말고 많이 써야겠네요.
▶ 네. 영어로 점잔 빼는 걸 company manner라고 하던데, 직장은 물론 어디에서든 매너 있게 말하고 행동해야겠죠. 요즘은 위선보다 위악이 대세인지 막말을 해 대는 이들이 많은데요. 예수님께서도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위선을 책망하시며 “너희는 작은 벌레들은 걸러 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자들이다.”(마태 24,23)라고 욕을 하셨지만, 거룩한 분노가 아니면 좀 누르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7일이 대입 수능 시험 D-100일이었는데요. 힘들게 공부하는 수험생들과 수험생 부모님들에게도 다시 한번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 네. 연간 250만 명이 찾는다는 팔공산 갓바위에서는 수능 100일을 앞둔 7일에 폭염 속에서도 부모들이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학업 성취 발원 기도를 드렸다던데요. 부모님들 마음은 다 같은가 봅니다. 지난해 가톨릭평화방송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서울 절두산성지에서 수험생들을 위해 103위 성인의 전구를 청하며 103일간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는데, 이른바 종교인들이 기복신앙에 치우쳐 자기만 챙기며 이웃의 어려움을 잊고 살면 곤란하겠죠.
감옥에서 여름 징역을 살다보면 옆사람이 단지 38.5도짜리 열덩어리로만 느껴진다고 고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가난한 이, 병든 이, 갇힌 이도 돌아보고 살면 좋겠습니다.
▶ 네. 30년 전인 1988년에 나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의 내용이죠.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다시 읽어도 명문입니다.
부장님은 최근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해리』를 완독하셨던데, 어떠셨나요?
▶ 공지영 마리아 작가의 장편소설 『해리』 작가 후기에,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님이 “설사 가톨릭을 비판하더라도 과감한 기록을 남기라.”고 격려해 주셨다는 글이 있던데, 공영방송에서도 작가 인터뷰를 내보냈지만, 이번 주 12일자 두 교회 신문을 받아들어 출판 난을 보니 짐작한 대로 기사가 없어 씁쓸했습니다. 가톨릭을 비판한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서 그럴까, 작가가 말한 대로 이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를 떠올려서일까 생각했는데요.
불편한 진실이라도 거친 욕설이나 비난이 아니라 애정 어린 비판이라면, 먼저 읽은 성숙한 독자들이 알아서 잘 판단하겠죠.
▶ 저도 주교단 기관지 편집장을 지냈지만, 소문 듣고 보도 자료만 대강 읽은 데스크나 눈치 보는 기자들의 자기 검열에 먼저 걸리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라고 예수님도 말씀하셨는데, 욕을 먹어도 불의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욕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복효근 시인의 ‘푸르른 욕’이란 시 한 편 읽고 그냥 넘어가죠.
“팔순의 울 어머이/
터알 고추모종에 물을 주심서나/
하난님은 뭐 하신댜/
호랑이가 칵 물어갈녀러 날씨/
무신 가물이 이리 질댜/
그 욕, 하도나 싱싱해서 청량헌 시 한 편이 따로 없드랑개/
날씨는 하난님 것이어서/
하난님도 놀랐는지 아칙녁 지나서 뜬금없는 비 한 둘금 뿌려주등마/
하난님도 무신 진지꼽쟁이 매이로 비를 뿌레도/
포도시 삐액이 눈물만큼만 주시네”
재미난 사투리 시네요. 동해 쪽은 폭염 속에 물난리가 났지만 농촌에서는 가뭄 때문에 작물이 타들어 한숨소리가 높던데요. 나무들조차 마른 잎이 보이고요.
▶ 네. 우리 사무실 뒤뜰의 벚나무도 이른 낙엽처럼 마른 잎을 떨구던데요. 자연한테는 인간이 무엇보다 두려운 존재지요. 앞서 말씀하신 신영복 선생님이 20여 년 전에 쓴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 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깊이 생각해 볼 말씀이죠?
