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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버킷 리스트
세계는 책장이 닳아지도록 읽은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다시 꺼내 들었다.
‘내 나이가 몇이야 서른을 넘겼고.....지금까지 내 나이만큼 읽었겠구나.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를 책 속에 가두어 두다니....이젠 탈출을 시키는 거다.
세계는 컴퓨터 앞에 앉아 종일토록 유럽을 기점으로 시작하는 여행지를 검색을 하며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웠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는 계획.
“나는 세계가 아닌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다. 내 자신과 내기를 건다.
총액 1억1천이백 오십 만원으로 아버지와 함께 8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정확히
920시간 안에 내 집 봉천동 산 88번지 달동네로 돌아오겠다.
소설 쓰기를 마치면 책을 내고 인세로 1억을 돌려주겠다. 지금은 차용중이다.”
상상을 해야만 진정으로 사는 맛을 느끼는 세계의 뇌는 바깥출입은 물론
‘포그’가 프랑스 하인을 세우듯 아버지를 조수 겸 여행 동반자로 세우고
“장 파스파르투 같은 조수는 내 아버지다. 곡예사처럼 재주는 없어도 인생 곡예를
힘겹게 줄타기를 하시며 건너오신 아버지. 체조교사처럼 날렵하지도 못하고,
소방수처럼 급한 불은커녕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끄지 못하는 장애를 가졌지만
필요한 때 기지를 발휘할 것이다. 매순간 순간 우리 부자는 행복할 것이며
상상을 독백으로 마치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니 태풍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해질 무렵. 흔들리는 여닫이 방문을 열고 보니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구름 잔뜩 후텁지근한 날씨와 하늘이 비를 몰고 올 기세로 바람이 불었다.
“어? 빗방울이다. 하늘이 곧 쏟아질 울상인데? 아버지 마중을 나가야겠다.”
조심스레 다가가 만져보니 기다란 게 오이였다. 5개. 텃밭에서 자란 듯 제 각각이다.
“누가 우리 집 대문 안에 오이를 가져다 놓았지? 아버지는 일찍 일을 나가시고....
도대체 알 수가 없네? 우리 집 안에 있는 것이니까 누가 주신 것 일거야
그때 언젠가 보았는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오늘이 중복이니까? 맞다 맞아~복 더위를 이겨내는 선조들의 지혜를
본적? 들은 적? 있지? 내가 그걸 깜빡 했구나. 친한 사람이나 이웃 집 대문 안에
여름 과일이나 시원한 식혜나 음료를 몰래 넣어주어 그 음식을 먹고 힘내라는
전통풍속인데 집주인이 준 사람을 알아내면 복 더위가 되돌아오니까
몰래 넣는 거라고 했어. 그래 알아도 모른 척 하는 게 준 사람을 위한
시원한 여름 배려야 하하하하...내가 왜 이런 걸 깜빡했지 으이그....”
오이에 대한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 되었다. 그러자 다섯 살 즈음부터
5번이나 교체를 해오며 명맥을 이어온 전자밥통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주어온 최신형으로 쿠쿠 전자 밥통이 증기 기관차 김을 뿜는 소리를 냈다.
하얀 쌀밥을 주걱으로 4등분하여 긋고 하나씩 차례로 뒤집어 고슬고슬하게 만들고
뜨거운 김을 몇 차례 입김으로 불어 날리고 뚜껑을 덮었다.
“밥이 잘 됐다. 아버지 오시면 고등어도 구어 드려야지.”
냉동실에 1회용 비닐봉지에 넣어 얼려 둔 고등어 두 토막을 꺼내 녹을 수 있도록
우산 두 개를 들고 봉천동 달동네 산 88번지를 출발한 세계는 중턱 공중 시설
자신에게는 짧은 간이역이지만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에겐 잠깐의 쉼으로
오래 전부터 고장이 나서 껌뻑이는 가로등. 간이역의 어둠과 밝음의 반복.
‘여기서 아버지를 기다릴까? 어둡다 환하다 꼭 천둥치는 날 번갯불 같다.
