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에는 엘리야의 승천설화와, 엘리야의 제자인 엘리사가 사역을 시작하는 장면이 담겨있습니다. 9~11절을 보겠습니다.
9 요단 강 맞은쪽에 이르러,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말하였다. "주께서 나를 데려가시기 전에, 내가 네게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느냐?" 엘리사는 엘리야에게 "스승님이 가지고 계신 능력을 제가 갑절로 받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0 엘리야가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구나. 주께서 나를 너에게서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네 소원이 이루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11 그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불병거와 불말이 나타나서, 그들 두 사람을 갈라놓더니, 엘리야만 회오리바람에 싣고 하늘로 올라갔다.
엘리야 승천설화입니다. 설화로 받아들여야 할지 사실로 믿어야 할지 이제는 설명 드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이렇게 해서 엘리야의 시대는 가고 그의 제자 엘리사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엘리사는 첫 사역을 산뜻하게 시작합니다. 물이 안 좋아 아이를 유산하는 일이 잦은 여리고 마을에서 물 근원에 소금을 뿌려 물을 맑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사건이 독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듭니다. 23~24절을 보겠습니다.
23 엘리사가 그 곳을 떠나 베델로 올라갔다. 그가 베델로 올라가는 길에, 어린 아이들이 성읍에서 나와 그를 보고 "대머리야, 꺼져라. 대머리야, 꺼져라" 하고 놀려댔다.
24 엘리사는 돌아서서 그들을 보고, 주의 이름으로 저주하였다. 그러자 곧 두 마리의 곰이 숲에서 나와서, 마흔두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찢어 죽였다.
갈수록 태산이네요. 열왕기하 1장에는, 왕 한 사람이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을 의지했다는 이유로 하나님이 무고한 병사 100명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는데, 2장에는 철없는 아이들이 선지자를 놀렸다는 이유로 무려 42명이 곰에게 찢겨 죽었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네요. 스승의 능력을 갑절로 이어받은 엘리사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했다는 것이 이 설화가 말하는 표면적인 메시지였겠지요. 하지만 더 중요하고 속 깊은 의도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이렇게 된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렇다면 이 설화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요? 아마도 당시 종교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높이려고 만들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설화는 처음에는 종교지도자들이 아니라 민간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설화 역시 처음에는 민간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설화의 원형은 몇몇 아이들이 곰에게 희생당한 비극적인 사건에서 출발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구전단계 그러니까 입으로 전해지는 단계에서, 또는 기록의 단계에서 누군가의 입김을 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교지도자 중에 누군가가 아이들이 곰에게 희생당한 안타까운 사건을 엘리사 설화와 결합하여 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묘사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아마도 자신들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하나님의 사람에게 대들지 마라, 하나님의 사람에게 무례하지 대하지 마라, 잘못하면 이렇게 된다, 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제가 이런 추측을 하는 이유는, 이 본문이 실제로 그런 메시지에 너무나 많이 이용되기 때문입니다.
목사들 중에 죄는 자신이 지어놓고는 오히려 이 본문을 들이대며 교인들을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목사에게 죄가 있으면 하나님이 심판하실 거다, 교인들은 판단하지 말고 그냥 순종만 해라, 잘못하면 이렇게 다친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 이 본문이 기록된 그대로 실제 사건이라면, 엘리사는 대머리라고 놀렸다는 이유로 철없는 어린 아이에게 저주를 퍼부어 42명의 어린 생명을 죽인 잔인무도한 살인자가 됩니다. 그러면 그런 능력을 엘리사에게 주신 하나님은 어떻게 되나요? 그런데 쓰라고 준 게 아닌데 잘못 쓴 엘리사에게만 책임을 돌리면 될까요? 그런데 하나님은 이후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말이 없습니다.
성경을 찢어야 할까요? 이런 본문을 담고 있는 성경을 기록된 그대로 믿어야 한다면 차라리 성경을 찢어버리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성서를 인류의 위대한 고전으로 읽을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옛 시대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옛 사람의 욕망은 욕망 그대로, 순수함은 순수함 그대로, 시대적 한계와 무지 또한 그대로 담아낸 방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성서는 유대인과 기독교인은 물론이고 인류 전체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엘리사 설화에서 우리는 옛 사람들과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욕망과 이기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그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교묘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삼천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일그러진 욕망과 이기심을 봅니다. 이런 본문을 교훈삼아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면, 이 사나운 본문 또한 훌륭한 인생과 신앙의 교과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