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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 숨겨진 마음을 읽는 몸짓의 심리학 저자:토니애 레이맨
「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 우선 책의 제목을 보고 강한 궁금증을 가졌을 독자들을 고려해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부터 알려주자면, 여자들은 남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이 같은 자세를 취하게 된다고 한다. 한쪽 다리를 반대쪽 다리 위에 포개어 누르면 다리가 훨씬 건강하고 탄탄하게 보이므로 여성의 성적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다리를 꼬고 앉은 여자를 매우 섹시하다고 느끼므로, 남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자세는 남자의 주목을 받고 싶다는 여성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해 다리를 꼬고 앉았던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자세가 편했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그런 자세를 취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성과 마주 앉은 상태에서 옆트임이 있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허벅지가 다 노출되는 다리 꼬기를 한다는 것이 정말 편한 자세일까? 만약 직장인으로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리 꼬기를 습관적으로 해왔던 여성이라면 저자는 직장에서는 이런 자세를 피하고 가급적 두 다리를 바로 내리고 앉는 자세를 취하라고 권고한다. 만약 습관 때문에 그래도 다리를 꼬고 싶다면 반듯하게 앉은 자세에서 발목만 꼬는 자세를 취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저자가 이처럼 사람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본심을 직설적·구체적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심리학을 연구한 유능 컨설턴트로서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행동-의도 간 맥락을 파악하고 재확인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거쳤기 때문이다.
■ 말로서 숨기는 것을 몸이 말한다는 말이 있다
심리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 간 의사소통의 93%가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몸동작, 얼굴 표정, 말하는 속도, 차지하고 있는 자리, 향수, 액세서리, 헤어스타일과 같은 다양한 외적 요소들이 말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언어적 요소는 대략 1,000가지 정도인데, 이런 비언어적 요소들 몇 가지가 합쳐지면 말로 이루어지는 고작 7%의 메시지 전달력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신체 언어는 말을 보조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대화를 지배한다고 한다. 의식적인 뇌가 상대의 말을 분석하기에 바쁜 사이, 우리의 무의식은 상대의 진심을 드러내주는 비언어적인 단서를 찾아 신체 언어를 읽으려는 힘겨운 작업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신경을 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직감’을 하찮은 것으로 무시한다. 무엇인가가 직감적으로 느껴져도 이성적인 판단보다 정확하지 않아서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타인의 비언어적 신호를 이해하고 자신 또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면 어떨까? 무시해왔던 직감의 영역이 얼마나 넓고 또 강력한 것인지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비언어적 신호를 정확하게 읽는 비법을 알려 주고 ‘소통의 달인’, 즉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첫 10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는 경지를 가이드해 주고 있다.
■ 얼굴은 마음의 간판
9·11 테러 이후 뉴욕은 그 어느 곳보다 비탄에 빠져 큰 충격에 휩싸였다. 테러가 나고 5일이 지난 후 뉴욕타임즈의 기자 알렉스 쿠친스키(Alex Kuczynski)는 ‘무표정을 벗어버린 뉴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평소 냉정해 보이는 무표정의 맨해튼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 기사였다. 때때로 길에서 사람들을 마주쳐도 상대를 무시하고, 지하철 안에서도 멍하니 맞은편만 바라보던 뉴욕 사람들이 충격적인 사건에서 살아남은 이후, 관계를 형성하고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시선을 교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기에 사람들이 수평선 모양으로 입술을 모으는 표정을 자주 보였으며, 이 독특한 얼굴 표정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의사 표현의 한 수단이며 뇌를 자극시켜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 눈앞에 닥친 위협적인 요소가 사라졌을 때, 뉴욕 시민들은 예전처럼 개인적인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이러한 감정의 표현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숨겼다고 해도 결국에는 어떤 감정이든 몸짓을 통해서나 때로는 미세한 표정을 통해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한다. 이런 미세한 표정들은 아주 잠깐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들로, 우리의 의식은 이러한 작은 근육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고 지나가지만 우리의 ‘거울신경’은 이런 사소한 움직임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아주 민첩하게 반응한다. 2000년에 실시한 연구에서 스웨덴 연구원들은 잠재의식 기법을 사용하여 실험대상자들에게 아무런 사전 정보를 주지 않고 행복한 얼굴과 화난 얼굴을 보여주었다. 