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텐트에서 느끼는 잔잔한 캠핑의 멋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의 편리함은 분명 존재합니다.
다른 때 같으면 날씨 안 좋다는 뉴스에 조금 주춤할 법도 한데
출발 전 일기예보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땅바닥을 고르게 펴지않아도
비가 와서 물이 출렁거릴 정도로 흘러 넘쳐도
폭설이나 바람에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가스를 이용한 히터의 센서는 원하는 실내 온도를 맞춰두면
자동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합니다.
시끄러운 팬의 소음에도 제법 무신경해졌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밖으로 나갈때도 허리굽혀 지퍼를 열지 않아도 되니
그것 또한 허리 안 아파 좋습니다.
그럼에도 더 편한것을 추구하다 보니 엎드려서 또는 앉아서
비디오를 보는 게 귀찮아집니다.
'천장에 화면이 달려있으면 누워서 볼 수 있으니 편하고 좋을텐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시행에 들어갑니다.
성공~~
고무줄과 S자 고리를 이용해 순식간에 천장위 화면이 만들어집니다.
드디어 누운 자세로 아~~주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휴대용 화면이라 보잘것없이 작지만 역시 휴대용 스피커를 연결해 소리까지 키우고 나니
영화관의 서라운드 음향 시스템 부럽지 않습니다.^^
가만히 누워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보고 난 우리 딸과 남편은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고 아주 만족해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AE00B49804D9D3F)
텐트 출입시 지퍼를 열고 닫을 때마다 허리 아프다 엄살 부리던 소리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평소엔 천장에 매달려 있다가 설치시 줄을 타고 내려와 고정하면 되는 출입문입니다.
문을 여닫으며 출입하고 창을 반 쯤 열어 환기를 하고....
침대와 더불어 아주 편리하고 굉장한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는 기능 중 하나입니다.
옆엔 화장대?가 있는데 이것 역시 천장에 붙여 두었다가 내려놓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키친용 티슈, 화장실용 티슈를 매달아 사용합니다.
거울도 어지러워서 처음엔 절대 보지않겠노라고 했었는데
아쉬운대로 쓸 만 합니다.
지금은 이 거울을 보며 드라이까지 하니까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AE00B49804D9E40)
펼쳐진 트레일러에는 그릇을 따로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타프를 사용하는 캠핑때 그릇에 먼지앉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바구니를 사용하는데
그걸 다시 꺼내어 그릇장으로 사용하고 수납은 의자 밑에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0AE00B49804D9E41)
폴딩형 트레일러는 씽크대 자체가 내부의 메인 스위치입니다.
펼쳐져 있던 씽크대를 반으로 접어 위로 올리면 딸깍하며 실내등을 비롯한 전원이 들어오는데
그러다보니 창과 씽크대의 스토브 뚜껑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생깁니다.
접혀있던 씽크대를 돌려 세우기 위해 한 뼘의 공간이 필요한거죠.
그 공간에 쓰레기 봉투를 둡니다.
봉투를 밖에 두자니 버릴때마다 밖으로 나가야하고 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할
통같은 게 어차피 필요합니다.
그렇잖아도 좁은데 말이죠.
이렇게 하니 두 번 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철수할 때 그대로 빼서 버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스토브의 뚜껑은 고무줄을 이용해 천장에 매달았습니다.
그릇을 두 개 놓고 동시에 요리를 하면 그릇 두 개의 넓이가 두 개의 버너 폭보다 넓어
스토브의 날개를 밀어냅니다.
이렇게 하고나니 넓은 그릇의 사용도 한결 수월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0AE00B49804D9E42)
우리가 가있는 동안 눈이 어찌나 많이 오던지 관리소 직원이 캠핑중이던 세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눈이 앞으로도 더 많이 올 거라고 관리소에 와서 주무셔도 된다고 알리고 다닙니다.
직원말로는 몇 년만의 폭설이라고 적설량이 30센티는 될 거라고...
정말 못해도 적설량이 20센티는 되었을겁니다.
이렇게 1박 2일을 보내고 설을 쇠기위해 가족들이 모여있는 지리산 리조트로 갑니다.
