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산(孔雀山, 887.4m)-응봉산(鷹峰山, 868m) 연계산행
- 夢幻의 春雪 深雪 -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0. 3. 27. 토요일
2. 날씨 : 흐림/눈/비
3. 산행지 : 강원도 홍천군 공작산(887.4m)-응봉산(868m)
4. 산행코스 :
1부 : 군업천-공작산-군평초교(당무분교)-점심
2부 : 도광터-응봉산-응골
5. 산행인원 : 영희언니, 버들, 메모리, 벽산, 배대인, 드류, 대간거사, 더산, 모모, 케이, 주유천하, 한메,상고대, 요산자, 동그라미, 해마, 인샬라, 산소리, 메아리(19명)
6. 산행거리 : 약 16km
7. 산행시간 : 약 10시간(휴식 및 점심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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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모래처럼 부숴버리기 위해 가자.
산에 오르는 일은
새롭게 산을 만나러 가는 일.
만나서 나를 험하게 다스리는 일.
더 넓은 우리 하늘 우리가 차지하러 가고
우리가 우리를 무너뜨려
거듭 태어나게 하는 일!
산을 가자.
먼발치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몸 비비러 가자.
온몸으로 온몸으로
우리 부서지기 위해서 가자.
- 이성부, “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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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부 : 공작산(孔雀山)
어제는 금융연수원에서 예비경영자과정 및 PB과정 강의를 하면서 장장 8시간 동안 정신없이 떠드느라 거의 녹초수준이 되었다. 이런 몸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산에서 기를 받고 충전해놓아야 한다.
그러나~
토요일 아침 5시 알람이 울린다. 눈을 뜨기도 싫고 깨어나기는 더더욱 싫다.
산행에 참여한다고 이야기 해놓은 것이 참으로 후회되는 시간, 그러나 의무감 아닌 의무감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배낭을 챙긴다. 아침 6시 30분까지 동서울터미널에서 공작산으로 떠나는 오지팀 일행들과 만나기로 되어있다.
산이라는 곳은 들머리에 들어서기가 힘이 들지 일단 산속으로 들어서면 몸이 마음이 편해지면서 산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는 곳이다. 그러한 산의 마력을 잘 알기때문에 힘든 몸을 추스려 반사적으로 집을 튀어 나간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동서울터미널 앞에 도착, 대간거사 총대장 및 상고대 대장, 산진이님, 한메님 등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배대인님도 오랜만에 뵌다. 예의 순진무구한 얼굴들이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치고 편하지 않은 얼굴은 없다. 산에 다니다 보면 알게 된다. 얼굴을 붉히며 그리 악을 쓰며 세상을 살 일이 아님을.
3분만에 인근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고 해마님이 운전하는 승합차에 몸을 싣는다. 다수는 25인승 전세버스로 공작산 들머리인 강원도 홍천군 화천면 군업리로 떠났다. 승합차 안에서는 침몰한 초계함이 화제의 대상이다. 초계함 침몰의 원인에 대하여는 오늘의 날씨처럼 오리무중이다.
양평에서 재야 화가인 동그라미님을 태우고 들머리에 들어서니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에서 홍천은 1시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그러나 눈과 비가 섞인 날씨와 개스로 조망은 이미 글러버렸다. 좋게 해석하면 춘삼월에 어울리지 않는 눈산행을 하게 생겼다.
이런 날 괜히 헛심만 쓰는 산행이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선정되기 까지 한 공작산을, 공작같이 사뿐하게 나래를 펴는 모습의 공작산을 맑은 날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유격훈련 내지는 극기훈련식으로 산을 탈 생각을 하니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어진다.
오지팀 건각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쫒기듯이 산등성이로 달라붙어 달아나버렸다.
대간거사 대장, 한메님과 처음 뵙는 모모님, 인샬라님과 함께 메모리님을 배려하여 1진과는 다른 샛길코스를 택하여 공작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는다. 좋은 길을 놔두고 험한 형극의 길을 찾아야만 식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공작산으로 오르는 길은 대부분 남쪽의 공작산 휴양림이 있는 곳이나, 북서쪽의 수타사 방향을 선호하고 있으나, 오지팀들은 북쪽방향 군업리쪽의 오지코스로 길을 잡았다. 우의를 뒤집어쓰고 대간거사 대장이 인도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겨운 돌다리
사방은 춘삼월 몽환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군업천 돌다리의 모습이 더 없이 정겨운 모습이다. 드디어 침잠의 시간으로 잠겨드는 시간이다. 1시간여만에 도회와는 다른 풍경에 들뜬 마음이 가라앉는다.
눈발이 내리고는 있으나 그리 춥지는 않은 날씨라 산행에는 좋은 날씨다.

군업천을 건너고
근래 비가 많이 내렸는지 개천에 물이 많이 불었다. 스틱을 준비하지 못하고 오는 바람에 한메님으로부터 스틱을 빌려 물길을 뛰어 넘는다. 한메님의 배려는 거의 성불한 스님 수준이다. 아마도 열반에 들면 사리가 꽤 나올 것이다.
춘삼월에 눈길산행을 하게 되니 춘하추동이 헷갈린다. 어쨌든 지난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공작산 등산안내도가 있는 초입

瑞雪
봄은 실종되었다. 이곳 세상은 흰눈과 갈색 들판이 수채화를 그려넣고 있다.
봄인지 겨울인지 헷갈리는 시간이다.
제주에는 목련은 이미 지고 벚꽃이 만발하고 있는데 같은 시간 강원도 홍천은 눈세상이다.
습설을 뒤집어쓴 소나무 가지가 힘겹게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
역시 산으로 들어오니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뭉개다가는 긴긴 하루를 어영부영 허송하기 쉽다. 산에 와서 산을 타다 보면 하루가 꽤 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오로지 산과 자신의 대화를 즐기며 비로소 존재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인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인생은 보들레르 시구 한 줄만도 못하다’고 한 사람도 있고, ‘인생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짬뽕 국물을 숟가락으로 함께 떠먹는 일과 같은 것’이라고 한 시인도 있다. 그리 악을 박박 쓰며 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오늘의 화두처럼 "고것을 알아야 돼!!"