번개를 탈 수 있다면 광속으로 이곳저곳을 순간 이동으로 여행을 하면
돈도 들지 않고 80일이 아니라 보름이면 돌아오겠지?’
주춤 하는 사이에 번개처럼 치고 들어온 상상은 세계여행이 번개를 탄 듯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세계는 공상에 한번 빠져들면 나이도 잊었다. 사춘기 소년인지 아직 20살 전인지
30대인지 아니 마음은 초등학교 소년에 머무르기 했고 책속에 머문 주인공으로
나이를 먹어도 전쟁에서 피아를 구분 못하는 전투력 상승 고조를 탄 병사와 같았다.
무적 람보, 터미네이터, 로보캅을 뛰어넘어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 이었다.
이 짧은 순간에 벌어진 번개를 타는 공상을 굵은 비가 깨뜨렸다.
“어? 비가 점점 더 세게 오네? 우산도 우산이지만 아버지 발이 미끄럽겠다.
그때. 공중 화장실에서 빠스락 거리는 비닐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나오는 소리를 인기척이었다. 선채로 좌우로 기우뚱 하는 모습을 보니
가로등 불빛에 보니 비를 피하시려고 둘러쓴 커다란 하늘색 비닐봉지를 둘러쓰고
나오시는 것 같았다. 손에든 비닐봉지는 책 보따리 같았다.
어둠에 검게 염색되고 껌뻑이는 외눈박이 가로등 도깨비불이 봉지 색을 바꾸는
“어? 세계냐? 다 왔는데 뭐 하러 나왔어~넘어지면 어떡 할라고~”
“예? 헐~내가 할 소릴 하시면 난 할 말이 없죠~ 비 오게 생겼으면 조금 빨리 오시지.”
“응~ 오늘은 이삿집이 있어서 고물도 챙기고 집 정리를 도와주느라고 늦었다.”
“그분이 장사가 잘 되어 이사를 간다며 싱글 벙글 하시며 ‘신 씨 아빠 수고했어요.’하시며
“아~지금도 신 씨 아빠라고 부르네요. 내가 세살 때 고물 줍는 리어카에 타고 다니던
“그래 가끔 너의 안부를 묻는 사람도 있는데 추운 겨울 이불에 둘둘 말아
리어커에 태우고 다니던 그때 기억이 떠올라 너에게 자꾸만 미안해져~”
“엥? 아빠 너무 그런 기억을 떠올리지 마세요. 그리고 너무 힘드니까
남 생각한다고 오지랖?은 하지 마시고 사지로 몰아넣는 사지랍? 도 하지마시고
“헐~내가 니 말장난에 웃는다. 하루의 피로를 싹 날려주는 개그가
아버지의 말을 귓가로 들으며 요한이 아버지를 떠올렸다.
‘요한이 아버지가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날 찾아올 것 같으니 하루라도 빨리 떠나자.’
세계는 아버지가 씻는 동안에 오이 고추장 무침을 했다.
특별히 좋아하시는 고등어도 구어 마주 앉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예. 고추장이 맛있어서 마늘도 안 넣었는데 간이 딱 맞고 맛있어요.
“그래? 구멍가게에 리어카를 매다가 할머니를 만났는데 텃밭에서 딴 오이를
우리 먹으라고 가져다 놓았다고 하더니 바로 그 오이구나?”
놀란 대답을 마친 세계는 존재 하지도 않은 조상의 전통풍속이 아주 많이
‘오버한 상상’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씁쓰레한 기분....
‘헐~내가 왜 이러지? 정신까지 너무 이상해지는 5차원?’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전통풍속과 또라이 상상이 내내 오버랩 되었다.
방안에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방향제가 가득했다. 바쁘게 설거지를 했다.
피곤하신 아버지가 잠들기 전에 세계 일주를 말씀드리려는 생각이었다.
믹스 커피를 타서 쪽문을 열고 들어와 일석이조의 모기향을 피웠다.
한쪽 방문을 열고 모기장도 내렸다.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골방문도 열었다.