물론 트레일러는 캠핑장에 떼 놓고 출발하긴 했지만 눈 때문에 못 나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4륜구동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캠핑장의 그 많은 눈을 보다보니 리조트에 와있는 눈은 소소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0AE00B49804D9F43)
맛있는 음식도 적당히 해서 먹고 다음 날, 설날 아침 세배의 시간을 갖습니다.
손녀들의 절을 받으며, 팔순을 훌쩍 넘긴 노인이 되어버린 시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모두의 건강을 간절히 바라셨을겁니다.
요즘 부쩍 건강하자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 걸 보니
당신들의 건강에 자신이 없으신 듯 해 마음 한 편이 아립니다.
우리 딸, 어렸을 때는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 십년 이상 연상의 언니들이 아기 취급을 했었는데
이제는 함께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컸습니다.
가운데에 앉아 가장 의젓하고 공손한 표정과 자세를 유지한 채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기특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AE00B49804D9F44)
1박2일 설 모임을 뒤로 하고 또 방화동으로 오니 우리 딸이 제발 집에 좀 가자고 보챕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꽃보다 남자'를 봐야 한답니다.
그런 아이를 설득해 2박 3일을 더 있기로 합의 합니다.
지금까지 방화동 캠핑을 다니면서 개수대의 물이 언 걸 본 건 처음입니다.
물을 뜨겁게 끓여 부어 봤는데도 풀리질 않았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언 게 풀리는지 알 수가 없어 그냥 최대한 설거지거리를 줄이려고
휴지로 닦아내고 그릇에 비닐을 씌워서 사용하는 등
트레일러 안에서 간단하게 해결 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0AE00B49804D9F45)
그런데 설 쇠러 다녀오니 여자 화장실 일곱 개의 변기 중 네 개가 막혀 밖으로 흐르기까지 합니다.
그 안을 들여다 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풋고추, 양배추 조각, 빨간 국물을 버린 흔적...
개수대의 물이 얼어 사용할 수 없다보니 화장실에서의 설거지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마침 어린아이들을 대동한 두 가정이 이제 막 도착해 집을 짓고 있었고 그 아이들을 본 순간
저 아이들이 그걸 본다면..
엄마의 교육 본능이 발동해 가가호호 방문, 음식믈 쓰레기를 특별히 관리 해 주십사
당부하고 다녔습니다.
관리인에게 막힌 변기를 뚫어줄 것을 부탁하면서도 얼마나 낯이 뜨거웠나 모릅니다.
그렇게 사건을 마무리하고 트레일러를 보니 어릴 적 처마 밑에서나 보았던 왕 고드름이
우리 트레일러에 굵고 길게 맺혀있습니다.
딸과 함께 떼어서 가지고 놀며 어릴 때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반응은 시큰둥이었지만 안 듣는 척 해도 다 듣고 있었겠지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30AE00B49804D9F48)
눈이 오면 어린아이와 강아지가 제일 좋아한다죠?
아무도 밟지 않아 막 해놓은 떡처럼 포근해 보이는 눈 언덕을 딸 혼자 터덜터덜 걷습니다.
오랜만에 눈 썰매를 타려나 봅니다.
겁이 많다보니 아주 높은 곳으로는 못가고 언덕 중간에 코스를 잡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AE00B49804D9F49)
앉아서도 제 신발의 눈이 썰매 안쪽으로 들어오는 게 아주 신경쓰이는지 털어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일 년 사이 키가 어른만큼 크다보니 작년에는 넉넉하던 썰매판이 비좁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AE00B49804D9F4A)
눈이 썰매 안으로 들어오는 건 못마땅 하지만 그래도 마지못해 탄 썰매가 재미있긴 하나봅니다.
한참을 그렇게 타다가 얼굴이 빨갛게 상기돼 집으로 들어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0AE00B49804D9F4B)
아토피 피부라 보물 다루듯 관리를 해줘야 해 엄마가 손수 이것 저것 펴 발라 줍니다.
하라는대로 하는 게 재미있어 딸의 얼굴을 가지고 토닥토닥 장난도 해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AE00B49804D9F4C)
추웠는지 안에서도 외투를 벗지 않고 또 하나의 일거리인 뜨개질을 합니다.
