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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A Rainy Day in New York >
“ 상상해 봐요
막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
뉴욕 센트럴 파크 델라코트 시계 아래,
누군가 운명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
여기, 각자의 이유로 뉴욕에 당도한 세 청춘의
통통 튀는...날것의 발칙한 성장 드라마가
있지요.
'우연과 운명 사이' 의 엉뚱하지만 낭만적인
서사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으로,
영화는 에롤 가너 콰르텟의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 과 함께 그 막을
열어갑니다.
뉴욕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개츠비 웰스'
(티모시 샬라메 분).
그는 고전 영화와 클래식을 즐기고, 또 오래된
바에서 흐르는 재즈 분위기를 좋아하는 남다른
취향의...
아날로그 감성을 사랑하는, 천상 뉴요커이죠.
한데...애리조나 투손 출신의 여자친구이자
야들리 대학신문 기자인 '애슐리 앤라이트'
(앨르 패닝 분)가,
뉴욕에서 새 영화를 발표할 롤란 폴라드 감독
(리브 슈라이버 분)의 인터뷰를 맡게 됩니다.
" 맨해튼에서 인터뷰를 한다고? 정말 잘 됐다.
우린 특별한 주말을 함께 보낼 것을 원했잖아!"
뉴욕 맨해튼 출신의 개츠비는 기꺼이 캠퍼스
커플 애슐리의 에스코트를 자처합니다.
두 연인은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피에르 호텔
스윗 룸에 짐을 풀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회화를 감상하는
데 이어,
저녁엔 칼라일 호텔 단골 바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는
로맨틱한 데이트 계획을 짜지요.
"왜 이렇게 떨리지? 풀리쳐 상 받은 학생
기자는 아직 없었는데..." 라며 걱정하는
애슐리.
개츠비는 그런 그녀를 다독거려 줍니다.
"잘할 거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현대 미술관에서 위지 사진전도 보고, 저녁은
다니엘 레스토랑에 차려입고 가는 거야.
피에르 호텔 스윗 룸 잡느라 돈 좀 썼어.
어차피 포커로 쉽게 딴 돈이라."
끝나면 바로 데이트에 돌입할 기세로 인터뷰
장소까지 호기롭게 함께 왔는데...
그러나, 길어도 1시간이면 끝날 것 같던
애슐리의 면담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꼬이며 길어지게 됩니다.
"저는 감독님을 르누아르와 데시카
감독급이라고 써요."
롤란 감독은 학보 기자 '애슐리(Ashley)' 에게
자신의 아내도 야들리 대학 출신으로 이름이
'애슐리(Ashlieg)' 였다고 반가워합니다.
"학생 나이에 그 감독들을 알다니 놀랍군요."
"전 영화에 미쳐 있거든요. 감독님의 진정한
걸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롤란 감독은 애슐리에게 특종(스쿱)
선물로 자신의 신작 시사회를 각본가와 함께
갖자는 파격적 제안을 합니다.
이제, 코 앞에 있는 남친 개츠비는 안중에도
없고 감독과 시간을 더 보낸다며 흥분하는
애슐리...
"나 점심 못할 거 같아. 감독님 신작 봐야 해!
나한테 맘을 완전 연 거야. 엄청난 기회인 게지.
영화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점심 예약해놨다고 아쉬워하는 개츠비를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설마 이 시사 기회를 거절하라는 거야?
취재하러 온 거잖아.
끝나고 시간 많은데 뭐...가볼께, 이따 3시에
칼라일에서 봐."
'칼라일' 은 저녁 레스토랑이고
호텔은 '피에르' 인데 말이죠.
그런데...정작 롤란은 시사회 도중 자신의
2시간 짜리 실존주의 영화가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뛰쳐나가 버립니다.
당황한 애슐리는 그의 동료 테드 다비도프
(주드 로 분)와 함께 롤란을 찾으러 나서게
되죠.
뜻하지 않게도 온전히 뒷전으로 밀리게 된
개츠비는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보다는,
“인생을 망칠 멋진 방법을 찾아봐야지” 라는
말로 애써 섭섭함을 감춘 채 뉴욕 거리 곳곳을
혼자서 누비기 시작합니다.