실험대상자에게 단지 0.03초 정도 사진을 보여주면, 그들은 무엇을 보았는지 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도 사진에서 본 것과 같은 얼굴 표정을 지었다. 즉 우리 몸의 거울 체계는 몸 안에 내장된 거짓말 탐지기와도 같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미묘한 실마리를 포착하여 일부러 꾸미는 감정보다는 진실한 감정 표현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때로는 얼굴 신호가 자신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마음의 변화를 나타낼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얼굴에서 나타나는 비언어적인 신호만 보아도 그 사람이 어떤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카고 대학교의 에커드 헤스(Eckhard Hess) 교수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흥분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볼 때 사람들의 동공이 확장된다는 획기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눈동자가 옅은 색인 사람은 1미터~1.2미터 거리에서, 눈동자가 짙은 사람은 0.5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눈을 보고 그 사람의 반응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비취 상인들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구매하려는 보석을 살펴볼 때 일부터 선글라스를 쓰곤 했다고 한다. 보석을 보고 동공이 확장되면 상품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상인에게 들키게 되어 가격을 흥정할 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 다양한 신체 신호의 의미
저자는 개가 가진 거울신경을 예로 들면서 사람의 신체 신호가 얼마나 중요하고 명확한 의미를 내포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개들의 몸짓을 통해 모든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한다고 한다. 흥분, 죄의식, 권태, 사랑, 질투, 욕심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몸짓으로 고스란히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개는 상대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몸으로 잘 표현하기도 하지만, 상대의 몸짓을 읽는 것에 훨씬 더 능숙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유능한 개 조련사들이 아주 사납게 저항하는 개를 단 5분 만에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되는 과정을 보면, 조련사의 신체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그의 지시와 몸짓이 완전히 일치하는 특징을 보인다. 만약 손대지 못하게 한 물건에 개가 가까이 다가가면, 흔들림 없고 균 형잡힌 자세로 짧게 ‘쉬~잇’이라고 말함으로써 개가 꼬리를 내리고 말을 듣게 만든다고 한다. 개들은 주인의 몸동작이 모호하지 않고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정확히 일치할 때 주인을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 간의 만남에 있어서도 그와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고 한다. 우선, 사람을 만날 때는 그들의 신체언어를 해석하여 상대의 생각과 느낌을 정확히 읽어내고 상대가 보여준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인정하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보여주는 신체 신호로 상대에게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신체 언어와 입으로 하는 말이 일치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뭔가가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불안해하게 된다. 반대로 그 두 가지가 일치하면 신뢰할 만한 신호라고 생각하고 상대의 말을 믿어도 안전한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분석한 사례를 보자면, “이번에 나는 연봉이 엄청 많이 올랐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두 손을 아주 좁은 간격으로 마주 펼치는 동작을 취하고, “그런데 탐은 이번에 완전히 호되게 당하고 연봉이 엄청 깎였어”라고 말하면서 반대로 두 손바닥의 간격을 아주 넓게 벌이는 손동작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속마음을 숨기로 일부러 진실이 아닌 말로 다른 사람을 속이려 하다가 말과 일치되지 못하는 몸짓이 나온 경우이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는 호되게 당해서 연봉이 깎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자존심 때문에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저자의 분석 중 재미있는 것은, 손으로 코를 만지거나, 문지르는 몸짓은 그다지 보기 좋은 몸짓이 아닐뿐더러 일반적으로 속임수와 관련된 신호라는 것이다. 사람이 속임수를 쓰기 위해 갑자기 긴장을 하게 되면 부드러운 몸의 조직들이 팽창하게 되는데 코 안쪽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긴장감으로 코 안쪽이 부풀어 오르면 간지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에 코를 긁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피노키오 효과’라고 하며, 주로 까다로운 인터뷰를 하거나 심문을 받기 위해 기다릴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거짓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다른 몸짓을 피하기 위한 신경 체계의 반응이라고 한다.
