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만에 글을 올립니다. 안녕들하셨는지요?
“다크 나이트 3부작”, “인터스텔라”와 같은 걸작들을 만든 금세기 최고의 할리우드 감독들 중에 한사람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의 필르모그래피에서 최초로 도전하는 전쟁 실화 영화 “덩케르크”가 금년 7월에 개봉합니다. 자칭 할리우드 영화 덕후라도 자부하는 제게 놀란 감독의 걸작들은 감탄의 대상이었습니다….각설하고! 영화 ”덩케르크”가 무슨 얘긴고 하니 말이죠!
(무려 30만명이 넘는 병사들이 해안으로 밀려나와서 영국 갈 배들을
기다리고 하늘에서는 루프트바페 전투기들이 맘먹고
무차별 폭격을 하고, 언제 나치 지상군들이 뒤에서 나타닐지
모르는 아사리판! 이것이 바로 덩케르크의 상황이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걸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2차대전 기간 중에 독일 패망(1945.5.8)을 1년도 채 안남긴 1944년 6월 6일 D-데이가 무대였다면, 이번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나치 독일이 폴란드 침공으로 2차대전의 막을 올렸던 1939년 9월에서 불과 1년도 안된 1940년 5월의 프랑스 서부해안 덩케르크가 무대가 됩니다. 그때는 미군이 아직 연합군으로 가세하지도 않았고 연합군이라 함은 나치에게 全국토를 함락당하기 직전의 프랑스와 영불해협 건너에 영국, 그리고 이미 본토에 국왕은 나치에게 항복한 상황에서 영국에 망명정부를 구성한 벨기에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영국은 나치의 프랑스 침공 소식을 듣고 프랑스를 지원하기 위해서 병력을 지원했지만 나치 독일의 상상을 초월하는 전술과 뛰어난 성능의 전차, 전투기, 폭격기들의 위력은 본격적으로 침공이 시작된 1940년 5월 10일부터 고작 2주일만에 무려 30만명이 넘는 영불 연합군을 덩케르크 해안으로 밀어붙혔습니다.
(상황이 이렇습니다. 영불해협 앞에 놓고 덩케르크 해안까지
쫒겨간 영불 연합군이 전멸을 눈앞에 둔 상황입니다.)
만약 나치 독일 지상군이 쉬지않고 밀어붙혔다면 어쩌면 바다를 등지고 포위된 영불 연합군 30만명은 나치 독일의 공격에 몰살 당하거나 바다에 수장되어버렸을지 모르지만 여기서 훗날 히틀러와 그의 장군들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결정적인 패착을 저지르게 됩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40년 5월 말에 선봉부대인 나치 기갑 부대는 덩케르크 해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포위된 영불연합군과 불과 15km 정도 거리까지 진격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밀어붙힌 속도라면 불과 2~3일이면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선에 지휘관들은 너무 신속하게 치고 나간 기갑부대와 뒤따르는 보병부대 간에 거리가 너무 벌어져 있다는 점과 연료 보급선이 너무 길게 늘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초기에 "용맹"을 떨쳤다고
하는 2호전차가 프랑스 침공에서도 주력 전차이긴
했는데 말이지요....사실 빈약한 화력과 장갑 능력에서
그저 상대 보병 화력을 압도할 수 있는 호랑이
없는 산속에 여유가 왕인 그런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1940년 5월에는 그게 통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표면적인 이유들보다 불과 며칠 전까지 무패 행진을 거듭하며 전진하던 나치 기갑부대가 프랑스 북부 아라스 숲속에서 맞닥뜨린 영국 기갑부대의 마틸다 전차의 반격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충격이 마지막 순간에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된 주요 원인”이었다고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이때의 전투를 “아라스 전차전”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영국군 기갑부대가 상대하는 것은 나치의 기갑부대가 아니라 주로 보병부대였습니다만 비록 속도는 느리고 주포 화력은 대단하지 않지만 장갑 능력만은 나치 주력군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베를린의 육군사령부의 장군들은 쉬지말고 밀어붙혀서 30만영의 영불 연합군을 전멸하라고 독촉했지만 정작 전선에서 공격의 주력이었던 나치 육군의 A집단군 사령관이었던 룬트슈테트 장군을 포함한 지휘관들은 하루만이라도 공세를 멈추자는 주장을 하게되었는데 정작 아돌프 히틀러가 연합군의 마지막 대규모 반격 가능성을 걱정한 탓에 룬트슈테트 장군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게되어 24시간 공세를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정겨운 타미야 빈티지 키트 "마틸다"! 바로 이 영국 전차가
1940년 한참 잘나가던 나치 독일 정예군에게 공포를
안겨줬습니다! 오로지 장갑 능력, 즉 맷집만으로 말이죠!)