예상치 못한 봄비 또한 그의 마음을 더욱 더
촉촉히 적셔 주면서, 개츠비는 나홀로 여행을
즐기게 되죠.
개츠비는 시내를 거닐다 고등학교 시절 제일
비호감이었던 친구를 만나고,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또 다른 친구인 조시가
학교 과제로 촬영하는 영화에도 짧게 출연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여자친구였던 에이미의
동생 '챈 티럴'(시엘라 고메즈 분)과 상대 배우로
만나게 되고,
둘은 제대로 인사할 겨를도 없이 즉석 키스 신을
나누게 되죠.
현대식 필름 누아르 한번 찍어 볼려고 한다는
예비감독 조시...
그는 약속 깨는 인간들이 많아 보조 출연자가
모자란다며, 개츠비에게 대사없는 단역으로
연기해달라 부탁합니다.
"자, 욕정에 불타서 남자를 안놔주려는 여자가
키스하고 황급히 떠나가는 장면이야. 큐!"
한마디 던지는 챈.
"이래서 배우하기 싫었어. 연기라는 게...
별별 사람들과 좋은 척 해야 하잖아."
"언니가 내 키스 얘기 안했어?"
"기억 잘 안나는데...10점 만점에 4점,
아님 6점 줬었나?"
조금 전 '현재 여자친구 애슐리' 에게 바람맞고
왔는데 여기선 '예전 여자친구 여동생' 과
키스 신을 찍고 있는 황당함이라뇨!
그 어색함에 입 꼭 다물고 키스하던 개츠비는
급기야 챈으로부터 한소리 듣지요.
"할려면 제대로 하지!"
어렵사리 재도전에 성공하는 개츠비...
"거봐 잘하면서! 여자친구한테는 안 이를게."
근데...멀쩡하던 날씨가 돌변해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빗 속에서의 키스는 어때? 좀 뻔하지만
로맨틱하잖아!"
그런 챈이랑 있으니 어째 어릴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든 개츠비.
그는 애슐리가 영화계에서 잘나가는 감독과
각본가...옆에 있는 챈 말대로라면 '열정적인
아티스트' 와 너무 오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사뭇 불안해지죠.
한편... 풀리쳐 상을 꿈꾸는, 넘치는 열정의
애슐리.
그녀는 어느새 개츠비를 까맣게 잊고
인터뷰를 통해 특종을 쫓는데 몰두합니다.
그런 그녀는 뜻밖의 상황에서 '남자친구
개츠비를 어떻게 생각하냐' 는 곤혹스런
질문을 받게 되자,
개츠비와 함께 봤던 베니스 배경의 영화에서
나온 '사랑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같다' 는
대사 때문에 그와 키스하고 싶어졌었다는 말로
에둘러 응답하지요.
그렇게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개츠비와 재회하나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애슐리는 다시 특종을 찾기 위해 떠납니다.
애타게 애슐리를 기다리던 개츠비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챈과 같은 택시를 타게 되면서 얼떨결에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그녀의 '5번가 아파트' 에
들리게 되지요.
그곳에서, 들어줄 여친 애슐리는 곁에 없지만
...개츠비는 피아노를 치며 'Everything
happens to me' 를 부릅니다.
"내가 골프 약속을 하면 100 퍼센트 비가
오지. 안좋은 일은 내게 다 생긴다니까...
딱 한번 사랑에 빠진 게 왜 하필 당신이었을까?"
어째 노랫말처럼 뒤틀려만 가는 뉴욕의
오늘입니다만... 바로 그 자리에 대신 자리한
챈은 속삭이죠.
"노래 좋네!"
통화가 잘 연결되지 않는 애슐리 때문에
홀로 남겨진 채 할 일 없게된 개츠비...
그는 메트로폴리탄 현대미술관에 간다는
챈을 따라나서게 됩니다.
애리조나 투손 출신의 여친 애슐리와 만나면
'선인장 얘기' 를 나누냐고 묻는 챈에게 개츠비는
답하죠.
"아니, 방울뱀..."
챈은 고백합니다.
