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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솔바람동요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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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어린이 문화> 2020. 5월
동화
할아버지 돈 백 원
전 세 준
왕복 4차 선 큰 길 옆에 오늘도 할아버지는 자리를 펴고 앉아 있다.
앞에는 늘 그렇듯 양은그릇 하나가 놓여 있고, 동전과 천 원짜리 지폐가 조그마한 공기 돌에 눌려 있다.
할아버지가 앉아있는 사무실 앞에는 건널목이 있어 언제 많은 사람들이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며 서 있다.
“고맙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신호등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가끔 할아버지를 측은한 듯 바라보며 10원짜리 몇 장이나 또는 백 원 짜리 한 장씩 양은그릇에 살며시 놓고 지나간다.
할아버지가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은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가 건너가고 건너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온 종일 그곳에 앉아 있으면서도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나 앞을 스쳐가는 사람들을 유심이 쳐다보곤 한다.
그 때마다 할아버지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간다.
다시 신호를 기다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엄마와 같이 파란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를 본 순간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찾는다.
힘들게 일어난다.
할아버지는 양은 냄비에서 천 원짜리 몇 장을 손바닥 위에 놓고 예쁘게 편다.
한 장 두 장 세어보지도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돈을 모아 예쁘게 편 후에 지팡이를 짚고 엄마인 듯 한 아주머니와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꼬마 곁으로 간다.
할아버지는 손에 쥐고 온 천 원 짜리를 아무 말도 없이 아이 손에 쥐어 주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엄마, 저 할아버지가...”
돈을 손에 쥔 아이는 팔을 번쩍 들어 엄마에게 보여준다.
“...”
엄마가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저 할아버지는 이상 해.”
“아이들만 보면...”
“그래요. 나도 여러 번 봤어요.”
“혹 정신이?”
“아니에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요.”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수근 거린다.
“엄마, 이거 받아도 돼?”
할아버지가 쥐어준 돈을 보며 아이는 다시 엄마를 쳐다본다.
“응, 네가 집에서 착한 일을 잘하기 때문에 주는 것 일거야.”
무엇인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엄마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진수야, 너 인사 안했지? 고맙습니다. 하고...”
“응, 할아버지가 그냥 급히 손에 쥐어주고 갔어!”
“얼른 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오너라.”
“응? 내가 달라고 말도 안했는데... 그런데 할아버지한테 돈을 받아도 되는 거야? 불쌍한 할아버지 같은데...”
아이는 손에 든 돈을 엄마에게 보여준다.
“응? 돈을... 글쎄..”
엄마가 잠시 멈칫하며 양은 냄비 앞에 놓고 있는 할아버지를 또 바라본다.
“괜찮아. 저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양은 냄비에 있는 돈을 신호등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몇 장씩 주곤해요.”
옆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가 진수 엄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아이도 얼마 전에 여기서 몇 번 받았어요.”
할머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도 한마디 하며 진수 엄마를 바라본다.
“그래요? 진수야, 얼른 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오너라.”
엄마는 다급한 듯 진수를 바라본다. 파란 신호등이 곧 켜질 것 같기 때문이다. .
“네.”
진수는 급히 방석위에 앉아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 앞으로 간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진수야 빨리 와!”
인사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엄마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큰 길을 건가고 또 건너 온다.
“허어..녀석! 인사성이 밝네..”
할아버지는 꾸벅 인사하고 뛰어가는 진수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힐끔 바라보며 지나가곤 한다.
할아버지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나 만 원짜리 돈을 양은 냄비에 넣고 지나간다.
“고맙습니다.”
“감사 합니다”
할아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파란 신호가 사라지고 빨간 신호가 켜진다.
다시 건널목 옆에 다시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엄마나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이 또 할아버지 눈 속에 들어온다. 할아버지는 다시 또 겨우겨우 일어나 아이들 곁으로 간다.
“맛있는 것 사 먹으렴.”
엄마 손을 잡고 있는 꼬마에게 오천 원짜리 돈을 쥐어준다.
남규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할아버지가 주는 돈을 받으며 엄마를 쳐다본다.
바로 그때다.
“할아버지 !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아이들 앞에!”
날카로운 목소리에 할아버지는 놀란 듯 몸을 움칠한다.
꼬마 손을 잡고 있던 아줌마가 할아버지를 쏘아본다.
“네. 네...”
할아버지는 겨우겨우 ‘네. 네’ 소리만 남기고 자리로 돌아온다.
“엄마, 이것 봐 오천 원짜리 돈이야!. 할아버지가 주셨어!”
남규는 할아버지가 쥐어주고 간 돈을 엄마에게 자랑한다.
“함부로 받는 게 아니야! 정신이상에 걸린 할아버지 일 런지도 모르잖니!”
