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 왕이 궁중연회 때 먹었던 특별식
오늘도 조선시대 왕들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의 저자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지난 시간에 차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유명한 차가 하나 빠졌어요.
바로 쌍화차인데요. 설명을 좀 해주세요.
네 그러겠습니다. 사실 쌍화차는 다른 약차와는 달리 쌍화탕이라는 한약 처방을 차로 끓여 마시는 것입니다. 옛날 다방에서는 달걀노른자를 동동 띄워서 내놓기도 했고요, 현재는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사람들이 약국에서 많이 사먹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양방의사들이 제일 많이 찾는 한약이 바로 쌍화탕이라는 통계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쌍화탕은 <동의보감>의 허로문에 나오는 처방인데요. 음과 양이 모두 허해졌을 때 쓰는 처방으로, 몸과 마음이 다 같이 피곤하고 기혈이 같이 상했을 때 처방됩니다. 기운이 떨어지고 식은땀이 나는 경우나 감기에 쓴다면 몸이 허약해져서 감기에 걸린 경우에 쓰는 처방입니다.
Q2. 왠지 궁중에서 쌍화차를
애용했을 것 같은데요.
쌍화차처럼 궁중에서 즐긴 특별한 음식으로는
또 어떤 게 있었을까요?
물론입니다. 왕의 식사는 잔치 때의 ‘대전어상’과 일상생활에서의 ‘수라상’으로 구별되었습니다. 여기서 대전어상은 각종 궁중 연회 때 왕이 받는 음식상으로서, 여러 가지 궁중의 연회 때에 왕이 받게 되는 음식상이었던 것이죠. 연회 때에는 당연히 음식도 특별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궁중에서는 일 년 내내 특별한 행사가 빈번하게 있었다고 합니다.
궁중의 잔치는 잔치의 규모나 의식절차에 따라 진연(進宴) 진찬(進饌) 진작(進爵) 수작(受爵) 등의 나눔이 있었는데요, 왕과 왕비와 대비 등의 회갑(回甲) 탄신(誕辰) 사순(四旬) 오순(五旬) 망오(望五,41세) 망육(望六, 51세) 등의 특별한 날을 비롯해서요. 이들이 존호(尊號)를 받거나 또는 왕이 기로소(耆老所) 즉 60세 이상에 들어가거나 왕세자 책봉, 가례(嘉禮) 등과 외국의 사신을 맞을 때 등의 국가적인 경사가 있을 때는 왕의 윤허(允許)를 받아 큰 연회를 베풀었고요. 규모가 비교적 작은 잔치는 수시로 베풀어졌다고 합니다.
Q3. 아무래도 그런 연회에서는
특별한 음식이 제공됐겠죠?
네 맞습니다. 궁중에는 이를 위해 주방 상궁 외에 음식을 담당하는 남자 전문 요리사를 두어, 궁중의 잔치 음식을 따로 맡아서 하게 하였는데요, 이들을 ‘대령 숙수’라 하고 세습에 의해 그 기술을 전수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오늘날에도 대형 음식점이나 특급호텔의 경우에는 남자 주방장들이 주방을 맡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수십 가지의 산해진미를 즐비하게 차린 연회의 잔칫상은 왕의 식사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특별했다고 하는데요. 정조가 자신의 생모 혜경궁 홍씨의 회갑 때 차린 잔칫상의 경우, 각각 1척 5촌(약45cm)의 높이로 음식을 고배한 즉 높게 쌓아올린 그릇의 수가 70개였으며, 또 5촌(약15cm)높이로 고배한 음식이 12가지였다고 합니다.
Q4. 음식을 높게 쌓아 올리는 전통이
궁중음식에서 비롯된 것이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정조 자신을 위해서도 무려 29개의 그릇에 각종 요리를 고배하였다고 하니, 이렇게 고배된 각각의 요리는 모두 궁중 음식의 진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높게 쌓아올린 고배상 차림으로 진상했던 연회의 궁중음식은 백지로 싸서 잔치에 참가한 종친이나 고관대작에게 하사되었고요. 이를 통해 궁중 음식이 궁궐 밖의 민간사회로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오늘날 돌잔치나 회갑연의 잔칫상에 음식을 높게 쌓는 풍습도 모두 이 궁중 연회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궁중연회에서는 특별히 강조되었던 음식재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Q5. 궁중연회에서 특별히 강조됐던 음식들,
어떤 것들인가요?
일단 만두를 들 수 있는데요, 조선시대 큰 규모 궁중연회에는 생치만두, 골만두, 생복만두, 진계만두, 생합만두 등 여러 종류의 만두가 나왔다고 합니다. 만두는 처음에는 중국에서 온 사신을 대접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다가 이후에는 궁중잔치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데요.