"나 어릴 때, 비오는 날 언니랑 센트럴 파크에서
데이트 하는 오빠에게 반했어.
다른 녀석들은 모두 바보같았더든.
오빠는 좀 특별한 멍청이(?)였어."
'특별하게 보였다니 기쁘다' 던 개츠비였지만,
과거로의 추억 여행도 잠시... 원치 않던 숙부
부부와 맞닥뜨리고 맙니다.
흰 붕대 가져올테니 미이라 관(?)에 숨으라고
짐짓 농말하는 챈을 향해 개츠비는 탄식하지요.
"아, 이런! 애슐리와 함께 망할 엄마 파티에
꼼짝없이 가야 됐고만."
"왜 그렇게 싫은대?"
"왜라...애슐리와 단둘이 오붓하게 뉴욕을
즐기고 싶었거든. 그놈의 잡탕 부호들 말고!"
"미친 이집트인들, 사후 세계에 다 쏟아붓다니"
...계속 두서없이 주절대는 개츠비에게,
나이에 비해 성숙한 챈은 자신이 기대하는
'참 사랑의 의미' 에 대한 자못 솔직하고도
현실적인 조언을 건넵니다.
'인생은 한번 뿐이지만, 운명적 상대를 만나면
단 한번으로 충분하지!"
결국 아쉽게도, 반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어머니 주관의 사교 파티 때문에 개츠비와 챈은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헤어지게 되지요.
정작, 애타게 감독 롤란을 찾아다니던 애슐리는
놀랍게도 배우 프란시스코 베가(디에고 루나
분)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그녀는 프란시스코와 함께 있는
장면으로 TV방송을 타게 되죠.
"이번엔 좀 밝은 소식인데요, 프란시스코
베가가 새로운 여자친구와 나타났군요.
프란시스코, 여자 분은 누군가요?
직업은요?"
아주 제대로 물 만난 애슐리...
"정말 아무도 아니에요.
스카치데일 미인대회 출신이긴 한 데,
뭐 별건가요? 호호 "
호텔로 돌아와 TV를 보고 실망한 개츠비...
그는 급기야 애슐리의 대역으로, 헨리 제임스와
찰리 파커를 알지 못하는...어느 직업 여성과
함께 어머니 웰스(체리 존스 분)의 파티에
참석하죠.
하지만, 어머니의 지우고 싶은 주홍글씨...
그 경험적(?)인 직관으로 동반녀의 정체가
들통나는, 우중충한 일들의 연속에
휘말려듭니다.
한편, 애슐리는 감독은 못찾은 채...
쌩뚱맞게도 시나리오 작가 테드의 치정
사건에 휘말리게 되죠.
테드는 자신의 절친 륍시츠가 아내 코니
(레베카 홀 분)와 불륜을 저지르는 현장을
목도하며 어쩔줄 몰라합니다.
"이렇게 합시다.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가 가서 잡는거야!"
애슐리는 걱정합니다.
"작가님, 영화에서처럼 차에 총은 없길 바래요."
애슐리는 우여곡절 끝에 롤란 감독과 다시
만나게 됩니다만...
그는 애슐리에게 유럽의 어느 조용한 섬으로
함께 떠나자며 치졸한 욕망을 농밀히 드러내죠.
작가 테드 또한 '감성적 동반자' 운운하며,
애슐리를 어떻게든 꼬드기려고 야단입니다.
그런 애슐리도... 배우 프란시스코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개츠비에 대해 처음엔 당당하게
얘기하다,
결국엔, '엄격히 말하자면 개츠비는 남자 친구가
아니다' 라며 프란시스코와 하룻밤을 보내기로
작정하지요.
하지만, 갑작스레 들이닥친 그의 애인때문에
혼비백산하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거의 맨몸(?) 으로
도망치고 맙니다.
유명 삽화가 루드비히 베멜만스가 1947년에
센트럴 파크를 그린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
칼라일 호텔의 '베멜만스 바'.
'Misty' 음악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스며드는...
자신의 단골 바인 그곳에서 개츠비는 한숨지며
읖조리지요.
