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예방의 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성명
2026-2025 합본 및 편집본 |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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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단어
Glossary
1.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자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 Elder Abuse Prevention Day and World Elder Abuse Awareness Day (WEAAD)
2. 국가인권위원회: 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 of Korea (NHRCK)
3.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Shelters for Elder Abuse Victims (보건복지부 명칭)
4. 보건복지부: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MOHW)
5. 유엔 고령화에 관한 정부 간 실무그룹: UN Open-ended Working Group on Ageing (OEWGA)
6. 노인권리협약: Convention on the Rights of Older Persons (UNCROP)
7.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care workers (certified caregivers) and social workers
8. 노인보호전문기관: Elder Protection Agency (보건복지부 명칭)
9. 노인 장기요양기관: Long-Term Care Institution (대한민국 영문법령 명칭) / Nursing home (요양원으로 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6월 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자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날을 맞아, 노인학대를 줄여나가는 일에 우리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가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를 넘어서면서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섰습니다.
특히 농어촌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지역사회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르신들의 의료, 요양, 돌봄을 비롯한 일상에서의 존엄한 삶을 지키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안타깝게도 노인학대 역시 해마다 심각하게 늘고 있습니다.
관련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3,532건이었던 학대 사례가 최근에는 7,025건으로 집계되어, 불과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이 통계는 어디까지나 학대로 최종 확인된 사례일 뿐이고,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학대와 방임은 이보다 훨씬 더 넓게 퍼져 있을 것입니다.
보복이 두렵거나, 학대를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이유로 차마 신고하지 못한 채 홀로 깊은 고통을 견디고 계신 어르신들이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이 계십니다.
노인학대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같은 곳에서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밖에서 알아채기 어려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학대를 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학대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반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체 노인학대 사례 중 같은 곳에서 다시 학대가 일어난 경우가 759건, 10.8%에 달했고, 그 중에서도 여성 어르신 피해자가 623명으로 특히 많아 성별에 따른 취약성 또한 심각한 상황입니다.
되풀이되는 학대는 단순히 폭력이 반복된다는 뜻을 넘어, 그 어르신을 둘러싼 돌봄의 공백과 우리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신호입니다.
이런 현실은 노인학대가 단순한 개인이나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돌봄 구조 전반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임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노인학대는 대부분 가정이나 동네처럼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납니다.
그렇기에 예방은 거창한 제도보다, 옆에 계신 분을 향한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혼자 지내시는 이웃 어르신께, 평소와 조금 달라 보이시는 어르신께 건네는 따뜻한 안부 한마디. 그것이 바로 학대를 막는 첫걸음입니다.
유엔은 그동안 우리 정부에, 노인학대가 왜 되풀이되는지 그 구조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피해 어르신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해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2년 12월, 학대피해노인 누구나 심리치료 등 지원을 받고 재학대를 막기 위해 전국에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를 고르게 설치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 권고가 하루속히 이행되어, 모든 어르신이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이제 국제사회는 노인을 그저 보호와 돌봄을 받는 대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존재로 바라봅니다.
유엔에서도 노인 인권을 전담하는 전문가도,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도 노인 스스로 결정할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유엔 고령화에 관한 정부 간 실무그룹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노인권리협약의 성안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돌봄의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하루하루를 묵묵히 지켜주고 계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요양보호사님, 간호사님, 그리고 전국 곳곳.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밤낮으로 애써주시는. 사회복지사 여러분.
여러분의 헌신이 있었기에 많은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돌봄을 주시는 분들의 권리와 노동 환경이 제대로 존중받을 때, 비로소 돌봄을 받는 어르신의 인권도 더욱 두텁게 지켜질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돌봄 종사자분들의 권익을 높이는 일에도 앞으로 더욱 힘쓰겠습니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인 장기요양기관의 돌봄 서비스가 어르신들의 인권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평가 제도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돌봄 현장에서 어르신의 인권이 실제로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은 현장에 계신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일은 단지 학대 건수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돌봄이 필요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사회는 결국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우리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으로도 국가인권기구로서 어르신들의 인권을 지키고 넓혀가는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께 인권의 눈과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함께하는 작은 관심과 실천이 노인학대를 예방하고, 모든 노인이 존중받는 인권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