아주머니는 다시 자리로 돌아 간 할아버지를 쏘아본다.
“아니에요 아주머니. 제가 여러 번 보았는데 아이들만 보면 편치 않는 다리를 움직이며 겨우겨우 찾아와 십 원짜리나 또 오천 원짜리 돈을 아이들 손에 쥐어 줘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를 쏘아보던 아주머니는 이상하다는 듯 아주머니를 바라본다.
“제가 여러 번 보았어요.”
다시 파란 신호로 바뀌자 사람들이 우르르 큰 길을 건너가고 건너오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신호등에는 아무 관심 없다는 듯 다시 고개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시간이 차츰차츰 지날수록 할아버지 양은 냄비에는 조금씩 조금씩 다시 종이돈과 백 원짜리 하얀 동전도 늘어간다.
해가 차츰차츰 옆 빌딩을 넘어가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할아버지는 겨우 몸을 가누며 양은 냄비에 담긴 돈을 모아 신주머니 같은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시게요?”
바로 할아버지가 매일 자리 잡고 앉는 자리 뒤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네, 가야지요. 밤눈이 어두워 어둑어둑 해 지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알아 볼 수 없어요.”
늘 갈 때마다 똑 같은 소리로 대답한다.
“그렇지요. 일찍 들어가세요.”
“네, 내일 다시 만나요.”
할아버지는 주머니를 배낭 속에 넣으며 파란 신호등이 켜진 건널목을 건너간다.
“어이구 그 녀석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할아버지는 혼자 중얼거리면 조심조심 걸어간다.
저녁 식사가 나올 시간이면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지키고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늘 가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할아버지가 아침저녁 식사를 하는 곳은 시장 터 옆 조그마한 식당이다.
오늘은 저녁 한 끼 먹을 수 있는 돈이 된다. 할아버지는 적선 받은 돈으로 한 끼 식사라도 할 수 있게 되는 날에는 늘 다니는 단골 식당으로 가서 이 천 원짜리 국수로 한 끼를 때우곤 한다.
주인아주머니가 할아버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삼 천 원 짜리 국수도 이 천 원에 먹을 수 있다.
“오늘도?”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을 내 놓으며 아주머니는 오늘도 똑 같은 말로 물어본다.
할아버지 하는 일이 힘들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는 아주머니의 물음도 그저 지나가는 인사말 이다.
“네...”
할아버지 대답도 오늘도 같은 대답이다.
“어서 드세요. 시장하시겠어요.”
“네.”
할아버지 대답은 간단하다. 그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지는 것만 같아 아주머니의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 진다.
“쯧쯧...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식당 집 아주머니는 할아버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어디에 있던 살아만 있으면 좋겠는데....”
언제나 할아버지는 혼자 중얼 거린다. 그 소리를 듣고 난 후에 식당 아주머니는 할아버지가 왜 매일 큰 길에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다행이 찾을 수만 있어도 좋을 텐데.”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손자 손잡고 큰 길에 산책 나왔다가 손자를 잃어버렸다.
온 가족들이 여기저기 찾았으나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물론 경찰서에도 신고를 했지만 이제 모두 포기 상태다. 전국에 전단지도 뿌렸지만 헛수고였다. 그 후 할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지 않고 손자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 이래 혼자 온 사방 찾으러 다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손자는 복잡한 서울 거리에서 다시 만나지 못 한 채 이 십 여년이 흘러갔다.
아들 내외에게 볼 면목이 없는 할아버지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길거리를 해매이기 시작했다.
가방 하나 어깨에 메고 서울 시내는 물론 곳곳을 찾아 나섰지만, 오늘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자식을 잃어버린 아들 내외는 할아버지까지 잃고, 집안 살림을 줄이면서 아들과 할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서로가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아이고, 내가 내가 ...:
할아버지는 늘 가슴 아리를 하며 오늘도 큰 길에 나와 혹시나 찾을 수 있을까 앉아있으면서 지나가는 청년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자기는 잘 알아보지 못하지만 손자는 청년이 되어도 자기를 알아볼 거라는 희망을 품에 안고 하루 하루를 보낸다.
어린 손자에게 더 잘 해주지 못한 안타까움은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손자에게 주듯 반갑게 십 원짜리 백 원짜리 적선해 준 돈을 건네주곤 한다.
자기가 하지 못한 한을 아이들에게라도 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만 보면 가슴이 뭉클 해 지는 할아버지다.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놓고 가는 돈을 아이들만 보면 손에 쥐어주며 손자를 생각하곤 한다.
‘내가 내가 미쳤지....어떻게 어린 손자를 잃어버리다니...’
할아버지는 큰 죄인이 된 듯 언제나 마음이 바위에 눌린 것 같이 무겁다.