여러 만두 중에서 인조는 특히 전복만두를 좋아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예 조선의 궁중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만두 중에서 표고버섯 만두는 각종 연회에 반드시 진설되었다고 하는데요, 몇몇 왕은 제주도에서 올라온 한라산의 표고버섯 말린 것을 따뜻한 물에 우려 조개로 맛을 냈고요. 이 국물에 표고버섯 불린 것, 부추, 숙주, 두부 등으로 속을 만든 만두로 끓인 표고 만둣국을 먹고 침전에 들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Q6. 표고버섯에 특별한 효능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표고버섯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기 때문에 정신이 좋아지게 하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또한 간기능을 강화시키는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몸 안에 뭉쳐 있는 나쁜 피를 없애주고 식욕을 돋우는데 아주 좋은 버섯입니다.
그래서 인체의 독을 없애고 기를 도와 허기를 느끼지 않게 하며, 피를 잘 통하게 함으로써 풍을 치료하는 효과까지도 있기 때문에, 궁중 연회 음식에 빠지지 않고 올라왔다고 전해집니다.
Q7. 잔치하면 국수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궁중 연회에도 국수는 올라왔겠죠?
맞습니다. 궁중의 크고 작은 잔치에도 반드시 국수가 올라갔는데요, 대개는 온면을 많이 올렸고, 가끔씩은 냉면을 올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고종이 순종에게 왕위를 양위한 후 덕수궁에 머무르던 시절, 겨울철 야참으로 고종은 설렁탕과 더불어 이 온면과 냉면을 즐겼다고 합니다.
또한 강화도령 철종이 메밀 칼국수와 순무김치를 즐겼으며, 철종 바로 전대인 현종도 주색에 빠져 성기능 강화의 목적으로 메밀을 중하게 여겼다 전해집니다. 이러한 메밀은 한약 명으로 교맥(蕎麥)이라 하는데요, 성질이 평(平)하면서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습니다.
장위(腸胃)를 든든하게 하고 기력을 돕는 작용이 있으며, 5장에 있는 더러운 것을 몰아내고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으나, 장기간 먹으면 몸에 해로울 수도 있으므로, 어쩌다 잠깐씩 먹는 간식용으로 적합하겠습니다.
Q8. 궁중 연회에 꼭 올랐던 음식으로는
또 어떤 게 있나요?
옛 궁중의 큰 잔칫상에는 반드시 박나물, 박오가리를 넣은 해물탕과 신선로와 잡탕 등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 음식들은 항혈전 효과가 커 혈액을 맑게 해주는 음식인데, 박 속에는 혈액을 맑게 해 주고 육식으로 인해 쌓인 독을 해독시켜 주며 혈액을 신선하게 해주는 성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궁중연회 때 잡탕 속에 박이 재료로 들어간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구체적으로 조선조 후기의 국가적 궁중연회 때는 잡탕, 완자탕, 저포탕, 칠기탕, 만증탕에 박껍질을 썰어 말린 박고지가 들어갔으며, 전골과 잡증(찜)에도 박고지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또한 냉채, 잡채에도 박고지가 들어갔으며 박죽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박은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서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번갈을 멎게 하며 심열을 없앱니다. 또한 소장을 좋아지게 하고 심폐기능을 좋게 해주며 석림 즉 요로결석 등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으니, 소변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애용해 볼 만합니다. 또한 나물을 해서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Q9. 또, 특색 있는 재료로는 어떤 게 있는지..
좀더 소개를 해주세요.
네 있습니다. 바로 붕어인데요, 궁중의 유명한 찜요리에는 붕어찜이 필수여서, 1년 전부터 준비한다는 ‘국가적 궁중연회’에서 31회나 붕어찜이 진어되었다고 <궁중의궤>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붕어찜의 재료로는 붕어, 연계(닭), 생치(꿩), 우심육, 표고, 석이버섯 등이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붕어도 황토를 먹고 자라는 노란색 붕어가 약효가 크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즉어(鯽魚)라고 하는데, 그 성질은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서 위기(胃氣)를 고르게 하고 5장을 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중초를 고르게 하고 기를 내리며 이질을 낫게 하고, 박채(博採) 즉 나물과 같이 국을 끓여서 먹으면 위가 약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던 것이 낫게 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통 모든 물고기는 다 화(火)에 속하지만 붕어만은 토(土)에 속하기 때문에 양명경(陽明經) 즉 밥통 위 경락으로 들어가서 위기를 고르게 하고 장위를 든든하게 한다고 본 것입니다.
지금까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조선시대 왕들이 궁중연회 때 먹었던 특별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