한편 영불해협 건너 영국은 덩케르크에서 자국의 군인들을 포함한 연합군들을 영국으로 무사히 건너오게 하기 위해서 대규모 철수작전인 일명 “다이나모”작전을 전개하게 됩니다. 요지는 영국 해군의 구축함들과 함께 부족한 철수 선박들을 민간 선박들까지 징발해서 덩케르크 해안으로 몰려가서 30만명의 병력들을 무사히 영국으로 데리고오고 나치 지상군 못지않게 위협이 되는 괴링의 공군 공세는 당시 최신예 전투기였던 스핏파이어를 포함한 영국 공군력으로 막아내는 육해공 총동원 대규모 철수작전이었습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투기라면 바로 스핏파이어지요!!)
영국 해군 구축함들뿐만 아니라 민간 선박들(어선은 물론이고 귀족들의 보트, 유람선까지 박박 긁어서 모아놓은)은 영국 민간인들이 직접 배를 몰아서 적진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그들은 해군 군사 훈련을 받아본적이 없는 그저 “배를 몰줄 아는 민간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이 덩케르크 해안에서 만날 적은 당시 전세계 최강의 공군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괴링의 “루프트바페”(독일 공군)였습니다. 이미 1년전 폴란드 침공부터 프랑스 침공까지 최고의 성능을 보여준 Bf-109(메서슈미트 전투기라고도 부르는 나치 독일 대표 전투기)뿐만 아니라 Ju87 급강하 폭격기(슈투카)와 주력 중폭격기 Ju88들이었습니다.
(슈투카! 바로 Ju87 슈투카가 방방 뛰었던 곳이 덩케르크였습니다.)
(융커스 폭격기! Ju88 폭탄 탑재량은 연합군 주력 폭격기들에
못미쳤지만 그래도 2차대전 초기에는 분명히
위력적인 폭격기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영국 공군의 스핏파이어나 허리케인 역시 훌륭한 전투기들이었지만 2차대전 통털어 최전성기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루프트바페와 상대하여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며 5월 27일 철수작전 개시 이후 9일간의 작전 기간동안 영국 전투기의 손실은 177대였는데 참고로 프랑스 침공부터 6월말 프랑스 항복까지 연합군 전투기의 총손실이 432대였으니 덩케르크에서만 총손실 전투기의 40%를 차지하는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영국 공군이 루프트바페의 Bf-109와 상대하면서 그 뛰어난 성능에 충격받았던 것 못지않게 독일 최정예 조종사들도 영국 최신예 전투기 스핏파이어의 성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P-51 무스탕이 등장할 때까지 유럽 상공에서 스핏 파이어와 Bf-109는 용호상박의 맞수로 혈전을 벌이게 됩니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종료되는 6월 4일에서 불과 한달이 지난 7월 10일부터 3개월 넘게 영국 본토 상공에서 벌어진 “영국 본토 항공전”(Battle of Britain)에서 스핏파이어와 Bf-109의 진검 승부는 다시 이어지게 됩니다.)
(Bf-109 메셔슈미트 전투기의 위용. 이번 영화에서 군함이나
전투기가 실기를 사용했다는 소식이던데 진짜
기다려집니다. 실물 Bf-109를 만날 수 있다니!)
5월 27일부터 시작한 철수 작전은 최초 이틀간은 악천후로 애초 계획이었던 45,000명에서 한참 모자란 30,000명 정도 배에 태워 영국으로 보내는데 성공하면서 작전 성공에 먹구름이 끼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5월 29일부터 화창한 날씨로 바뀌면서 철수 작전은 박차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던커르크 작전에 징발된 소형 선박들의 모습. 대부분의 선주들은
애국심에 불타서 자원해서 작전에 참여했습니다.)
예상대로 루프트바페의 전투기,폭격기들은 덩케르크 해안의 연합군들을 향해서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영국 공군기들과의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민간 선박들이었던 철수 선단에게 루프트바페는 마치 닭장에 뛰어든 여우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영국 전투기들의 공격 못지않게 큰 행운이 연합군측을 도와주게 되는데 뜻밖에 짙은 구름들이 낮게 드리워지면서 독일 공군들의 지상 폭격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장애 요인이 되었습니다.