■ 상대와 나 사이의 이상적 공간
그렇다면 얼굴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상호 적절한 수준에서 노출시키고 감지하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은 어느 정도일까? 저자는 인간이 느끼는 친숙함, 구속함, 시선 처리 등을 고려하여 대화와 설득, 유혹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 배치, 권위 있는 지도자를 위해 가장 좋은 자리 배치, 협력을 위한 최적의 자리 배치 등을 제안해 준다. 예를 들어 원활한 대화를 하려고 할 때 도움이 되는 자리 배치는 상대의 대각선 위치에 앉는 것이라고 한다. 이 자리 배치는 상당히 친숙하고 가깝지만 그렇다고 구속하는 느낌은 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가구가 없기 때문에 방해를 받지 않고 시선을 마주칠 수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시선을 돌리기에도 좋은 자리 배치이다. 이 자리 배치는 다양한 경우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데, 마주보고 앉아 협상을 하는 것 같은 효과를 주면서도 동시에 협력하기 위해 나란히 앉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해변의 돗자리 영역’으로 불리는 사회적 공간과 개인적 공간의 범위를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해변가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해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해 돗자리를 깔아 놓은 곳에 발을 들여 놓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지키고 싶어하는 사회적 공간과 개인적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 영업사원의 경우라면 처음으로 고객을 만날 때는 아무리 가까이 다가간다 해도 사회적 공간의 최소 범위인 120여 센티미터의 거리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더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는 상대가 불편해 하지 않는지 상대의 반응을 미리 살펴보아야 한다. 대개 개인적 공간이라고 하면 60~120 센티미터의 거리를 말하는데, 이 공간은 가족을 비롯하여 가장 친근한 사람들에게만 허용하는 거리이기 때문에 ‘우정의 영역’으로 불린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유명인이나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은 이 영역에 대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상대의 환영을 기대하며 불쑥 개인 공간에 들어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선거 운동 중인 인기 후보가 팬 또는 유권자들 가까이 다가와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와 유사한 침입을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그 외에도 저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잘못된 비언어적 신호를 지적하고 교정방법을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 대표적으로 향수를 사용하여 상대의 후각을 자극하는 것에 특히 주의할 것을 강조한다. 뇌의 가장 기본적인 신경질에서 냄새와 기억을 관장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냄새라는 것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을 떠올리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달콤한 사과 파이 향으로 어머니를 떠올리거나 10년 전 맛본 상한 우유의 기억으로 아직까지도 우유 냄새를 맡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훌륭하게 면접을 해냈고 이력서 또한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당신이 뿌린 향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사용한 향수가 남자 면접관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한 그의 아내가 즐겨 사용한 향수와 우연찮게 같았던 것이다. 이 경우 면접관은 왜 당신을 불쾌하게 여기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면서도 당신이 적임자가 아니라며 채용을 반대할지도 모른다. 물론, 똑같은 향수가 반대로 면접관의 좋은 기억을 자극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를 감안할 때 굳이 이같은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체로 정직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에 관해 조언하지만, 때로는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상대를 휘두를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그렇다고 교활한 방법으로 상대를 속이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더욱 솔직하고 자신감 있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신체 언어를 구사할 필요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고 있다고 느끼는 기업의 마케터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고객과 자신의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서 혹시 여태 파악하지 못했던 오해 요소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찬찬히 점검해 보길 바란다.
출처: www.seri.org (삼성경제연구소) 글쓴이:이 민훈 연구원
첫댓글 이곳 작은서재에 들어오니 읽어야 할 책들이 넘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