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거룩한 조폭들과의 2박3일[2]
둘째날 오전
자네는 생명을 사랑하는가. 사랑한다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게.
시간이야말로 생명을 만들고 있는 재료가 아닌가.
-프랭클린
아침 5시에 요란하게 종이 울렸다. 아침 5시. 내가 이때 눈을 뜨고 있던 적은 아마 아예 밤을 새었을 때나 가능했을 것이다. 종소리와 함께 다른 룸메이트들도 분주해졌다. 전날 세라 수사님으로 부터 아침기도 시간에 늦을 경우 무릎꿇고 벌받아야된다는 엄포때문인지 다들 세수 하느라 이를 닦느라 분주했다. (역시 규칙은 확실하게 지켜야 조폭답지....)이렇게 겨우겨우 눈을 비비며 헐레벌떡 성당을 향해 달렸다. 휴~ 다행이 아직 시작은 안했구나. 하.지.만...오~ 이 구원받지 못할 육체여....너는 어찌하여 다시 시위를 하려하느냐....어제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더냐....하긴 우리가 어제 저녁을 먹은건 저녁6시였고 지금은 아침 5시 반이니 11시간 반이라는 엄청난 갭이 생기는것이다....그리고 개인적인 문제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밥을 먹는 순수 100% '아침밥형' 인간인 나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하지만 이분들은 '아침형'인간이시니....(인간 하니까 좀 그렇다..그래서 아침형 조폭으로 바꾸렵니다...^^;;)
하나 둘 수사님들이 나오셔서 제대를 향애 절을 하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아침 성무일도가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주님 제 입시울을 열어수소서' 하면서 입에 작은 십자가를 긋는다. 오홋! 끝기도와 함께 시작하는 대 침묵을 깨며 제일 먼저하는 말인것이다. 사실 혀란 참 독특한 존재다. 두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인체기관이며 옛 현인의 말을 빌리면 한번에 세명을 죽이는(소문을 내는자, 전하는자, 듣는자)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행하시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입을 주님께 열어주길 부탁하면 얼마나 좋겠는다. 그럼 그날은 하루종일 좋은 말만 하게 될것 같다.
성무 일도가 다 끝났다. 하지만 아직도 내 뱃속은 요동치고 있었다. 이런이런. 성무일도 중간 시편 성가에 맞춰서 꼬로록 소리가 나면 좋았으련만 왜 하필 시편 한소절하고 약간 쉬는 그 2초동안에 소리가 나는지....ㅡ.ㅡ;; 이 구원받지 못할 육체는 나를 식은땀 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기도가 다 끝나고 다시 조폭 체험학교 공인 살소 안셀모 수사님께서 아침 구심기도에 대해 간단히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그때 당시는 솔찍히 구심기도건 십심기도건 상관없었다. 이 육적인 형제 미하일은 아직도 육체의 시위에 맞서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언제서부터 내글이 이렇게 저급하게 가는지 모르겠지만....그저 사실에 입각해, 리포터 정신으로 쓴다는 관념하나로 계속 글을 씁니다...헐...ㅡ.ㅡ;;) 다시 큰 폭동이났다....헉걱....다시 식은땀이 났다. 108번뇌가 한꺼번에 밀려온다....귀속에서는 모차르트 레퀴엠중 '데우스 이레(Deus irae)'가 울리펴지고 있었다.....그런데 다들 조용히 묵상하는 중에 어디에선가 나는 다른 육체의 시위소리....ㅋㅋㅋ역시 아침밥형 인간은 나뿐이 아니었어...갑자기 동질감을 느낀다...수사님께서 알려주신 복식호흡을 하고 있으니 어느정도 가라앉는다. 그때였다. "그려그려. 폭동소리에 쪽팔리던지 말던지...우리 주님은 더 큰 쪽팔림을 당하고 십자가에 오르셨어. 얘라이 모르겠다 니네 맘대로 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홋! 해탈의 경지인가~!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가 해탈의 댓가인지 뱃속의 폭동은 점차 가라않고 있었다. 덕분에 아침미사는 거룩하게 드릴수 있었다...ㅋㅋㅋ