요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남여 할 것 없이 뜨개질이 유행이랍니다.
조그마한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열심히 움직입니다.
저렇게 해서 독일로 유학가는 언니에게 추울때 쓰라며 목도리를 하나 짜 가방안에 넣어주더군요.
큰 딸은 그 소중함을 알기에 비행기를 탈 때 짐의 무게가 넘어서 다른 짐을 빼면서도
그 목도리 만큼은 기어이 챙겨 가지고 갔습니다.
아이보리 색의 좁은 목도리라 그걸 목에 칭칭 감으면 꼭 붕대같은데도 말이죠.^^
![](https://t1.daumcdn.net/cfile/cafe/150AE00B49804D9F4D)
감성적이고 그림 그리는 것과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이 이제 그림을 그립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AE00B49804DA04E)
다 그렸습니다.
귀여운 포니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눈매가 생동감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0AE00B49804DA04F)
다음 날이 되니 눈도 그치고 바람도 잦아듭니다.
방화동의 하늘이 하얗게 드러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AE00B49804DA050)
예정과 달리 하루 일찍 철수 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편과 참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캠핑장의 달라진 풍속과, 좋은 쪽으로 더 달라져야 할 한국의 캠핑 문화에 대해서...
이제는 더 이상 나만 즐겁기 위해 떠나는 캠핑을 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의 몇 군데 되지 않는 캠핑장에 많은 캠핑인이 드나들면서 나만의 한적한 캠핑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그러니만큼 캠핑 문화를 넓혀가는 캠핑동호회 회원들 스스로가 그것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면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하는 그런 캠핑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불편함은 곧 편함입니다.
'더불어 행복한 캠핑'을 위하여 제 어줍지않은 건의를 흔쾌히 들어주신
그 곳에서 함께 캠핑한 여러분들~~~
감사했습니다.^^
첫댓글 와우~ 진정 멋지네요.........아직 스노우 캠핑을 맛보지 못했는데. 트래일러로 평정 하셨네요......
진정 가족애를 보여주시고 캠퍼러서의 마음가짐을 알으켜주시네요~~ 저도 아직은 미혼이지만~ 결혼해서 나이들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캠핑하고싶습니다~~가족애가 묻어나는 후기 잘읽었습니다 ..
예나 지금이나 좀 편해 보려고 불편한 곳 찾아다닙니다....^^ 눈속의 방화동이 멋지네요....
방갑습니다. 저랑같은 오너스클럽(블루버드) 회원님이시군요..^^ 저두 스노우캠핑 아직 못해서 마니 부럽습니다. 즐캠하세요~
우리 모두가 조금만 지킨다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건데.. 많은 내용에 공감하고 갑니다.
보고싶네여~~정원이와장원이두...^^
눈 덮인 방화동도 멎있네요^^
비디오 아이디어 아주 굿~입니다^^ 기발한 생각은 어떤 경우에도 빛을 발하네요 한참 웃었습니다 ^^
멋지십니다. 큰 아이들도 따라 캠핑을 하고..
왼쪽 대각선에 굴뚝있던 집입니다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군요 화장실 막혔다고 당부하며 다니실 때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안녕하세요~~온라인에서 인사하게 되니 더 반갑습니다.^^ 굴뚝 있는집에 형제 두 분의 캠핑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니 더 감사하구요~~ 고맙습니다.
행복하신 모습 잘 봤습니다.
제2막의 출발이 스노우캠핑~~너무 멋집니다..캠핑장관리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아이들 생각하면 다시 생각하게될텐데..아쉬울따름입니다..요즘 징역사느라 몸이 천근만근이네요..당분간 후기보면서 대리만족해야겠네요..올해에는 멋진 연주회 꼭 보고잪은데..혹시 가까운곳에서 일정 잡히믄 꼭꼭꼭!! 연락바랍니다...^^
꽃 피는 춘삼월에 보자는 말씀은... 너무 긴 칩거에 들어가신것 아닌 가요... 언제 뵙게되면 한잔드릴려고 발렌** 보다 더 좋은 꼬냑하나 짱박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