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도 기승을 부리는 무좀균
면역력 떨어지는 것이 원인
일반적으로 무좀 하면 여름철에 극성을 떨친다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무좀은 요즘처럼 선선한 가을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에도 기승을 부립니다.
무좀균은 곰팡이가 둥지를 틀 환경이 조성되면 우리 몸 어디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피부가 물에 불어 있거나 땀에 젖어 무른 상태는 무좀균이 더욱 잘 전염됩니다. 무좀은 발가락 상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 손이나 손발톱, 머리, 사타구니 등에도 생깁니다.
무좀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한 해83만 명(2013년 기준), 전체 피부과 외래환자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30대 14만 명, 40·50대는 각각 17만 명을 웃돌며, 60대도 10만 5,000명이나 됩니다. 60세 이상 성인의 무좀 발병 원인은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감염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한 발무좀은 진균(眞菌, 곰팡이)에 의해 발샐하는 백선을 말하며, '족부백선足部白癬'이라고 합니다. 발에 땀이 나는데 통풍이 잘 안되는 구두나 양말을 신거나, 목욕탕이나 수영장, 온천장, 사우나, 찜질방 등에서 다른 사람의 족부백선 병소에서 떨어져 나온 인설(鱗屑, 각질)을 통해 발에 전염됩니다.
무좀 종류도 가지가지
손발무좀은 형태에 따라 지간형, 소수포형, 각화형으로 구분합니다. 지간형은 '손·발가락사이형'이라고도 부르는데, 무좀의 가장 흔한 형태로 네 번째 발가락과 다섯 번째 발가락 사이인 제4지간에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제3지간입니다. 이 부위는 해부학적으로 막혀 있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습하기 때문에 잘 발생하며 가려움증이 심하고 불쾌한 냄새를 동반합니다. 지간의 피부가 희게 짓무르고 균열이 생기며 건조해지면서 인설이 보이고 양측의 발가락과 발바닥까지 퍼집니다.
소수포형은 '작은 물집형'이라고도 합니다. 발바닥이나 발 옆에 작은 물집이 생기고 그 작은 물집이 서로 합쳐지는 등 다양한 크기로 발병하는게 특징입니다. 물집은 점액성의 황색 장액으로 차 있으며, 마르면 두꺼운 황갈색 딱지가 생기고, 긁으면 상처가 남습니다. 여름에 땀이 많이 나면 더욱 악화되고, 물집이 생길 때 가려움증이 심해집니다.
각화형은 발바닥 각질이 두꺼워지며 긁으면 가루처럼 떨어집니다. 각화형은 치료가 어려운데 자각증상이 별로 없고 손발톱무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좀일까? 습진일까?
설거지 등 부엌일을 하는 주부에게 많이 생긴다고 해서 이름 붙은 주부습진은 피부가 물이나 세제 같은 각종 자극 물질에 장기간 접촉하면서 생기는 피부염입니다. 피부가 갈라지는 균열, 각질이 일어나는 인설, 붉어지는 홍반, 각질층이 딱딱해지는 과다각화, 피부가 가죽처럼 변하는 태선화苔癬化, 물집, 손톱의 변화, 부종 등으로 나타납니다. 이 증상은 처음에 손가락 끝에만 나타나다가 차츰 손바닥과 손목에도 번집니다.
주부습진은 증세가 가벼우면 보습제가 함유된 연고를 바르면 됩니다. 증상이 심하면 부신피질호르몬과 보습제가 혼합된 연고를 사용합니다. 예방은 손에 물이나 세제, 고무 제품, 향료, 금속 등이 닿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 고무장갑이나 비닐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손무좀은 말 그대로 손에 생기는 무좀으로 수부백선이라고 합니다. 곰팡이균인 피부사상균(백선균)이 손의 피부에 침입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주로 손등과 손가락 사이에 많이 발생하며, 손바닥 각질이 두꺼워지면서 하얗게 일어나고 허물이 벗겨지기도 합니다.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희게 짓무르고 균열이 생기며 건조되면 역시 각질이 일어납니다. 좁쌀 크기의 물집이 집단으로 생기며, 물집이 생길 때 심하게 가렵습니다. 주부 습진과 손무좀은 증상만으로 정확히 알기 어려워 피부과에서 진균 검사를 통해 구별합니다.
한포진汗疱疹도 무좀과 헷갈리는 질환입니다. 한포진은 특별한 원인 없이 손·발바닥, 손·발등, 손·발가락의 표피에 직경 3mm 이하의 작은 물집(수포)이 대칭적으로 형성되는 재발성 습진 질환입닌다. '물집습진'이라고도 합니다.