“허얼~무슨 허얼삔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도시락 폭탄 투척하는 소리에요?”
“그럼 뭐셔시방 도시락 까먹었으면 졸리니까 빨리 폭탄을 던져야지 안 그냐?”
“하하하 아빠 전라도 말투 나오는 거 봉게 주무실 라면 멀었구만이라~”
세계는 종일 구상한 세계일주 여행 계획을 모두 설명했다.
아버지 신기루 씨는 장황한 아들의 설명과 스케줄에 신기루를 탄 듯 아롱 몽롱했다.
“아버지 근데 세계여행도 좋지만 여행을 가기 전에 여권을 만드는데
일주일쯤 걸리니까 사전 워밍업으로 공항 근처 호텔에 머물면서 공항에 뜨는
비행기 한번 실컷 구경하면서 부푼 꿈 한번 실컷 꾸어 볼까요?”
“헐~ 그건 또 무슨....그래 니가 계획 행응게 니 마음 가는데로 해 봐라
“오~ 아버지 조수 이름도 기억하시는 놀라운 기억력. 하하하.”
“근데 여행 경비가 많이 들 텐데 얼마나 있고 돈은 어디서 났냐?”
“걱정 말아요 그동안 컴퓨터 작업으로 친구 아버지 일을 도와드렸더니
첫 목적지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시계보석 박람회인
16세게 종교박해로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왔던 칼뱅파 개신교도들이
제조 기술 전수 후 시장이 된 장 칼뱅이 너무나 화려한 보석을
일부 세공업자들이 나서서 ‘주라 산맥’ 해발 1000미터에서 공장을 짓고
가난한 스위스를 부유하게 만드는 발전을 했지만 몇 차례 난 불로 모두 소실
다시 되어서 도시계획으로 반듯하게 설계된 바젤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시계학교와 박물관이 있는 ‘시계마을’ 바젤........
세계는 두서너 살 때부터 집안 여기저기에 걸린 각종 시계들을 보며 자랐다.
고장 난 시계는 외로움을 달래는 흥미 거리로 ‘조립소년’이 되었다.
그런 시계들만 보고 자란 세계의 꿈. 조립이라면 둘째가라면 서운하다는
조립공 세계의 꿈은 컴 박에게 배운 컴퓨터 조립까지 마스터했으니
꿈의 완성 지도는 버킷 리스트 세계여행으로 마감하는 것이고
프랑스로 가서 시속300킬로의 초고속 테제베를 타고 스위스로 넘어가서
시계마을 바젤로 가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쩐지 영국이 좋았다.
그저 책 속의 주인공 포그가 사는 신사의 나라라는 생각도 들고.
여객기 날개아래 양떼구름 뭉게구름을 보고 부자는 마음이 들떴다.
수학여행도 못가 본 세계나 돈 버는 제주도 없어 제주도도 못간 아버지가 본
달동네 구름은 안개인지 이슬인지도 모르고 차갑게 느껴졌던 산안개구름이
솜틀집에서 막 나온 목화솜처럼 폭신하게 보여 뛰어 내리면 ‘근두운’을 타고
단숨에 10만 8천리를 날아가는 손오공 부자가 된 것 같았다.
기내식 밥 2번과 간식 1번의 12시간 긴 여행 후도착하니 저녁 8시.
“아빠 우리 영국에 왔으니까 빨간 2층 버스를 타고 숙소를 찾아가 볼까요?”
“그래 좋지. 니가 가지고 놀던 빨간 미니 소방차 생각이 난다.”
차창으로 이국의 건물들에 반하여 쳐다보는 동안에 갑자기 비가 내렸다.
거기에 한국만큼 형형색색의 우산은 보이지 않았지만 감청과 검정에
가끔 로고가 새겨진 우산들이 영국의 고택 건물들과 함께
숙소에 도착. 긴 여행에 처음부터 피곤한지 아버지는 코를 골고 잠이 들었다.
새벽인지 저녁인지 분간도 할 수 없는 시간에 세계가 눈을 떴다.
