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 힘찬 날개짓을 하며 창공을 향해 날아 오르는 모양을 한 학가산(鶴駕山). 학가산 중에서도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에 옛 안동 거찰 광흥사(廣興寺)가 부처님의 인연을 천년 동안 지켜오고 있다.
옛 안동의 기록을 담고 있는 『영가지(永嘉誌)』에 의하면 ‘학가산에는 국왕이 머물렀고, 대궐과 육조(六曹)의 터가 남아 있는 2개의 산성지가 있고, 산의 동쪽에는 능인대덕이 살았다는 능인굴이 있으며, 산 허리에는 거찰과 작은 암자들이 둘러져 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이는 신라의 대덕인 능인대사의 전설이 얽힌 능인굴의 존재와 안동문화의 한 특징으로 불교문화의 전당인 사찰과 암자가 많이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안동에서 불교문화가 융성할 때에는 150여개의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학가산과 같이 많은 사찰이 밀집해 있었던 곳은 찾을 수 없다. 그 중심에 바로 광흥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광흥사는 과거 안동의 거대한 사찰로서의 면모는 그 흔적만 남긴채, 수행정진하던 옛 수도승의 짙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산사로 남아 부처님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광흥사의 변화무상한 시간의 흔적들을 지켜 본 400년 된 늙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일주문 옆에 서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서는 도반들을 말없는 미소로 반겨준다. 그 미소에 부처님이 계신 법당을 향해 두 손이 모아지니 늙은 은행나무에도 오랜 세월동안 불심이 스며듬직하다.
전국 어느 법당에서도 느낄 수 없는 미묘한 향냄새를 풍기는 광흥사 응진전은, 우리민족의 오랜 신앙으로 자리잡은 나한신앙의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부처님의 수기를 받은 나한을 모신 광흥사 응진전에서 일념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 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