아침미사후 아침식사를 했다. 독일식으로 빵과 치즈, 햄, 잼을 먹었다. 야콘이라는 요상한 야채도 먹었다. 치즈는 러시아 빵에 자주 쓰이는, 독특한 향신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향은 한국 사람들에겐 좀 역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자매들과 형재들은 잘먹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그 향신료 들어있는 빵을 8년동안 먹어온사람이다. 난 솔직히 한국에서 이 향을 맡는게 반가웠다...(나중에 놀러가면 또 주세요~~^^) 그렇게 한접시를 둑딱 해치웠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수도원의 주방장님께서 누구인지 몰라도 참 한국적인 식단과 유럽적인 식단을 잘 짠다는 것이다. 항상 그렇게 드시는지는 몰라도 2박 3일간의 메뉴를 보면 한국적이라고 하기엔 살짝 약하고 독일적(유럽적)이라고 하기엔 좀 깔끔하고 강한듯한 음식들이었다. 그렇다, 어떤 한 민족의 문화를 연구할때 먼저 관혼상제의 예식과 의식주문화를 연구한다. 이중 제일 중요한것중 하나가 음식문화인데, 이곳 한국의 (어떻게 보면)촌동네 왜관에서는 독일과 한국의 문화적 교류와 동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수 있겠다. (참 밥먹다가 별 생각을 다해요....)
이제 각각 조별로 수도원 견학을 했다. 그래도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고 조원들 끼리많이 친해진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먼저 금속공방을 찾았다. 세라피노 수사님께서는 자신의 전공이었다고 하시며 공방의 이곳저곳을 보여주시며 그져 평범한 구리판이 멋진 감실 혹은 성작으로 변화되는 여정을 보여주셨다.(세세한 견학에 좋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금속공방외에 다릉 곳은 못들어 갔다...ㅡ.ㅡ;;)시간에 쫒기며 서둘러 성당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세라 수사님께서 멈춰서신다. 그러면서 한곳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기 +C S P B 자 보이지?" "예~" "저게 우리 수도원 메뉴판이쥐. C-치즈, S-소세지, P-포도주, B-빵...." 헉...역시 여러 사업채를 거느리는 조직답게 엄청나게 큰 메뉴판을 가지고 계시는군....다시한번 조직의 범접할수 없는 포스가 느껴졌다...(사실 제가 기억하기론 원래 '그리스도의 거룩하신 사부 베네딕도' 였던거 같은데 맞나요?? 386컴의 한계...)
우리조가 헐레벌떡 성당으로 들어가니 이미 다른조는 다 와있었다. (별로 간곳은 없는거 같은데 왜이렇게 늦었지??) 그리고 곧 원장수사님께서 들어오셨다. (근데 여기서 미하일의 질문, 원장님과 아빠스님의 차이는 뭔가요? 댓글 달아주세요) 강의 주제가 "재미있는" 베네딕도 성인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원장님께서는 약간 불안해 하신듯 했지만, 하지만 여기가 어디인가~ 그리고 그분이 누구신가~ 바로 수많은 조직원들을 좌지우지 하시는분 아니신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으시고 술술 정말'재미있는' 강의를 해 주셨다. 강의가 끝난후 각각 조마다 한가지씩 숙제를 받고 조 방으로 달려갔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우리조의 테마는 두번의 실패였다. 음...난이도 '중'이군. 이란 생각을 하고 조모임을 가졌다. 모임에서 여러가지 자신의 경험과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눌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연극은 한 자매가 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꾸미기로 했다. 그렇게 조 모임을 마치고 또다시 서둘러 성당으로 갔다. 낮기도를 하기 위해서였다.
둘째날의 오전시간을 보면 어째 순 뛰어다닌 기억이 많다. 지금이야 물론 조용히 앉아서 차근차근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쓴다만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헉....하지만 이렇게 바쁘게 뛰어다닌게 얼마만인가...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부터 그냥 그럭저럭 여유롭게 지내왔는데, 이처럼 바쁘게 뛰어다니니까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렇다. 시간은 삷의 재료였던 것이다. 내가 여지껏 가지고 있던 시간 밖에서의 여유로움은 어떻게 보면 난 죽어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