“안개가 걷히면 곧 알겠지? 오늘의 목적지는 ‘시계마을’이다.”
일주일동안 공항에서 시차 적응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를 한 탓으로
꿈속에서도 마음이 부풀고 아버지를 즐겁게 해드려야 하겠다는 생각과
여행지를 찾아 가는 일과 음식은 아버지 입에 맞을까라는 복잡 다양한
생각들이 세계의 꿈도 복잡하게 만들었다. 또 설핏 잠이 깬 듯하였다.
동안이지만 게슴츠레하게 뜬눈으로 묻는 세계였지만 눈 아래로 깔아보며
신사답지 않게 무뚝뚝한 답변을 들은 세계는 갑자기 여행이
‘바젤’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시계마을’ 이라고 물었고 바젤은 영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영국인의 시선이 따가워 방으로 돌아오니
“아빠, 아니거든요? 이제부터 여행의 시작인데 우리가 직접 시계마을 찾기를
나설 거예요 가다가 보이는 것들을 만나는 것이 여행이잖아요?
보고 걷고 타고 날고....아버지, 걷기 힘들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렛츠고?”
“내가 영국에서 스위스 시계마을을 묻다니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창밖을 보니 아직도 안개의 아침. 더 잘까 말까? 시차 적응 실패 후유증이 계속 되었다.
비몽사몽 이었다. 굳이 침대가 따로 있는데 아버지 아픈 다리를 주물러 드리다가
또 다시 손을 잡고 잠이 들었는지 깨었는지 생시인지 꿈속인지 알 수 없었지만
끊임없이 여행지와 베네룩스 3국과 발칸 반도를 쉼 없이 종알거렸다.
“아빠. 오늘 아침부터 긴~여행이에요. 런던에서 스코틀랜드로 ‘백파이브 오르간’
연주를 들으러 가고요. 다음은 고전 중세과거로 타임머신을 탄 듯 돌아가는
베네룩스 3국인데 벨기에의 유명한 쵸콜렛도 먹고. 달동네서 아빠와
오줌 멀리 싸기 했던 걸 생각하며 ‘오줌 싸는 소년’이 나라고 생각해 보고요.
룩셈부르크는 포를 쏘는 ‘보크포대’와 성벽 걷기로 아빠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 거고요.
다음은 네덜란드 풍차마을 ‘잔세 스칸스’ 로 갈 거 에요. 그다음은 직항이 없으니까
미리 신청한 크렘린 궁전을 보고 지하철로 붉은 광장도 보고‘부활의문’에 가서
다음은 풍경이 아름다운 중세의 천혜 자연환경이 아주 좋은 ‘발칸 반도’에요.
한반도의 3분의1정도 되지만 국경이 없이 버스로 가는 에스토니아에 가서
‘백야’를 보고 에메랄드 빛 바다와 계곡에서 다이빙도 도전하고,
라트비아도 가고 ‘바로크 풍’ 건축물과 오래된 건축물 그리고 동화 속에 빨려드는
경험을 느끼고 싶은 리투아니아 그다음은 내가 원하는 스위스로 들어 갈 거예요.”
“그래, 스코 머시기에서 거시기 치마를 입은 남자를 보고 싶구나 하하하하....
첫댓글 어제 복 날 우리 집 대문 안에 오이 다섯개를 넣어 주신 누군지 모르는 그 분께
소중한 이 글의 상상 소재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며.
오늘 아침에 마늘 고추장에 무쳐 잘 먹었습니다 .^^ 감사
3개월 반 신혼 여행을 떠난 아들이 영국에서 8월5일에
스코틀렌드로 간다고 해서 세계도 런던을 출발 스코틀렌드로
간다고 지역을 바꾸어 썼다.ㅋㅎㅎ
헐~이상한 일이다ㆍ방금 계단을 내려 오는데 오늘은 복숭아 봉지가 놓여 있다ㆍ이거 무슨 우렁이 각시도 아니고 ?정말 30도를 넘고 열대야 라고 복 더위 잊으라고 과일을 가져다 놓는 미풍 양속의 원조를 누가 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