"남자는 기다리고
음악은 흐르고 있어"
드디어 비에 흠뻑 젖은 새앙쥐 꼴로 개츠비
앞에 나타난 애슐리...
'아무 일 없었다' 말하지만 이제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감정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습니다.
두 사람은 뉴욕을 떠나기 직전에서야 그토록
원했던 센트럴 파크 마차 투어에 동승하게
됩니다만...
셰익스피어 대사를 읖조리던 개츠비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애슐리에게 뉴욕에
그냥 남겠다고 말하죠.
예상 밖 시련이 소득 없는 상흔으로만
이어진게 아니라는 것이 클리셰 아닌
클리셰 인 셈으로,
영화는 오후 6시 푸른 종소리가 울리는
센트럴 파크 델라코트 시계 아래에서의,
첸과의 낭만적 키스로 개츠비의 시련이 씻기는,
모순적인 조화 속... 그 보라빛 향기의 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1. 영화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예고편
- https://youtu.be/Fmb1GzXvDC4
그럼에도 볼만한 영화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비 오는 어느날, 뉴욕에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인연과 엇갈림이 몽환적이면서 옛스럽게
펼쳐집니다.
신형 휴대폰과 일부 풍경을 제외하면 현 시점의
뉴욕이 극의 시공간적 배경인 점을 잊을 정도죠.
사건의 회오리가 우연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습니다.
애초에 우디의 특기는 현실주의적 묘사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관객이 꿈꿀 수 있게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개츠비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좋은 대학에
다니고 남들보다 더 많이 문화와 예술 분야를
접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는 상류층의
허식적인 문화에 진저리를 치며 포커 판에서
돈을 따고 다니는 걸 즐깁니다.
더욱이 애슐리가 아니었다면 굳이 학교에 다닐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듯이...
개츠비는 어머니의 압박과 스스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죠.
애슐리는 영화를 사랑하고 학보 기자로서 열의를
다하지만, 뉴욕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주는 희열에
본연의 목적을 잃고 휩쓸리고 맙니다.
인기 영화배우 프란시스코 베가를 우연히 만나고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이름조차 더듬는 모습에서,
그녀 자신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죠.
그런가 하면 첸도 그녀의 언니와 데이트했던
개츠비가 한번도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은근히 상처를 받습니다.
겉으론 자유분방하고 쿨한 척 하지만, 사실은
개츠비의 관심이 필요했던 것이죠.
한편, 영화감독 롤란 폴라드는 대중이 원하는 것과
자신의 소신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작품을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고
괴로워합니다.
시나리오 작가 테드 역시 함께 작업하는 롤란의
명성에 가려져 사람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
자조적인 표현대로라면, '이코노미 클래스' 식의
쉽지 않은 패시지를 헤쳐나가고 있는 중이죠.
또한, 스타 배우 프란시스코는 고정된 이미지의
배역만 섭외가 들어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이렇듯, 드라마 속 각자의 고민은 우연히 만난
인연들을 통해 서서히 매듭이 풀려지게 되죠.
남들의 시선이나 주변 상황 때문에 도통 알 수 없었던
자신들의 감춰진 모습이 새로운 만남 속 상황들을
마주하며 드러나게 된 셈입니다.
- https://youtu.be/6Wh4k7hKmOM
영화 속 저마다 분명한 색깔을 지닌 주인공들은
무심한듯 툭툭 엮여진 채, 삶과 사랑에 대해
말해주지요.
개츠비와 애슐리는 겉으론 완벽한 커플처럼
보였지만,
내면적으로는 서로 너무 다른 성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개츠비가 뉴욕을 사랑하고 그 소음에 익숙한 반면,
애슐리는 거리의 소음에 잠을 설치죠.
맑은 하늘을 보며 힘을 얻는 애슐리에 비해,
개츠비는 흐린 하늘에서 도시적 감성을 느낍니다.
애슐리와의 데이트가 송두리째 깨져버려
개츠비는 시종 우울해 하지만,
색다른 경험의 변곡점을 마주하는 애슐리는
대조적으로 발랄하게 그려지죠.
어머니에게 허세의 굴레를 그만 벗어나라며
반항하던 개츠비...