(탑건 이후로 실기가 등장하는 전쟁영화를 만나게 될 것 같아서
너무 기쁘네요. 영화 속에 Bf-109와 스핏파이어가 실기라는 소식입니다.
사진은 영국군 조종사로 출연하는
톰 하디입니다. 매드 맥스에 바로 그 톰 하디입니다!)
*던케르크 항공전에서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스핏파이어와 허리케인 뿐만 아니라 주로 영국 본토 방어용도로 개발했던 “볼튼 폴 디파이언트”라는 무명의 전투기가 작전 초반에 뜻밖에 위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스핏파이어나 Bf-109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독특하게도 회전식 기총좌가 후면에 설치된 모습으로 얼핏 보면 허리케인 전투기처럼 보이는 탓에 무심코 뒷꼬리에 따라붙었던 독일 전투기들이 눈앞에서 기총 사격을 당해서 격추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물론 얼마 안되어 허리케인과 이 전투기를 구별하게 되었고 뒷꼬리에 따라붙지 않고 전방에서 공격을 하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후에는 도리어 루프트바페 조종사들의 격추대수 올려주는 호구가 되는 바람에 서둘러 출격 임무에서 제외되었지만….
(별로 존재감은 없었지만 던케르크 해안에서 깜짝 용맹을 떨쳤던
디파이언트 전투기)
작전 개시 3일차부터 화창한 날씨 탓에 항구 시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작은 체구의 민간 선박들인 경우에는 해변에서 헤엄쳐서 접근하는 군인들을 태워줄 수 있게 되면서 철수 작전은 점점 속도를 올리게 됩니다. 결국 9일간에 작전 기간동안 총 338,226명의 병력의 철수에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작전 종료까지 900척의 철수 선단에서 영국 구축함 9척, 대형 선박 9척, 소형 선박 200척이 침몰 또는 파괴되었습니다.
이런 철수 작전의 목표는 오로지 병력의 철수였을 뿐이었고 온갖 무기들과 장비들은 버리고 올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결과는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8~10개 사단을 무장시키는 데 충분한 막대한 분량의 식량과 피복, 탄약, 야포 880문, 대구경포 310문, 대공포 500문, 대전차포 850문, 기관총 11,000정, 전차 약 700대, 오토바이 20,000대, 그리고 자동차 및 수송용 차량 45,000대 등이었습니다. 이때 영국 본토에는 오직 2개 사단을 무장시키는 데나 충분한 장비만 남아 있었다고합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후위를 맡아서 독일 지상군의 공격을 저지하며 시간을 벌었던 프랑스 군 2개사단 약 3,400명은 탈출에 실패하고 항복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던케르크에 버려진 연합군 장비들의 처참한 모습)
또한 영국으로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대부분의 병력들은 미국의 도움으로 재무장하여 북아프리카 전역에 투입되거나 훗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선봉을 서게 됩니다.
(일단 이정도 예습하시고 영화 보시면 무척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얘기도 좀 적어볼까 했는데 너무 글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그만 멈출랍니다.)
|
첫댓글 그동안 잘 계셨나요 그렇지 않아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김작가님의 글을 보니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
라이언 일병 이후로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전쟁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셨죠?
오랫만에 카페에서 뵈니 무지 반갑습니다 김작가님!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데 벌써 다음 달이면 개봉하게 되었나보네요.
영화 개봉전에 자세한 배경을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에도 자주 들러주세요~ ^^
반가와요.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오 영화가 기대되네요 좋은글에 감사하고 해박하신 지식에 놀랍니다^^
^^ 다음글은 F 102 델타 대거 요격기가 될겁니다^^
무조건 봐야될 밀덕 필청 영화인듯...
저도 어디선가 살짝 샘플 홍보영상을 본 기억이 나는데 직감적으로 대작하나 나오는구나!! 했습니다.
지식좀 쌓아서 알고보면 더 재밌겠죠!
D 데이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젊은 세대들도 잘 알고있는 사건이지만 덩케르크의 대규모 철수작전은 미국이 없는 상황에서 영불 연합군의 처절한 저항의 모습이라서 더 감동적일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의 한수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믿고 보는 놀란 감독의 영화라 무척 기대가 됩니다. 배경을 알게 되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금년 최고 명작들 중에 하나가 될 것이 생각합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