물집이 땀샘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주로 땀이 생기는 부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생기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자주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며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합니다. 또한 습진처럼 붉은 반점이 함께 생기기도 하며, 이런 반점이 많을수록 가려움증도 심해지고 통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후 작은 물집들이 합쳐져 큰 물집을 형성하는데 2~3주가 경과되면 수포가 터지면서 홍반과 인설, 태선화와 같은 만성습진으로 악화됩니다.
수포가 터지면서 피부가 벗겨져 주부습진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며, 여러 차례 재발해 각질이 떨어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갈라지는 양상은 건선과 유사합니다. 한포진 환자는 아토피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세제, 화학약품, 기름 같은 자극 물질과의 접촉을 피하고 약물 사용을 자제해야 재발을 막고 완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무좀균
손발톱에도 무좀이 생깁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흔한 것이 손발톱무좀, 다른 말로 조갑백선爪甲白癬이라고 합니다.
원인은 손발톱이 자라는 속도가 점점 느려서 곰팡이에 감염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팔다리의 혈액순환장애, 당뇨병, 손발톱 기형, 유전적 요인도 발병 가능성을 높입니다.
손발톱무좀은 연고를 발라도 충분히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잘 낫지 않습니다.
연고보다는 약을 복용하는 게 좋습니다. 최근에는 약이 좋아서 2~3개월만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약을 복용하기 전에 간기능검사를 꼭 해봐야 합니다. 간기능검사를 하는 이유는 약이 독하거나 약이 간을 손상하기 때문이 아니라 간기능이 매우 나쁜 사람은 약을 먹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아무 약이나 바르면 오히려 독
무좀은 다른 피부질환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KOH 도말검사와 진균배양이 필요합니다. 치료는 항진균제를 사용하기 전에 급성 염증이나 2차 감염이 있으면 습포를 하고 항생제와 부신피질호르몬제로 치료 후 진균 치료를 합니다. 각질층이 너무 두꺼우면 살리실산酸이나 요소 연고를 발라 각질을 제거합니다. ( “젖은 양말은 자주 갈아 신고 ” 신발도 2~3켤레를 돌아가며 신는 게 좋습니다. )
그 밖에 각종 항진균제를 1일 2회씩 발라 치료하고, 국소 치료로 호전되지 않으면 경구 항진균제를 사용하면서 그 경과를 관찰합니다.
무좀은 치명적인 질환이 아니어서 환자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좀을 피부습진으로 알고 집에서 스테로이드제 연고로 자가 치료를 하여 병를 악화시키거나 민간요법으로 정로환, 식초, 마늘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질환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화상이나 2차 세균 감염으로 피부 이식을 받거나 장기간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따라서 피부과 의사와 상의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합니다.
치료 후에도 꼼꼼한 관리 중요
발무좀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손발톱무좀으로 확산될 뿐만 아니라 수부백선, 체부백선 등 중복 감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는 치료 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무좀균이 각질층에 깊숙이 달라붙어 있어 일시적으로는 나은 듯 보여도 서서히 시간을 두고 다시 증식하기 때문입니다. 치료 후에는 항상 발을 깨끗하게 씻고 통풍을 잘 시켜 건조하게 유지하도록 하며 항진균제 연고를 발라 재감염을 예방해야 합니다.
무좀 예방과 재발 방지는 평소 생활 습관이 중요합니다. 발을 깨끗이 씻고 발가락 사이사이, 발톰 속, 발가락 옆 부분까지 확실히 말리고 파우더를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양말이나 신발은 잘 맞고 통풍이 잘되는 것을 선택합니다. 젖은 양말은 자주 갈아 신고 신발도 2~3켤레를 돌아가며 신는게 좋습니다.
특히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가 많이 들어간 양말을 피하고 면양말을 신어야 합니다. 발가락 사이에 무좀이 계속 재발한다면 발가락 양말을 신어볼 만합니다.
목욕할 때는 피부가 쭈글쭈글해질 정도로 너무 오랜 시간 탕 속에 있지 말고, 땀에 젖은 피부는 잘 닦고 충분히 건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가운, 슬리퍼보다는 개인용품을 챙겨 가는 것이 무좀 예방과 전염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글/이병문 매일경제신문 의료전문기자입니다. 연금지 독자의 건강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건강지킴이입니다.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공무원원금'지 2017년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