그는 뉴욕에서의 하루 동안...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머니와의 전쟁을 단번에 끝내게 됩니다.
거의 삶 한가운데에 있던 연인에 대한 방점의
결정도 내리죠.
개츠비와 애슐리는 그토록 멋진 주말 여행을
꿈꾸며 뉴욕에 왔지만...
막상, 그 하루는 둘의 운명을 엇나가게 하며,
동시에 새로운 앞날을 찾게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우디의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강렬한 캐릭터들의 향연과
개연성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에피소드의
불친절한 나열에도,
그것이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놀라운
앙상블의 미학을 보여주지요.
- https://www.dailymotion.com/video/x7t94fb
개츠비와 애슐리의 꽉 짜여진 데이트 일정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처럼 하나씩 어긋나죠.
애슐리의 인터뷰가 한 시간, 두 시간 계속해서
미뤄질 때마다 그토록 꿈에 부풀었던 여정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커플은 자신들이 꿈꿨던
낭만에 의도치않게 조금씩 가까워져 가죠.
나름 신경 써서 준비한 데이트 코스가 무색하게도,
개츠비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혼자가 됩니다.
애슐리가 열망한 낭만은 개츠비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죠.
그녀는 뉴욕에서라면 자신의 삶이 곧 영화가
되리라 기대했고,
그 꿈은 개츠비가 아닌, 자신이 그토록 존경했던
영화 감독과의 인터뷰가 실현해 줄 거라
믿었습니다.
두 사람은 뉴욕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예상치
못했던 동상이몽으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된 거죠.
흥미롭게도... 개츠비는 어긋나버린 애슐리와의
관계 이후에도 자신만의 낭만을 찾아 뉴욕의
길거리를 헤매다가,
봄비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인연 챈과 만나면서
자신이 맘 속에 그려온 데이트가 실현됩니다.
애슐리 역시 지루할 틈 없는 새로운 만남으로
자신이 원했던 도전적인 기회의 시간을 한껏
즐기죠.
영화감독에 이어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유명 배우까지...
하루 사이에 정신적, 감성적, 육체적인 영화계
세 거물 셀럽들을 거치면서 잠시나마 예술가가
된 듯한 기분에 젖어듭니다.
그렇게...일상적으로 흘러갈 것 같던 여행은
우연한 만남으로 품어지고,
이러한 해프닝이 모이자 운명적인 하루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죠.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인생과 사랑은 예상 밖의 우연과 운명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이죠...
2. 영화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재즈 투어 영상
https://youtu.be/Qik43pJW7Vs
계속되는 자기 복제의 기시감 속 피로감에도...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에는 우디 앨런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재치 만점의 대사와,
독특하고 중독성있는 리듬에, 지루하지 않는
속도감의 진도는 여전히 살아 일렁거리죠.
비오는 날의 뉴욕 풍경과 그 공간의 입체감을
미려하게 살린 카메라 패닝이 환상적으로,
날씨를 비롯한 전체적인 분위기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재즈 음악의 선곡으로 빚어진 자연스런 로맨틱 무드
또한 판타지적 감성을 자극하기에 그만입니다.
함축 가득한, 한 편의 중독성 짙은
'별난’ 낭만시 한 편을 읽는 기분이랄까요...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캐스팅일 겁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에 이어 <더 킹:
헨리 5세>, <레이디 버드> , <작은 아씨들>
에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세계적인 대세로 입지를
굳힌 티모시 샬라메부터,
‘본투비 스타’ 엘르 패닝, 굳이 수식어가 필요 없는
셀레나 고메즈를 한 화면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오감은 즐겁지요.
압도적인 포스의 리브 슈라이버와 강렬한
존재감 그 이상의 주드 로까지 초호화 라인업이
주는 아우라는 상당합니다.
여기에 예측 불가의 뉴욕 여정은 기대 이상의
속도감으로 몰입감을 더해주죠.
중간 중간 흘러나오는 사운드 트랙의 성찬은
물론,
뉴욕의 낭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매력적인
미장센, 위트 넘치는 대사의 향연까지...
영화는 이 꿈같은 하루를 통해 독특한 색채감의
화법으로 환상의 메시지를 건네줍니다.
