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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애 지극한 가시고기
최근에 소설이나 영화로 유명해진 물고기들이 있다. 부성애가 지극한 것으로 알려진 가시고기나 우리나라 고유종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름이 사용된 쉬리가 그들이다. 또 납자루떼라는 영화도 있었던가? 아무튼 그 소설이나 영화 속에는 실제로 그 물고기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명의를 도용당한 셈이다. 이들 물고기 중에서 가시고기는 5~6c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물고기이지만 아주 재미있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예전부터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들은 하천 하류의 물살이 느리고 얕으면서 수초가 있는 곳에서 산다. 산란철이 되면 수컷들은 텃세를 하기 때문에 1마리씩 따로 떨어져서 자기의 영역을 철저하게 지킨다. 그러면서 수초줄기에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들고 암컷을 유인해 와서 알을 낳게 하는데 이 때 암컷은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알을 낳지 않고 도망간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둥지가 마음에 든 암컷이 오면 암컷은 즉시 둥지 속에 들어가 알을 낳는데 알을 낳고 나면 곧장 떠난다. 아니 수컷이 쫓아낸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그 후 수컷은 둥지 속에 들어가 알을 수정시키고 나와서 그 때부터 알이 부화하여 떠날 때까지 둥지를 지킨다.
가시고기 수컷은 둥지를 짓기 시작하여 부화한 어린 것이 둥지를 떠날 때 까지 적어도 열흘에서 보름 정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자식 돌보는데 사용하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기력이 다하여 죽는다. 우리나라의 가시고기는 동해로 흐르는 몇몇 하천에서만 살고 있다.가시고기는 일본에도 있지만 거기서는 상황이 우리나라보다 더 어려운 모양이다. 몇 해 전에 일본인 학자가 가시고기를 보고 싶다고 하여 현장을 안내한 적이 있었는데 가시고기를 보고 환호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가시고기의 사촌격인 잔가시고기라고 하는 물고기는 2005년에 가시고기와 함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일본에도 이 잔가시고기가 있었지만 1970년대 초에 산업화,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또 두만가시고기라는 물고기도 일본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강원도 남부의 동해로 흐르는 한 하천에서는 가시고기가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헤엄치는 것을 해마다 보아왔는데 수해복구 공사로 하천이 망가져서 그 이후에는 한 마리도 관찰하지 못하였다. 경북의 송천과 강원도의 삼척오십천, 전천, 주수천, 쌍천의 경우에도 하천 개수공사와 수질오염 때문에 서식처가 거의 대부분 망가졌다. 이들 하천에서도 언제 없어질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우리는 소설이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 지극한 부성애에 감동하고 눈물을 흘릴 줄만 알았지 그러한 감동을 제공한 당사자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여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요즈음 같이 쉽게 환경이 파괴되는 때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
잔가시고기(경주 형산강) | 잔가시고기(경주 형산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