오늘도 내일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신호등 옆길에서 젊은이들을 쳐다보며 하루하루를 죄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다음 날도 또 다음날도 할아버지는 이곳저곳 신호등이 있는 큰 길 건널목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매일 같은 곳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 시내 여기저기 다녀야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엄마, 며칠 전에 본 그 할아버지가 저기에...”
“뭐? 그 할아버지가?”
“응 저기, 저기 봐요.”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남규를 본 할아버지는 오늘도 적선 냄비에 놓여있는 십 원짜리 몇 장을 꼭꼭 접어들고 남규 쪽으로 간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으 으음, 그래 길조심해라. 엄마 손 꼭 잡고.”
남규에게 돈을 건네준 할아버지가 다시 뒤돌아서 돌아온다.
“할아버지. 잠간!”
할아버지는 소리 나는 쪽을 뒤돌아본다.
“오늘은 여기에 계시네요. 전에는 참 미안했어요. 할아버지 제가 그만 ...잘못했어요.”
전에 남규에게 돈을 줬다고 할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르던 그 아주머니가 다가와 할아버지 손을 꼭 잡는다.
“아..아니 이러지 마세요. 제 손이 더러워요.”
정신이상자라고 하던 아주머니는 할아버지를 손을 꼭 잡으며 쳐다본다.
바로 그때다.
“엄마, 파란 신호가 켜졌어요.”
천 원짜리 돈을 꼭 쥐고 있던 남규가 소리를 지른다.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건널목을 건너간다.
“그래, 그래 알았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할아버지 손을 놓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고생이 많으시죠?”
“네?”
할아버지는 깜짝 놀란다.. 이런 말을 해 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 신호가 바뀌었어요.”
남규의 말을 들은 엄마는 신호등을 바라본다.
빨간 신호등이 켜진 건널목으로 자동차들이 다시 줄 다름 치기 시작한다.
“다음에 건너자! 남규야, 할아버지께 다시 고맙다고 인사해라. 돈을 받아서가 아니라 언제나 웃어른께 인사하는 것 잊지 말아야지...”
“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막 인사가 끝났을 때다.
“아주머니 어디로 가시는데, 여기에서 뭘..?”
건너편에서 건너 온 키 큰 청년이 아주머니를 보고 곁으로 다가온다.
“ 여긴 웬일이니?”
“우리 친구 여기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누구에요?”
젊은이가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그 순간 할아버지 눈빛이 갑자기 빛난다.
“아니,... 젊은이 혹 이름이...”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웃 등 하며 아주머니 옆에 선 청년을 바라본다.
“아, 우리 동네 모범 청년이죠. 남식이라고...옛날엔 호석, 그래 호석이라고 불렀데요.”
아주머니는 청년의 손을 잡고 반가워한다.
“뭐, 이제 뭐라고....호석이? 혹시 박호석?”
할아버지는 몸을 부르르 떤다.
“네, 맞아. 옛 날 이름은 박호석 이라고 불렀데요.”
“뭐, 박호석?”
“네, 제 옛 이름은 박.....
젊은이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할아버지를 한 참 바라본다.
“혹, 아버지 이름 알아요?”
“네?”
아주머니는 할아버지를 이상 하다는 듯 바라본다. 정말 생각대로 정신이상자가 아닐까하는 무서움에 몸을 움츠린다.
“박기영. 자네 아버지 이름이?”
할아버지 몸이 갑자기 부들부들 떨린다.
"네, 맞아요. 옛 날 아버지 이름은 박기영이에요. 어렸을 때 가족 모두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어떻게 ...“
“나?...내 이름은 박철민..”
“그래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 성함이 박자 철자 민자 인 것 같아요.”
“으 으음.. 응”
할아버지는 자리에 쓰러질듯 풀썩 주저앉는다.
“맞다 맞다 박..철민....내...내가 박철민..”
길에 앉았던 할아버지가 길에 쓰러지며 젊은이를 향해 팔을 들어 청년의 손을 꼭 잡는다.
신호등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파란 신호가 켜진 것도 모르고 이상하다는 듯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쓰러진 할아버지는 겨우겨우 눈을 뜨며 혼자 중얼 거린다.
“으음..내가..내가..네 할아버지 박철민이다. 호석아...내 손자가 맞구나. 많이 컷 구나!..”
할아버지는 더욱 손자의 손을 꼭 잡으면서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그래 그래. 내가 잘 했어. 건널목에 앉아 아이들에게 용돈을 나눠주길 잘 했어.”
할아버지는 혼자서 중얼거리면 손을 더욱 힘 있게 잡으면서 손자의 얼굴을 쳐다본다.
건널목 파란 신호등이 다시 켜진다. 사람들이 우르르 건너간다.*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입선. <아동문학연구> 동화 신인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강릉문학상. 관동문학상 .한,중 <옹달샘> 아동문학상 수상. 불교 동요 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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