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슴, 물고기 등 우리 아기도 알 수 있는 그림이라 좋아요. 중국 작가들 작품은 좀 어렵거든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뭣보다 색채가 화사해서 마음이 행복해져요."
두 살배기 아들을 안고 온 중국인 리윤(33)씨가 한국화가 김병종의 선홍색 꽃 그림에 매료됐다. 공무원 남편 장하오(34)씨는 물고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아이 그림 앞에서 미소지었다. "나도 어릴 때 저런 꿈을 꾸었지요." 미술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장리(28)씨는 전시를 보려고 베이징에서 2시간 떨어진 곳에서 달려왔다. "내면에서 뭔가 폭발하는 느낌이에요. 동심(童心)으로 돌아간다고 해야 할까. 붉은 꽃 그림도 좋지만 저는 수묵으로 그린 3.8m짜리 숲 대작(大作)이 제일 좋았어요. 어떤 거대한 힘이 솟구치는 것 같아요."
- 김병종 서울대 교수가 작품‘생명의 노래-숲속에서’앞에 섰다. 중국 베이징 금일미술관에서 지난 31일 열린 김병종‘생명의 노래’전시 개막식에는“시진핑에게 그림을 선물한 화가를 보겠다”며 몰려든 취재진과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공아트스페이스 제공
31일 중국 베이징 금일(今日)미술관이 북새통을 이뤘다. 오는 3월 9일까지 열리는 김병종(62) 서울대 교수 초대전 '생명지가(生命之歌)'의 개막식을 취재하기 위해 CCTV와 인민일보 등 40여개 중국 매체 기자들이 전시장을 메웠다. 금일미술관은 장샤오강(張曉剛), 쩡판즈(曾梵志), 웨민쥔(岳敏君), 팡리쥔(方力鈞) 등 현재 세계 미술계를 주도하는 스타 작가들을 배출한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김병종 교수는 "수묵화가만 100만명이라는 동양화의 본산에 진출해 한국화가 갖고 있는 독보적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평가받게 돼 매우 두렵고도 기쁘다"고 말했다.
김병종 초대전은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대 방문이 계기가 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서울대 측이 시 주석에게 김 교수가 그린 '서울대 정문'을 선물하면서 중국민들 사이에 커다란 화제가 됐다. 가오펑(高鵬) 금일미술관장은 "시 주석 때문이라도 뜻깊은 전시이지만, 김병종은 동서양 화법의 절묘한 조화를 추구해온 작가로 이미 중국 화단에 알려져 있었다"면서 "생명에 관한 그의 시적이고도 명상적인 고찰이 중국인들에게도 큰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내걸린 62점의 그림은 김병종 교수가 30여년간 천착해온 '생명의 노래' 연작이다. 1989년 '바보예수' 시리즈로 한국 화단의 스타로 떠올랐지만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경을 헤맸던 일이 생명 연작을 시작한 계기였다. 중국 기자들 질문은 붉은 꽃그림에 집중됐다. 수묵이 주재료인 동양화가 작품에 왜 빨간색이 자주 등장하느냐는 의문이다. 김 교수는 "내 작품은 전통 산수화에 화조화를 결합한 것"이라며 "생명이 발화하는 순간을 붉은색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검은 먹은 심장, 혹은 눈동자를 뜻하며, 활짝 핀 꽃처럼 우리 인생도 그렇게 피어나기를 소망했다"고 답했다. 동양화가로 서양의 기법을 과감히 수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동(東)은 정신, 서(西)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의 정신을 서양의 기법으로 풀면 동서양을 한 화폭에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 중국 엄마 관람객 "마음이 행복해져" - "꽃 그림 정말 좋아요!" 두 살배기 아들 슈안을 안고 김병종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 관람객 리윤씨. /김윤덕 기자
전시장을 취재한 순페이 CCTV 기자는 "유화, 수묵, 채색을 다 같이 사용해 독특한 입체감을 표현한 게 인상적"이라면서 "작가의 메시지가 명쾌하게 와 닿는다"고 했다. 미술 전문 온라인매체인 중국예술망 왕얀리 기자는 "학, 말, 붉은 수탉 등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중국인들에게도 친숙하고 사랑받는 것들이라 전시가 꽤 인기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최대 미술박람회인 아트베이징 디렉터이자 미술계의 마당발로 불리는 동멍양(董夢陽)은 "김병종의 그림은 중국 화단에는 '신세계'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전통 수묵화만 고집해온 중국 화가들이 김병종 작업에서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시 주석 덕분에 그의 작품이 널리 알려진 것이 중국 화단에는 큰 자극이 될 겁니다." 미술관 측은 개막 전부터 작품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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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서울대 미술대 동양화과 교수출생
1953년 (전북 남원)직업
교육자(교수)학력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예술철학 철학박사과정 수료경력
개인전(중국 베이징(北京) 진르(今日)미술관)
개인전 '김병종의 길위에서-황홀'(갤러리 현대)사이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