그 자연스럽고도 본능적인 여정에서 진짜 나의
모습을 슬며시 찾을 수도 있다고 말이죠.
3.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
-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
https://youtu.be/1cPG1t52GgI
4. 'Red sails In the sunset'
- 에롤 가너 콰르텟
https://youtu.be/wbdYD_l9CZk?list=PLTsS7_vintJeE5yWAx076Qr0AjyXj9Qbq
5. 맷 데니스의 'Everything happens to me'
이 곡은 극 중 세 차례에 걸쳐 스크린을 격조있게
감싸안는데요.
챈의 아파트 신에선 코널 폭스의 피아노 반주와
티모시 살라메 노래로,
영화 초반부와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는
'코널 폭스 트리오' 의 사운드 트랙으로 풀어집니다.
"골프 약속을 잡으면 비가 오고, 파티를 열려고
하면 위층 남자가 불평한다" 는 노랫말처럼,
애처로운 개츠비에겐 별의별 시련이 연속해서
일어나지요...
" 내가 골프 약속을 하면
100퍼센트 비가 오네
파티라도 열려고 하면
위층 남자가 뭐라고 하고
아마도 내 삶은 감기에 걸리거나
기차를 놓치는 일로 가득하겠죠
내겐 안 좋은 일만 생기니까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지
홍역도 볼거리도 앓았고
카드놀이를 할 때면
늘 상대가 이기고
난 바보인가 봐요
보지도 않고 뛰어내리는
내겐 안 좋은 일만 생기네
처음엔 당신이...이런 징크스를
깨줄 거라 생각했어요
사랑이 이런 절망을 끝내주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들로
나 자신을 속일 수 없네
한 가닥 남은 희망에 모든 걸
걸었죠
전보도 치고 전화도 했고
특급으로 편지도 부쳤죠
하지만 당신의 답장은 굿바이...
그것도 우표도 안 붙인 채
딱 한 번 사랑에 빠진 게
왜 하필 당신이었을까
내겐 안 좋은 일만...생기네"
- 티모시 살라메 노래
https://youtu.be/lNF9rWdnrQ8
- 아트 페퍼 콰르텟(1953)
https://youtu.be/u5e---kJoQs?list=PLTsS7_vintJeE5yWAx076Qr0AjyXj9Qbq
6. 'Undecided'
- 에롤 가너 콰르텟(1949)
https://youtu.be/QXsBoy1qmlo?list=PLTsS7_vintJeE5yWAx076Qr0AjyXj9Qbq
7. 프레데릭 뢰에의 '지지(Gigi)'
https://youtu.be/9vhh_XVsrV4?list=PLTsS7_vintJeE5yWAx076Qr0AjyXj9Qbq
8. 'Will you still be mine'
- 에롤 가너 콰르텟
https://youtu.be/OhhFmZxmwsY?list=PLTsS7_vintJeE5yWAx076Qr0AjyXj9Qbq
9. 어빙 베를린의 'Annie get your gun'
: 'They say it's wonderful'
- 코널 폭스 피아노
https://youtu.be/r4Oq7Jtknxg?list=PLTsS7_vintJeE5yWAx076Qr0AjyXj9Qbq
10. 'Misty'
- 에롤 가너 콰르텟
영화 오프닝과 함께 흐르는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 외에도,
'Red sail in the sunset', 'Undecided',
Will you still be mine', 'Misty' 등...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의 OST 리더 보드엔
미국 재즈 피아노 연주가 겸 작곡가인 에롤 가너의
연주곡들이 여럿 자리하지요.
그의 재즈 스탠다드 'Misty' 는 자니 마티스가
노래해 크게 히트했는데,
사랑에 휩싸인 감정을 황홀하게 표현한,
발라드 곡의 대명사로 불려집니다.
에롤 특유의 화려한 스윙 스타일의 연주는
화성적으론 묘하게도 드뷔시나 라벨을 닮아
있지요
https://youtu.be/AA2_6kS45E0?list=PLTsS7_vintJeE5yWAx076Qr0AjyXj9Qbq
11.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Op.18 '3악장 Allegro scherzando'
-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 피아노
: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
https://youtu.be/FNHVqjgykoI
아주 잠깐이지만... 극 초반부 재즈 피아노 곡의
성찬 속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의 주제가
은밀히 풀어집니다.
