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의 본명: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주시구랴
- 산행 두째날 -
넓지않은 비박 텐트에서 셋이 자자니 더위를 느끼며 지퍼를 열고 침낭 밖으로 기어나옵니다.
손으로 만져지는 침낭 왼쪽 부분이 축축히 젖었습니다.
마치 비오듯 내린 이슬을 감당 못한 비박텐트가 물기로 축 처지며 침낭과 뽀뽀를 하고 있네요.
본능적(?)으로 가운데서 자는 <별님>쪽으로 응뎅이를 들이대며 시계를 보니 4시가 다된 시각 입니다.
갈증도 있고 尿意도 있기에 부스럭 거리며 밖으로 나오니 둥군 보름달 아래 <노고단> 쪽으로
살풋 운해가 깔렸습니다.
이번 취재 산행기는 시월호에 실리는 것이기에 "달" 사진도 찍어야 한다는 <별님> 말이 생각나서 "썩 좋은 운해는 아니지만 운해도 깔렸고.... 달은 엄청 좋아" 약간은 과장된 호들갑을 떨며
<별님>을 깨웁니다.
밖으로 나와....사진 장비를 챙기던 <별님> 曰 어머나~~~~~~ 판초에 서리가 하얗네요...
9월 초순에 서리라..........과연 지리산 입니다.
<별님>은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놓고 노출 촬영을 하고..... 저는 시루엣이 아름다운 주능선...
남부능선....등등을 눈에 담으며 싸늘하면서 상큼한 <반야>의 새벽 공기를 만끽 합니다.
다섯시가 다된 시각....
갑자기 아랫쪽에서 랜턴 불빛 몇개가 어른거립니다.
<우리 산하>님과는 오래전부터 잘알고 지내시는 산사진 모임 <네모 클럽> 회원들 입니다.
그분들 덕에.....어쩜.... <우리 산하>님과 <검별>의 깊고 깊은 지리산 내공 덕 인감?
여하튼.....
엊저녁으로 물이 거의 떨어져 아침 걱정을 하던 저희들에게..... 그분들이 주신 물은 정말
고마운 감로수 였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우리 산하>님이 메고 올라오신 압력밥솥에다 밥을 올리곤....잠시의 여윳 시간에 이슬로 젖은
침낭등을 말립니다.
평일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나 올라옵니다.
밥이 다되갈 무렵.... 상의 티-셔츠가 산뜻한 한 아가씨가 혼자 올라와 행동식을 꺼냅니다.
그 저의가 어디있는지는 모르겠으나 異口同聲으로 아침 같이할 것을 권합니다.
사실 전.......
<별>님을 위한 모델 한사람 구했다는 마음뿐 이었는데..... ㅋㅋㅋ
글구..... 식사중에 열심이 꼬득여(?) <세석>까지 간다는 "닉"이 <옴쥐>인 아가씨를 우리 일행으로 만듭니다.
오늘 일정은 <벽소령> 까지..... 오늘도 만만디 산행 입니다.
한껏 게으름을 부리곤 8시쯤 하산을 시작합니다.
<뱀사골 산장>에서 식수를 보충하곤.... 이상하게 오르기 힘든 구간인 <토끼봉>을 오름니다.
저는 두어번은 쉬면서 오르는 이구간을 <별님>은 그냥 오르잡니다.
쉬지 않고 오르는게 경험법칙상 힘이 덜들고.... 편하다나.
아무려나.... 우리는 <방장님> 말씀을 따를수 밖에.......
헥헥헥..........끙끙끙......땀은 비오듯 떨어져서 눈으로 들어오고.....
<토끼봉>을 35분인가? 40분인가에? 오르는 일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겁니다.
정상에 다다르니 <별님>이 백도 통조림을 꺼내십니다.
15,6년전쯤.....여름....
산이 처음인 <마눌>을 꼬득여 <용대리>에서 <소공원> 까지 2박3일에 거쳐 넘은적이 있습니다.
만만디 산행 이라고 하지만..... 한여름의 더운 날씨.... <소청산장>까지 힘들게 올라.....
황도를 거금 3,000원인가에 사서 <마눌>께 주었습니다.
여태껏 먹어본 음식중 제일 맛있는 맛이라며.... 달게 먹던 기억이 떠오름니다.
국물까지 똑같이 나눠 먹고(근디.... 복숭아 쪽이 다섯쪽이라 마지막으로 받은 <우리산하>님은
두쪽 먹었다. ㅠㅠㅠ) 평지와 같은 길을 울루랄라......
<총각샘>을 지나면 바로 계단 오름길.....1Km여만 더가면 <연하천 산장> 입니다.
전에 산장에서 맥주를 팔때는 이곳부터 산장 까지는 걸음이 바빠지다 못해 거의 뛰다시피....
허지만..... 요즈음은 그재미가 없어 빨리 가고픈 흥도 안납니다. 또다시.....ㅠㅠㅠ
<연하천 산장>에 도착하니 점심시간.
라면을 끓이며 마당발 <우리산하>님의 소개로 산장지기와 인사를 합니다.
여기서.....감격적인 일이 벌어집니다(최소한 저에게는 매우 감격적 이었음)
산장지기님이 시원하게 냉장된 麥酒님 1리터던가? 한펫트를 주시는 겁니다.(당연히 파는거 아님)
산장지기님..... 잘 마셨습니다............고맙습니다.
글구.....
이모든게 <우리산하>님과 <별님>의 음덕 이라는 것도 잊지않겠습니다.
시원하게 모신 맥주님 덕분에 한층 Up된 기분으로 출발 준비를 합니다.
그런디..... 어쩌나.......
아무리 찾아도 <별님>의 Leki Super Makalu 지팽이 두짝이 없는 겁니다.
물론..... 2년여를 사용하여 새로 살때가 됬을지라도 손때가 묻은 장비를 잃어버리는 아픔은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이해 하실겁니다.
더구나....... 무거운 등짐을 진 하산길에서 지팽이 도움 없음은 당장 겪여야하는 현실적 고통이기도 하구요.
산장지기님께서 <피아골> 咸 선생님이 사용하시다 물려줬다는 구형 Leki 한짝을 들고나와
<별님>의 손에 쥐워주십니다.
산쟁이들의 정을 또 한번 느끼는 순간 입니다.
<형제봉>에서 모델도 하며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벽소령 산장>에 오니 <의신> 쪽으로
넘나드는 운해가 장관입니다.
<우리산하>님은 <천왕봉>에 있으면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수 있을텐데...라며 아쉬워 하십니다.
저녁후.....
<별님>은 직업상 <벽소명월>을 사진에 담아야 하기에 한 포인트에서 촬영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전문가이신 <우리산하>님의 조언(?)을 들으며....
그러나.... 잠시 어술렁 거리던 전.... 한기를 느끼며.... <우리산하>님과 잠자리로 잡아놓은 식당
한구석으로 돌아와 침낭을 펼칩니다.
모두들...... Good Night~~~~~~~~~~~ - 두번째 이야기도 끝 -