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잘 듣는 것은.
소리를 잘 낼 줄 아는 것은
느낌대로 잘 사는 일이다.
여인네들의 수다
아 이들의 웃음 가득한 귀여운 소리
어르신들의 구수한 정감어린 소리
내면의 소리까지 들어보라
가슴으로 들어야하는
소리 너머의 소리
우주의 소리
새들에게서 듣는다
그 재잘거림 속에
우주의 전령들의 속삭임이 있다
난 오늘
재잘거림의 마을에
재잘거림이 내려앉을
행복나무 한 그루 심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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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가을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시든 국화꽃잎을 자꾸만 뜯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귀한 것을 내어 놓을 때가 많았다
나는
하늘을 매일 올려다 보고
새들을 만나고
새들의 재잘거림이
지금 여기 없는 그녀에게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
여기 작은 새들의 소리를
그리운 친구에게 보내고자 합니다.
고된 작업을 할 때 늘 희망을 준
내겐 아픈 손가락 같은 친구입니다.
그녀는 지금 하늘나라에서
천사는 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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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말하는 공간이 줄어 들고 있다.
부담 없이 떠들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소리 없는 것을 응시 할 뿐이다
생각의 순환을 외면한 체 속으로 쌓아가고만 있다
말을 나누지 못하면 우주의 파동을 만날 수가 없다
삶이 점점 정체되어 간다
맘껏 말하는 공간을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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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비
여름비 지붕에 푹 퍼질고 앉아서는
혼자서 수다스럽다
구름 사는 이야기
쉴새없이 정갈스레 재잘 재잘 내려 놓는다
나는 광주리 한 가득 주워 담느라 오전을 보냈다
떠들던 새들의 문닫는 소리
어린새가 졸고 있다
그러는 동안
나무에게 잔뜩 옷을 입힌 비
어디 나들이라도 갈 모양인지
내 손을 덥썩 잡았다
무화과 나무 열매가 터졌다
매실 파리한 잎사귀 늙어 버렸다
석류는 꽃 서너개 매달고
모과는 가지에 뿔이 났다
능소화꽃은 기와 지붕 위에서 나팔을 분다
자스민 햐얀 꽃 향기 걸어 들어와
유리 꽃병에 앉는다.
싱그러움을 품은 저녁은
식탁에서 팔을 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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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시간의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다
사막을 다녀온 바람과
마음 밭에 나란히 앉는다
.
바이올린켜는 아이의 눈능선 그윽하고
시인의 노트가 열리고
여린 도공의 손길 허공에 다녀
화가의 고요한 음성이 나즈막히 울리면
이야기 가득찬 나뭇가지 오르내리며 놀던
꿈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고
잎도 펼쳐 놓는다.
나는
너무 기뻐 가슴 철렁하였다.
타악기소리 나즈막이
좁은 골목길에 울려
가을을 부른다.
서로간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주의 파동을 들어야 한다.
봄의 소식을 전해야 하고
여름의 장맛비 밭에 뛰어 놀기도 하고
가을에는 서로의 꿈을 말해야하고
겨울에는 나무의 고독한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재잘거림을 해야한다.
작가노트
흙과의 만남...그것은
나의 미래이고,
나의 삶의 작은 오솔길 같은 것이다
더 이상 넓혀지지는 않지만 절제된 삶의 지침서 같은 것이다.
인생은 뜻대로 되는일보다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만족보다는 후회가 앞서고
자신감보다는 좌절감이 앞선다
그 좌절감에서 일어서게 해주는 흙과 만나는 시간들
그 작업이 있어
나는 향기를 갖게 되었고
그 향기나는 삶의 오솔길로
나를 사랑하는 지인들과 같이 오랫동안 마냥 거닐고 싶다
함박꽃 한 송이씩 피어나면 눈언저리 이슬이 찾아온다.짓무르도록 울고 나면
아침 새 우는 소리 감나무 위에 걸리고잠시 졸다 보면 저만치 4月이 지나가고 있다.
탱고 같은 4月의 춤.초록방울 뿜어내는그 춤사위들 속에 소박한 작업하나 내밀어 본다.
2020.4월
문정희/街園/Moon Jong Hee
개인전
2020.제4회 /가원갤러리ㅣ/부산
2011,제3회 나와오리전/써니갤러리/부산
2009 제2회 솟대설치전/부산
2005 제1회 겨울이야기/부산
그룹전다수
現/가원의 뜰(Gallery)흙사랑도자기연구 corporate rep
부산광역시 수영구 좌수영로 101번길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