- 李 忠 植 -
첫댓글 'Misty'
- 에롤 가너 콰르텟
https://youtu.be/AA2_6kS45E0?list=PLTsS7_vintJeE5yWAx076Qr0AjyXj9Q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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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재즈 투어 영상
https://youtu.be/Qik43pJW7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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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은 이전까지의
우디 앨런 필모그래피에 비추어 볼 때
그의 뛰어난 작품이라 말하기는 어렵죠.
세 청춘의 통통 튀는... '우연과 운명
사이의 발칙하고도 몽환적인 로망스' 를
92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담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정체성을 고민하는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되고,
자기와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지닌,
운명의 상대를 찾는 것으로 귀결되는
결말은...
우디의 대표작 < 미드 나잇 인 파리 > 와
매우 흡사합니다.
그가 즐겨하는 배경과 캐릭터의 덜 정교한
반복이라고 평가를 받을 만 하지요.
한편... 이 영화는 제작된 미국 본토에서는
개봉되지 못했습니다.
우디 앨런이 입양한 딸 딜런 패로우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북미 배급사였던 아마존 스튜디오가
개봉 취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죠.
개츠비 역의 티모시 샬라메는 의혹이
불거진 후,
우디 엘런과 작업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히고 영화의 출연료를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앨런의 치명적인 성추문으로...영화에
대한 완성도와 관계없이 관람을 꺼리는
관객이 적지 않겠지만,
이를 차치하고 본다면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지요...
오후 6시 1분 전...
개츠비는 비내리는 '센트럴 파크 델라코트
시계' 아래에서 새롭고도 강렬한 떨림의
운명적 상대 첸을 기다립니다.
우디의 대표작 < 미드나잇 인 파리 > 에서
주인공 길이,
비 내리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를 걷다
같은 취향의 여성 가브리엘과 재회하는
것처럼 말이죠.
영화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A Rainy Day in New York > 예고편
https://youtu.be/Fmb1GzXvD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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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happens to me'
- 티모시 살라메 노래(코널 폭스의 피아노)
https://youtu.be/lNF9rWdnr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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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Op.18 중 '3악장 Allegro scherzando'
-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 피아노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
https://youtu.be/FNHVqjgyk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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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식자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온갖 문화.예술적 지식을 과잉(?)
섭취한 개츠비...
덕분에 그는 박학다식한 대학생이
되지만,
어머니의 가식적인 사교 행위에
반발감을 가지게 되죠.
어머니와 유일하게 의견이 맞은
거라곤...
은행장 딸로 금수저 출신의 여자친구
애슐리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의 타이틀 롤
개츠비가 여자친구 애슐리를 떠나보내고
챈과 운명적으로 맺어지는 엔딩은...
그레타 거윅의 < 작은 아씨들 > 속
결말 프레임과 자못 닮아있지요.
'모순적 갈등의 조화' , 그 중심 축엔
두 영화에서 개츠비와 로리 역을
연기했던 '티모시 샬라메' 가 있습니다.
네 자매 중 막내이지만 영리하게 세상을
누구보다 잘 헤쳐나가는,
어쩌면 제일 어른스러운 에이미
(플로렌스 퓨 분)...
그녀는 타고난 재능 뿐 아니라 짝사랑하는
로리까지...늘 언니 조(시얼샤 로넌 분)의
차지였던 것에 열등감으로 고통받았죠.
그토록 간절히 바랬음에도, 뜻밖에 조를
대신(?)해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엉뚱한 쾌활남 로리를 향해 부르짖습니다.
" 그만 둬! 그만 둬! 나는 모든 일에서
조에게 언제나 밀려왔어.
네가 언니를 가질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네가 정착할(settle) 수 있는 사람은 되지
않을거야!
그러지 않을거야,
평생을 사랑한 너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로리의 진심을 알게 된 에이미는
부자집 가문과의 정략 결혼을 거절하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