낙엽송의 운치

우리는 좌측의 정규 등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멧돼지길을 따라 올라간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 간다. 명산도 정규등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오지냄새 물씬 풍기는 길들이 널려있다. 편한 길은 길이 아니다. 잡목에 채이고 사면에서 미끄러지며 몸을 험하게 다스린다. 산에 와서 몸을 아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삶고 죽음의 경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들 몸의 극한상황까지 가 보아야 한다. 모두의 이성부의 시처럼 우리들 몸 부셔버리기 위해 산을 올라야 한다.

휘어진 소나무의 운치
10여분간 급사면을 기어올라 능선으로 달라붙으니 편한 길이 이어진다.
계속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몽환의 풍경이다. 수도승이 도포자락 휘날리며 훠어이 훠어이 걷는 길이다. 대체 이 산꾼들은 무엇을 찾아 이 길을 걷는 것인가?
부드러운 직선, 소나무의 곡선이다. 묵도정진의 길에서 만나는 자연의 모습이다. 산은 언제나 다르다. 오늘의 산은 내일의 산이 아니다. 日新又日新이다.
장애물 벌목지대 통과한다.

은회색의 심연 속으로
계속 몽환의 수채화가 그려지는 숲속으로 빠져든다.
오지팀들은 매 주말을 이런 세상에서 산다. 일주일은 오로지 주말을 위해서 산다. 산은 그들만의 해방구이다.
슬슬 고도를 높이며 눈길에 미그러진다.
몸을 의지하려고 잡았던 나무가 밑둥째 뽑히며 벌렁 자빠지기도 한다.

춘삼월에 이런 풍경을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장송지대의 소나무들의 키가 엄청 크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모습에서 하늘을 향한 일편단심의 절개를 본다.

암릉지대
암릉지대 위로 기어오른다. 그러나 애쓰며 올라간 바위 위에서 눈 때문에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 할 수 없이 되돌아가 우회하기로 한다. 허탈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살다보면 이렇게 뒤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우회로도 만만치 않다.
코와 땅이 맞닿는 급경사의 눈길을 기어오른다.
한겨울 심설을 방불케 한다.

일단 급경사 지대 통과

철지난 눈이지만 눈은 아름답다. 눈이 아름다운 것은 흰색 여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꽉 차지 않고 텅 비어있는 듯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위안을 찾는다.
우회로를 따라 급경사를 기어올라서니 정상 직전의 암벽이 가로 막고 있다.
다행히 로프가 매어져 있어 로프에 의지하여 정상으로 오르는 암릉을 탄다.

순백은 아니더라도 은회색의 세상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드디어 공작산 정상.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여 만에 정상에 올랐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2등삼각점

산불감시시설 철망 안에 있는 또다른 정상표지석
정상 바위를 왔다가다 하다 보니 1진들과 합류한다. 주말이고 명산이라 그런지 와글와글 사람들이 많다.

휴식중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공작산 정상에서 곡차로 몸을 녹이고 일행들과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공작산 정상에서 안공작재로 내려가는 길은 상고대 세상이다.
미끄러운 길을 로프에 의지하여 내려간다.
[이미지 용량 초과로 이하 생략]
이하의 사진들은 http://cafe.naver.com/homoviator.cafe[산그리메 : 명산순례]메뉴에
첫댓글 모처럼 개떡같은 구간에 엮겨서 고생 많으셨슴다. 아 뭐 본인은 전혀 고생이 아니라는 말쌈~~ 존경합니다. ^^*
솔개역장님 반갑습니다.
천하님 말씀대로 한메님의 희생, 배려심은 거의 부처님 수준입니다. 누가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천성에다가 갈고 닦은 수양이 더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한메님, 복받을겨.
거사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사님도 열반에 드시면 사리 한 가마니 정도는 나올 것입니다.
사리가 거시기를 안써서 올챙이들이 모여서 생긴다는디 ㅎㅎ
우와 제 사진이 많이 나왔네요...감사드립니다...생동감있게 잘 봤습니다.
샬라님 만나뵙게 되어 반가왔습니다. 다음에 또~
공작산 정상 표지석이 있었넹.
헛것으로 갔다왔넹.
나 같으면 (너무나도 당연히) 당무에서 나도 점심먹을테니 제발 기다려달라고 할텐데,
자기 걱정하지 말고 어여 이동하여 산에 오르라고 한사코 당부하던 한메 님 마음 씀에 그만 감동 먹었슴돠.
몇번 갔어도 저 정상석은 지두 못봤넹


고수들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게 있습니까?
주천님!의 썰래발을 모처럼 대하면서 주천님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잘 계시죠? 제주 각제기국도 그립고, 진주식당 오분작 뚝배기, 갈치 속젓, 개우젖, 돔베고기, 고기국수,몸국, 아강발의 한라소주 한잔... 모든게 그립기만 합니다. 더욱 더 그리운건 산우들과 함께하는 더덕 쥬스 아니겠습니까? 개뿔이나 인생 모 있어? 타슈캔트에서 무한
무한님 언제 귀국하시면 제주에 오세요. 아강발에 한라산 쐬주 한 잔 합시다!! 개불이 멀리 타슈겐트까지 진출하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