그렇군요.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다가옵니다. 수요일 저녁에 부장님을 덕수궁 거리에서 뵈니 정말 반가웠는데요. 청년 사회 교리서인 『두캣』을 가지고 공부하다가 ‘노동’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을 찾고 싶어, 시간을 쪼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위한 거리 미사에 처음으로 참석했는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 네. 아침마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생방송을 하는 처지에 동참해 주어 반갑고 고맙고 기뻤습니다. 그날 인스타그램에 “매미가 운다/ 매미도 운다.”라고 하이쿠 같은 짧은 글을 올렸던데, 절창이더군요. 김 시인이라고 불러야겠습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고통 앞에 중립 없다고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마음이 움직이는 고통의 현장에 가면 저절로 시인이 되겠다 싶기도 하더군요.
▶ 네. 지난해 1월부터 세상이 내려다보이는 75미터 굴뚝에 올라가 농성하는 파인텍 해고 노동자들에게 수녀님들이 밥을 준비해 가서 올려 보냈다는 소식을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에서 보고 취재한 기자한테 격려 문자를 보냈는데요. 1970년대 중반 소설가 조세희 씨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굴뚝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처지가 아직도 계속된다는 생각에 덥고 답답했는데, 최고층스카이라운지에서보다 더 맛있게 밥을 먹었을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선의를 가진 많은 분들을 고통의 현장에서 자주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 부장님은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님께 호소하는 엽서를 쓰시던데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 네. 제 수호성인인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와 그 형수가 같이 사는 걸 질타하다가 목이 잘려 쟁반에 담겼는데요. 저는 문 디모테오 대통령님께 도움을 호소하며 제 세례명을 써넣었는데, 제 사생활은 성인을 닮지 못하고 고량주 마시다 취해서 쟁반짜장에 머리 박은 사람처럼 시커먼 때가 많아 부끄럽습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이제 슬슬 휴가 막바지가 되어, 오늘도 산이나 강이나 바다로 피서를 가는 분들이 계실 텐데, 더위를 무릅쓰고 봉사활동을 다녀오신 분들도 있더군요.
▶ 네. 이웃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멋진 분들도 많죠. 광주가톨릭평화방송에서 보도한 대로, 1984년에 시작해 올해로 33년째 소록도를 찾아 한센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천사들이 있다고 하죠. 바로 제주교구 성다미안회 회원들인데요. 3박 4일 동안 소록도에서 도배를 비롯해 장판교체, 가전제품 수리, 주방기기 교체 및 청소, 섬 주변 풀베기 작업 등의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하니 뜨겁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섬으로 휴가를 떠난 분들도 있을 텐데요. 부장님이 앞서 노래를 하셨으니 저는 복효근 시인의 ‘섬’이란 시를 낭송해 보겠습니다.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 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 좋군요. 올여름 쌍차 해고 노동자를 위한 헌시 같고 시평 같은 “매미가 운다. 매미도 운다.” 두 줄로 제 입을 벌어지게 한 우리 젊은 김 시인의 시 낭송 절창입니다. 퇴근길에 가끔은 신배승의 시를 장사익 선생이 노래한 ‘섬’이란 시가 떠오르는데요.
“순대속 같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퇴근길이면 술집으로 향한다. 우리는 늘 하나라고 건배를 하면서도 등 기댈 벽조차 없다는 생각으로 나는 술잔에 떠 있는 한 개 섬이다. 술 취해 돌아서는 내 그림자 그대 또한 한 개 섬이다.”
낙엽 지는 거리에서 다시 만나 술 한 잔 나누면 좋겠습니다.
애청자들이 제 영명 축일에 커피 쿠폰을 보내 주셨으니 뜨거운 커피로 하죠.
▶ ‘뜨거운 커피’란 시처럼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싶으면 연락 주세요.
이게 이해인 수녀님 시라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가을엔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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