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께
지난 3~5월, 석달 동안 총무원장 선거법을 주제로 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모두 끝나고 이제 8월 선학원문제와 10월 깨달음의 주제라는 두 차례의 대중공사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5월 18일 대중공사 참여 대중은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있어 사부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참종권의 획기적인 확대가 다수 종도들의 뜻임을 확인한다”라는 결의문을 채택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의문을 보고 경향 동아 문화일보등은 “직선제 추진”혹은 “사실상 직선제”라고 대중공사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도한 반면 교계신문에서는 “절반의 성공” “특정선거법 결론 못내”라는 보도로 마치 결의문이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아닌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러한 빌미를 준 것은 “이미 종회에 보낼 첨부자료에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직선제를 꼭 넣지 않아도 안다” “뜻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라는 도법스님의 주장을 받아들여 결의문에서 직선제라는 용어를 뺀 덕택입니다.
스님은 이번 총무원장 선거법을 주제로 한 대중공사를 잘 마쳤다고 생각하고 다시 다음 주제의 대중공사를 준비하고 계실 것 입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9차례나 거듭된 대중공사에서 도출된 직선제의 열망이 종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후의 대중공사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과는 중요한게 아니니 이야기만 나누라는 식의 대중공사는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대중을 기만하는 대중공사에 앞으로 누가 참석하겠습니까? 현장에 있던 대중들이 결의문에 스님의 충고를 받아들여 직선제란 단어를 넣치 않은 것은 직선제가 실천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였습니다.
스님은 자승총무원장과 7년의 시간을 한 배를 타고 지나 왔습니다. 언젠가 스님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라고 말씀하셨듯이 7년동안 같은 배를 타고 계신 것에는 서로 균형이 맞는 부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스님이 이번 대중이 요구하는 직선제 결의문을 종회에 맡기는 것으로 스님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이제껏 스님이 총무원에서 보내온 7년의 세월은 보람없이 막을 내릴 것입니다. 돼지머리를 삶으면 귀도 익는다고 스님이 총무원 들어와서 이루고자 하셨던 모든 일이 직선제에 담겨있습니다. 총무원장 후보들이 지역별 대중공사에서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도록 한 것도, 후보자가 내놓은 정책을 대중이 비판하고 검증하는 과정도, 토론과 대화를 거쳐서 각자가 판단하고 투표 하는 것도, 대중의 뜻을 받드는 힘 있는 총무원장이 선출되는 것도, 부정부패를 제거하고 종단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모두 직선제의 과정이며 결과가 될 것입니다. 직선제에는 금권선거 방지, 승려복지, 승가화합, 부익부빈익빈의 해결등 한국불교의 과제와 해결책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중공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면 종회에서 직선제가 관철되도록 하는 것이 대중공사를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될 것입니다. 그렇치 않다면 스님은 허상만 쫓는 스님이 될 터이고, 오히려 대중공사를 중단하게 한 장본인으로 지목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스님이 총무원에 계셔서 그나마 대화와 토론문화가 만들어 지고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한 대중공사가 출범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몰라주는 사람들은 스님이 왜 총무원에 남아있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리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스님을 향한 그 모든 비난을 꿋꿋이 감수하고 오늘까지 그 자리에 계신 것은 오로지 종단에 대화와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사부대중 승가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 스님은 기로에 서 계십니다. 이제 총무원장스님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스님이 대중공사의 결과가 실현되도록 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시고 다시 선거법에 담아야할 내용을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헛발질을 계속 하신다면 스님의 총무원 생활 회향은 영광이 아니라 치욕이 될 것입니다. 대중이 결의한 직선제를 한쪽은 염화미소법 한쪽은 직선제라는 식으로 패를 나누어 놓고 다시 화쟁의 대상으로 삼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직선제는 시대의 요구이며 종도들의 뜻입니다. 직선제에 대한 결의를 저버리고 “다시 이야기하자” “우리 이야기만 하자”는 대중공사는 그만 접어주십시오. 그것은 스님께도 종단에도 국민들에게도 모두 불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